'룸메이트' 고진영-임희정이 국내팬들에게 선사한 올해 최고 빅매치

김현지 2021. 10. 2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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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김현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년을 쉬고 다시 돌아온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대회 내내 매끄럽지 못한 진행으로 도마에 올랐지만, 선수들은 물오른 경기력으로 골프팬들의 아낌없는 사랑과 응원에 보답했다.

10월 24일 부산광역시 기장군 LPGA 인터내셔널 부산(파72, 6726야드)에서 치러진 LPGA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단독 선두로 나섰던 임희정과 추격자 고진영은 두고 두고 회자될 명승부를 펼쳤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통산 4승 임희정은 2라운드에서 선두로 뛰어오르더니 3라운드를 4타 차 단독 선두로 마쳤다. 최종일 고진영과 안나린에 4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해 우승에 도전했다. 이 대회 54홀 최저타 기록도 세우며 최종라운드에 나선 그였기에 임희정의 독주를 막기 힘들어보였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고진영 역시 만만치 않았다. LPGA 투어 통산 10승, 세계 랭킹 2위 다운 모습이었다. 1라운드에서 연속 60대 타수 신기록이 무산됐던 고진영. 2라운드부터 질주하기 시작하더니 3라운드에서는 공동 2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임희정에 4타 차 공동 2위로 최종라운드에 나서기 이르렀다.

더욱이 이번 대회는 한국 선수 LPGA 투어 통산 200승이라는 타이틀의 주인공이 걸린 대회였다. 지난 1988년 고(故) 구옥희의 첫 우승 이후 33년 만에 한국 선수가 통산 200승을 합작하는 순간이었다.

고진영은 2번 홀(파4)부터 4번 홀(파5)까지 3개 홀에서 연속 버디를 솎아내며 임희정을 압박했다. 임희정은 흔들리지 않았다. 임희정은 6번 홀(파3)에서 첫 버디를 낚으며 반격했다. 그러자 고진영은 7번 홀(파4)부터 9번 홀(파5)까지 3개홀에서 다시 연속 버디를 추가하며 단숨에 공동 선두에 자리했다.

살얼음 승부가 이어지던 중 12번 홀(파4)에서 고진영이 단독 선두로 치고 나섰다. 그러자 임희정이 14번 홀(파4)과 15번 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추가하며 다시금 역전했다. 고진영 역시 17번 홀(파4)에서 버디로 동타를 만들었다.

사실상 둘 만의 우승 경쟁이었다. 공동 3위 그룹은 이들과 5타 차 이상 벌어져 있었다. 서로만 바라보며 경기를 하던 두 선수는 결국 승부를 내지 못하고 18홀을 마쳐 연장전에 나섰다.

승부는 18번 홀(파4)에서 치러진 연장 첫 홀에서 갈렸다. 고진영이 승부수를 던졌다. 고진영은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세컨드 샷을 했고, 공은 홀컵과 채 1m도 되지 않는 거리에 멈춰섰다. 고진영은 승부에 마침표를 찍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임희정은 연장전까지 73홀 연속 노보기 플레이를 기록했다. 퍼펙트 게임이었지만, 준우승에 만족해야했다.

두 선수는 올해 초 전지훈련을 함께 한 룸메이트 사이다.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두 선수는 전라남도 강진에서 함께 훈련했다. 함께 훈련할 당시 같은 방을 쓰며 친분을 쌓았다. 임희정이 세계 랭킹 2위 고진영을 상대로 흔들리지 않는 경기력을 선보인 이유다.

다만, 같은 방을 썼던 애틋한 사이여서일까. 고진영은 시즌 4승, 통산 11승째를 기록하며 세계 랭킹 1위 탈환에 성공했지만, 기쁨만큼이나 미안한 마음이 앞서 보였다. 그는 "(임)희정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 희정이가 잘해서 미국으로 왔으면 했는데, 오늘 내가 좀 더 잘 돼 우승하게 됐다"고 했다.

LPGA 투어 역대 3번째, 노보기 우승 기록 달성이 무산된 임희정은 자신의 SNS를 통해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아직 보완해야할 부분들이 많다. 그래서 LPGA 투어 출전권을 놓친 것보다 우승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 더 속상하다"라고 하며 "그러나 최선을 다했는데, 하지 못한 우승이라 후회는 없다. 그저 아쉬움만 남을 뿐이다"라고 했다.

이어 "세계 랭킹 1위를 했던 (고)진영이 언니와 플레이 하면서 '1위는 뭔가 다르다'라는 걸 느꼈지만, 한편으로 '나도 많이 성장했구나' 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좋은 라운드 였다"라고 하며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잘했던 기억만 살려두고 남은 대회에서 후회와 아쉬움을 남기지 않도록 해보겠다"고 다짐했다.(사진=임희정과 고진영)

뉴스엔 김현지 928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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