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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사 2021. 10. 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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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제이가 춤을 춘다. 무엇과도 비교하지 않고, 즐기는 마음으로.
디테일 재킷과 팬츠는 구찌, 슬리브리스 톱은 혜인서 제품.

요즘 부쩍 바쁘죠?

몸이 세 개였으면 좋겠을 만큼 정신없죠. 하나는 방송이나 촬영 스케줄 다니는 나, 하나는 놀고 먹고 자는 나, 그리고 연습에만 몰두할 수 있는 나.

오늘 촬영장에 혼자 왔어요.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의 인기가 엄청나서 혼자 다니기 불편할 법도 한데, 털털한 사람이구나 했죠.

제가 댄서 경력이 길잖아요. 가수들의 인기가 폭발하는 것도, 거품이 빠지는 것도 봤어요. 인기라는 게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걸 알거든요. 많은 성원에 감사하지만, 취하지 않으려고 해요. 뭐, 아직 혼자 다녀도 큰 문제 없기도 하고요.

<스우파>가 이렇게나 많은 관심을 받을 거라 예상했나요?

상상도 못 했죠. 제가 댄스 관련 예능에 출연한 게 처음이 아니기도 하고, 큰 기대는 없었어요. ‘춤 좋아하는 사람들은 보겠지’ 정도의 마음. 그런데 이렇게나 폭발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 했죠.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방송에 출연한다는 건 달콤하지만, 때로는 매콤하기도 하죠. 첫 화에서 전 동료이자 후배 댄서 리헤이와의 과거사를 조명하기도 했고요.

함께 참여한다는 걸 녹화 첫날 가서 알았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관심이라는 건 감사하지만 무섭기도 해서 댓글을 잘 안 봐요. 출연하기로 했으니 열심히 하기로 마음먹었죠.

<스우파> 출연자 대부분이 ‘허니제이 쌤’이라 부르더라고요. 이제 그 호칭은 익숙하죠?

선생님이라 불리는 건 워낙 오래된 일이라 익숙해요. 학교와 학원, 개인 레슨을 포함해 이래저래 거쳐간 제자가 1천 명은 될 거예요. 호칭에 개의치 않으려고 해요. 주체적으로 행동하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중요하다 생각하거든요.

방송 초반 몇 번의 개인 배틀에서 졌고, 홀리뱅은 순위가 하위권에 있었어요. 하지만 허니제이는 판정 결과와 별개로 패배한 사람 같지 않았어요.

판정 결과에 불만을 가진다고 달라질 게 없잖아요. 건의해서 바뀔 거라면 목숨 걸고서라도 바꿨겠죠. 춤에 정답은 없고, 저는 잘했으니까요. 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죠. 결과에 승복하고, 최선의 방법을 찾아 다음 게획을 짜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저는 모든 배틀과 무대에서 잘했으니, 그거면 됐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폭발적인 반응과 함께 메가 크루 미션에서 홀리뱅이 1위를 했어요. 보란 듯이.

결국 1등 했지 뭐예요.(웃음) 무대를 준비할 때는 퍼포먼스가 하나의 그림이라 생각하고 흐름을 중요하게 짜요. 도화지에 춤으로 그림을 그리는 거죠. 힘의 강약 조절을 중요시하고, 인트로에 해당하는 첫 15초에 몰입감이 있도록 짰어요. 그리고 홀리뱅만의 개성 표현이 가장 중요해요. 세고 자극적인 것도 좋지만, 저희는 또 보고 싶은 무대를 만들고 싶어요. 어떤 댓글에 “홀리뱅은 평양냉면 같은 팀”이라고 했는데, 재밌고 기분 좋더라고요.(웃음)

팔다리가 찢어져라 힘 있게 추는 댄서도, 첫 배틀부터 바지를 벗는 참가자도 있었는데, 그에 반해 허니제이와 홀리뱅의 춤과 무대는 강약 조절이 돋보였어요. 우아했죠.

제가 멋지다 생각하는 기준대로 추거든요. 들여다볼수록 디테일이 있고, 여유를 담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어릴 때는 힘으로만 춤을 췄는데 어느 순간 그것만 멋진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어느 날 어떤 댄서의 영상을 보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여유와 멋을 느꼈어요. 이건 뭐지? 어떻게 하면 저런 느낌을 낼 수 있지? 이후 힘 빼고 추는 연습을 했어요.

인터뷰 중인 10월 10일 기준으로 <스우파>는 6화까지 공개됐어요. 세미파이널과 결승이 남았죠. 이 방송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게 남았나요?

우승하면 좋죠. 다만 저희 홀리뱅은 출연 전부터 목적이 우승만은 아니었어요. 대중적으로 오래 기억에 남을 만큼 인상적이고 좋은 무대를 저희 스타일로 보여주는 게 목표예요.

“1등 해도 기억에 남지 않으면 아무소용 없잖아요. 그래서 우리도만족하고 사람들도 좋아하는 무대를만들고 싶은 거죠.”

방송보다 멀리 보는 목표가 있네요.

1등 해도 기억에 남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잖아요. 그래서 우리도 만족하고 사람들도 좋아하는 무대를 만들고 싶은 거죠. 파이널 무대에 오르고 싶은 것도 우승보다는 저희 무대를 보여주고 싶어서예요.

홀리뱅만의 매력은 뭘까요?

우아한 갱스터 같은 느낌이랄까?(웃음) 강해 보이는데, 근사한 춤. 홀리뱅은 멋을 아는 사람들이 모인 팀이에요. 멤버 모두 제 제자이고, 현재는 댄스 신에서도 잘 추는 댄서예요. 저희 팀은 그냥 멋만 쫓는 게 아니라 춤출 때 뭐가 중요한지 알고 있어요. 추구하는 춤의 역사를 알고, 깊이 있게 탐구한 댄서인 만큼 움직임이 다를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저희는 가족이라 불러도 될 만큼의 관계예요. 멤버 중 저와 12년 정도 함께한 친구도 있어요. 모두 묵묵하게 좋아하는 것과 할 일을 하는 친구들이고요.

그런 면에서 <스우파> 출연은 허니제이가 가족 같은 멤버들을 위해 앞장선 것과 같겠어요.

동생들이 더 주목받기를 원하는 마음이 있죠. 한편으로 홀리뱅에서 저만 돋보이는 게 미안하기도 했어요. 저는 경력도 길고 운 좋게 어릴 때부터 댄스 신에서 유명했거든요. 물론 유명세가 모든 면에서 좋은 건 아니지만, 동생들이 제 그림자에 가려지기도 할 거예요. 분명 잘하는 애들인데, 세상은 홀리뱅 전체가 아니라 저만 찾는 경우가 많으니까 안타깝기도 했죠. 그래서 농담 반, 진담 반 혼내기도 해요. 좀 나대도 된다고. 그래도 <스우파> 출연으로 홀리뱅이 더 알려진다는 게 기뻐요.

허니제이는 지금 댄서로서 완성됐나요?

당연히 아니죠. 앞으로 하고 싶은 게 얼마나 많은데요. 20년 넘게 췄는데, 아직도 프리스타일로 추라고 하면 떨리고 긴장되고, 생각대로 안 되고 그래요. 갖고 놀듯이 추려면 한참 멀었죠.

춤은 언제부터 췄어요?

무대에 오르고 대회에 출전한 건 중학생 때예요. 그때부터 댄스 팀에 불려 다니고.

여전히 춤추는 게 그렇게 재밌어요?

그럼요. 무대에 오르는 게 제일 좋아요.

이유가 뭘까요?

솔직하게 말하면, 잘하는 거라서 그런 것 같아요.

베테랑이 그렇게 말하니 참 멋지게 들리네요.

춤에 소질이 없었다면 안 췄을 거예요. 처음 출 때부터 잘 췄거든요. 초등학교 2학년 때였나? 친척 언니 집에 놀러 갔는데, 언니들이 H.O.T.의 ‘캔디’를 추는 거예요. 저보고 같이 추자길래 해봤더니, 애가 너무 잘하는 거야. 이후 학교 축제 장기자랑 무대에서도 춤췄더니 선생님들도 놀라고 다들 잘한다고 칭찬해주니까, 신나서 즐기며 했죠. 그렇게 시작해서 지금까지 온 거예요.

지금까지 춤을 춘 무대를 통틀어 유독 애착이 가는 게 있나요?

미소의 ‘Take Me’에 맞춰 솔로 댄스를 췄을 때. 모든 무대를 통틀어 유일하게 슬픔을 담은 춤을 췄거든요. 제가 힙합과 어울리는 춤을 선호하기도 하고, 강해 보이고 유혹하듯 섹시한 춤을 주로 췄잖아요. 그런데 ‘Take Me’ 무대를 준비할 때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어서 자주 울었어요. 센 춤을 도저히 못 추겠더라고요. 그래서 슬픈 느낌 그대로 춤에 담았어요. 그리고 마지막 동작대로 누워서 무대를 끝냈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아티스트에게 창작이란 일상과 분리할 수 없는 게 아닌가 해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슬픈데 기쁜 얼굴로 춤추는 건 어려운 일이잖아요.

2021년이 두 달밖에 안 남았어요. 올해를 <스우파>로 뜨겁게 보내기도 한 만큼 목표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해요.

폭발적인 대중의 관심을 실망시키지 않고 이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준비를 해야죠. <스우파>가 종영하면 어느 정도 관심이 식을 수 있겠지만 그러지 않도록 멋진 무대를 준비해야죠. 제가 댄스 신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일이라면 정말 열심히 할 수 있어요.

문득 잠실 주경기장 규모를 댄서들의 무대로만 채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날이 올 거예요.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댄스 대회가 몇 만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공연장에서 열리기도 하거든요. 한국에서도 분명 그런 날이 올 거예요. 목표라는 말은 거창하니까, 댄서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죠.

셔츠 원피스는 발렌티노, 밴딩 디테일 톱은 도혜윤, 롱부츠는 발렌티노 가라바니, 곰돌이 네크리스는 Oht뉴욕 제품.
입체감이 느껴지는 커팅 드레스는 업눈, 볼캡은 페인터스, 네크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화이트 셔츠, 블랙 뷔스티에, 네크리스, 이어링, 링은 모두 디올 제품.
후프 디테일 드레스는 선우, 레더 글로브는 카우기 제품.
스터드 디테일 원피스는 로에베 제품.
니트 톱과 이어링은 보테가 베네타 제품.

CONTRIBUTING EDITOR : 양보연 | PHOTOGRAPHY : 채대한 | STYLIST : 현국선 | HAIR : 임안나 | MAKE-UP : 김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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