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534] 페네트레이션(Penetration)은 배구에서 어떤 의미일까
대부분의 스포츠 종목들은 그들만의 용어를 갖는다. 종목을 제대로 배우려면 종목에 어울리는 용어도 배워야 한다. 선수들이 사용하는 용어는 특별한 말이 있을 수 있다. 영어권 국가 선수들과 감독들이 사용하는 배구 용어들 가운데 페네트레이션(Penetration)이라는 말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 말은 비단 배구에서만 쓰는 건 아니다. 커뮤니티나 SNS에서 팬들은 이 말을 종종 틀리게 사용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야구에서 ‘페넌트 레이스(Pennant Race)’라는 용어를 쓴다. 농구에서도 시즌 경기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하지만 돌파라는 뜻의 말은 페넌트 레이스가 아니다. 돌파하다는 동사 ‘Penetrate’의 명사형인 ‘Penetration’을 사용해야 한다. 페넌트 레이스에서 레이스가 명사이기 때문에 페넌트 뒤에 ‘ion’을 붙이는 명사형은 있을 수 없다. 폴 딕슨의 야구용어사전에 따르면 페넌트 레이스는 1876년부터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장기 시즌을 뜻하는 말로 사용된 것으로 페네트레이션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페네트레이션이라는 말은 원래 침투, 돌파라는 의미인 라틴어 ‘Penetratio’를 거쳐 영어로 넘어온 용어이다. 16세기 침투라는 의미와 함께 통찰력, 판단력이라는 뜻으로도 쓰이게 됐다. 군사용어로 적의 방어진지를 뚫고 들어가 적을 격파해 목표를 탈취하는 공격기동의 한 형태로 쓰이는 말이기도 하다.
스포츠 용어로 페네트레이션은 축구와 농구 등에서는 빠르게 드리블을 통해 들어가는 방법을 말한다. 상대 골대 깊숙이 들어가 결정적인 슛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배구에서 페네트레이션은 블록의 한 방법이다. 블로킹할 때 네트 너머로 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점프를 할 때 손을 뻗어 상대편 진영으로 침투하는 것이다. 페네트레이션을 하는 이유는 공이 손에 맞으면 다른 팀쪽에 쉽게 떨어지도록 하기 위한 때문이다. 네트 너머로 잘 블로킹이 이뤄지면 상대 공격수가 공을 치는 각도가 그만큼 줄어든다.
페네트레이션은 블로커들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기술이다. 맨투맨이나 지역 블로킹을 할 때 블로킹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선 블로킹 손 위치를 어디에 두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네트 위로 손을 올리기보다 상대 공격을 살피면서 네트 너머로 손을 뻗으려면 그만큼 기본기가 잘 갖춰져야 한다.
최고의 블로커들은 페네트레이션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상대편 세터의 세트(토스)가 올라가는 것을 전후해 미리 블록 타이밍을 판단하고 블로킹을 하게 되는데 이 때 페네트레이션이 좋은 블로커들이 많은 블로킹을 잡아낸다.
2020도쿄올림픽 여자배구에서 4강에 진출한 한국여자팀에서 페네트레이션이 가장 좋은 선수는 양효진과 김수지이다. 특히 신인 시절부터 블로킹을 잡아내는 능력이 국내 최고인 양효진은 도쿄올림픽에서도 위력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총 20개의 블로킹을 성공시켜 경기당 2.5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블로킹 부분에서 참가 선수들 가운데 7위에 올랐다. 한국 선수들 가운데 최고의 블로킹 능력을 보여주었다. 양효진은 이미 아시아권에서 최고의 미들블로커로 이름을 날렸다. 2014년 AVC컵 베스트 미들블로커로 선정된 바 있다.
키가 크고 움직임이 빠른 남자배구는 여자배구보다 페네트레이션을 더 적극적으로 구사한다. 상대 공격을 원터치로 끊으려고 하던가, 아니면 블로킹 득점을 올리기 위해 기습적으로 블로킹을 상대 네트 너머로 들어간다. 2m가 넘는 장신 선수들이 블로킹을 치고 상대 깊숙이 손이 넘어가는 것을 보면 마치 장대타기 놀이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페네트레이션은 호쾌하는 터지는 강타 못지 않게 배구의 묘미를 느끼게 한다. 갑작스럽게 이뤄지는 장신 선수들의 페네트레이션은 돌파라는 말 이상으로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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