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낳은 도박..김태형의 '필링 베이스볼'
[스포츠경향]
두산 허경민 타석에서 양석환이 대타로 교체되는 장면조차도 이번 시즌 초라면 상상이 어려운 일이었다.
지난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두산의 더블헤더 2차전. 두산이 2-3으로 뒤진 가운데 9회 2사를 맞아 패색이 짙었다. 그리고 5번 허경민 타석에 대타 양석환이 기용됐다.
배경은 명확했다. 허경민은 타격밸런스가 바닥까지 떨어져있다. 이날 경기도 대주자로 교체 투입된 가운데 5번 타순에 들어간 상태였다. 아웃카운트 1개 남겨놓고, 1점차. 누구라도 동점 솔로포를 머릿 속에 그린다. 드러난 상황만 봐서는 앞서 26홈런을 치고 있던 양석환 카드를 꺼내는 게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양석환이 이 장면에서 진짜 한방을 칠 확률은 바닥에 가까웠다.
양석환은 옆구리 통증 탓에 지난 12일 부상자 명단(IL)에 오른 끝에 이날 1군에 올라왔지만 라이브배팅만 간신히 한 차례 한 뒤 엔트리에 진입해 실전 감각은 뚝 떨어져 있었다.
이날 1차전에서 6회 대타로 투입됐는데, 삼진만 2개를 당했다. 6회 함덕주의 140㎞ 직구에 루킹 삼진을 당했고, 9회에는 고우석의 156㎞ 패스트볼에 다시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시즌 성적에 따른 공포감이 있을뿐, 빠른 볼에 타이밍이 전혀 맞지 않는 모습이었다.
데이터도 양석환에게는 부정적이었다. 2차전 대타 투입에 앞서 양석환과 고우석의 상대 전적은 3타수 무안타. 데이터와 이날 타이밍으로는기대할 게 없었다.
그러나 양석환은 고우석이 던진 155㎞짜리 초구 패스트볼에 그대로 방망이를 돌렸고, 김태형 두산 감독이 원했던 대로 타구를 좌중간 담장 밖으로 넘겼다.
사실, 도박 같은 승부수가 대박을 낳은 장면이었다. 일종의 ‘촉’이다. 김태형 감독은 LG전을 의식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LG가 두산을 의식하는 것을 의식하고 경기를 한다. 양석환은 올시즌 LG에서 트레이드 된 뒤 꾸준히 미디어로부터 주목받은 선수다. 양석환을 주고 함덕주를 데려와 계산 만큼 쓰지 못한 LG에는 아픔이었다. 김 감독은 벼량 끝까지 몰린 경기에서 심리적 승부수를 띄웠고, 기 막힌 결과가 나왔다.
LG전에 잘 통하는 이영하도 불펜으로 집중투입하고 있다. 이영하는 지난 9월12일 LG와 더블헤더 2경기 모두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이날도 이영하를 더블헤더 2경기 모두에 올렸다. 2차전에선 9회초 이영하를 올려 무실점으로 이닝을 넘긴 뒤 9회말 1점차 열세를 극복했다. 이영하는 올해 LG전에서 5경기 8.2이닝을 던지며 1안타에 3볼넷 1실점만을 하고 있다.
시즌 종반, 가을야구로 갈수록 감독의 ‘촉’은 더욱 더 부각된다. 양석환 카드로 반전을 일으킨 김태형 감독의 ‘필링 베이스볼’이 이제 시작일지 아니면 끝일지 두산의 운명과 함께 갈 것으로 보인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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