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는 사진·영화·박물관 등으로 기억이 체계화되고 승화된 시대"

오남석 기자 2021. 10. 25.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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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간의 총리직 수행을 마치고 이달로 퇴임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도합 3권, 2416쪽에 이르는 방대한 책에서 저자는 19세기를 근경(近景), 전경(全景), 주제 등 3부로 나눠 18개 장, 98개 소주제로 그려냈다.

그에게 19세기는 '현대의 선사시대'다.

특이한 것은 저자가 "문명이란 공간의 특수한 길은 여러 종류가 있고 유럽의 길은 그 하나일 뿐"이라며 19세기 세계사를 볼 때 유럽 중심주의에서 벗어날 것을 주장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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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총리가 강연 초청 학자

獨 오스터함멜 역작 ‘대변혁…’

“유럽 중심주의 벗어나야” 주장

16년간의 총리직 수행을 마치고 이달로 퇴임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지난 2014년 그의 60세 생일 때 초빙돼 강연한 역사학자가 있었다. 식민주의 연구 등으로 유명한 위르겐 오스터함멜 독일 콘스탄츠대 명예교수다. 당시 강연의 토대가 됐고, 메르켈 총리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진 오스터함멜의 역작 ‘대변혁:19세기의 역사풍경’(박종일 옮김·한길사)이 번역됐다.

도합 3권, 2416쪽에 이르는 방대한 책에서 저자는 19세기를 근경(近景), 전경(全景), 주제 등 3부로 나눠 18개 장, 98개 소주제로 그려냈다. 그에게 19세기는 ‘현대의 선사시대’다. 19세기는 이전 세계와는 확연하게 다른 지위를 갖는다. 박물관과 국가기록보관소, 영화, 사진 등을 통해 “기억이 체계화된 시대고 자기관찰로 승화된 시대”다. 과학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해 생활의 변화로 이어졌고 정치·경제 체제 면에서도 전 지구적 상호작용이 본격화한 시기다.

저자는 19세기를 제대로 분석하기 위한 5가지 시각을 제시한다. 생산효율이 지역별로 비대칭적으로 상승한 점, 인구와 물자의 유동성이 급격하게 증가한 점이 대표적이다. 문화와 관념 면에서도 유동성이 크게 증가했으나 서방의 것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 평등과 등급제도의 대립이 이어졌다는 점, 개인과 민족 차원의 해방이 이어졌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특이한 것은 저자가 “문명이란 공간의 특수한 길은 여러 종류가 있고 유럽의 길은 그 하나일 뿐”이라며 19세기 세계사를 볼 때 유럽 중심주의에서 벗어날 것을 주장했다는 점이다. 이런 시각은 유럽 민족국가를 기본으로 한 ‘빅토리아 시대의 진보 관념’에서 탈피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적 다윈주의로 이어지는 빅토리아 시대의 진보 관념은 민족과 제국이 전 세계에서 자원과 영토, 패권을 두고 쟁탈전을 벌이는 역사를 상정한다. 반면 저자가 재구성한 19세기는 ‘중요하지 않거나’ ‘낙후한’ 민족이 생략되지 않은 역사다. 저자의 말처럼, 한 세기의 세계사를 몇 줄로 요약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유용하지도 않다. 다만 개별적으로 따로 노는 사실들을 엮어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이 책이 훌륭한 길잡이가 될 만하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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