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어떻게'의 정치

김재태 편집위원 2021. 10. 25.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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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시사저널의 한 독자위원이 보내주신 소중한 의견이 리뷰 지면에 실렸다.

'대통령 후보 선출이 한창이다. 대장동부터 고발 사주 의혹에 이르기까지 네거티브 공방이 오가고 총체적 난국이다. 좌우 경쟁 논리에 빠져 비판의 날만 세울 게 아니라 민심이 원하는 지도자상이 무엇인지 방향을 제시하는 살아있는 펜은 없는가.' 요약하자면, 이 혼란한 대선 경쟁 속에서 언론이 부화뇌동하지 말고 중심을 잡아 독자들이 알고자 하는, 또 알아야 할 내용을 제대로 짚어 보도해 달라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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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김재태 편집위원)

지난주 시사저널의 한 독자위원이 보내주신 소중한 의견이 리뷰 지면에 실렸다. '대통령 후보 선출이 한창이다. 대장동부터 고발 사주 의혹에 이르기까지 네거티브 공방이 오가고… 총체적 난국이다. 좌우 경쟁 논리에 빠져 비판의 날만 세울 게 아니라 민심이 원하는 지도자상이 무엇인지 방향을 제시하는 살아있는 펜은 없는가.' 요약하자면, 이 혼란한 대선 경쟁 속에서 언론이 부화뇌동하지 말고 중심을 잡아 독자들이 알고자 하는, 또 알아야 할 내용을 제대로 짚어 보도해 달라는 주문이다.

이 글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민심이 원하는 지도자상'이란 대목이다. 글을 쓰신 독자위원은 언론이 대선후보와 관련한 이런저런 이슈에 매달리기보다 이 시대 국민에게 필요한 대통령의 자질과 능력을 제시하는 일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바랐다. 민심이 원하는 지도자상이란 달리 말하면 민심을 제대로 꿰뚫어 보고 그에 맞는 일을 찾아서 해내는 '해결사'로서의 표상이다. 다른 후보를 깎아내리기 위해 공격하기 바쁜 후보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말을 앞세우는 지도자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독자위원 글을 읽고 나서 지난 1660호 시사저널에 실린 '대권 향배를 보려면 대선캠프를 들여다보라'라는 기사를 다시 읽어봤다. 캠프 관계자 말을 통해 후보의 장단점·정책 등을 소개하는 내용이 지면에 담겼다. 각 캠프의 참모진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기사에는 '정치인으로서 (후보가 지닌)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이라고 보나'라는 질문이 공통으로 포함돼 있다. 그에 대한 답변에서는 '남의 얘기를 잘 들어준다' '마음이 따뜻하다' '소탈하다' 등 성품·태도와 관련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물론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소탈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포용할 줄 아는 품성도 대통령 후보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서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무슨 자랑거리가 아니라 그냥 기본 중의 기본일 뿐이다. 그런 성품을 가진 사람은 그들 말고도 대한민국에 차고 넘친다.

ⓒ국회사진기자단

지금 경쟁 중인 대선후보들이 혹은 토론회를 통해서, 혹은 언론을 통해서 많은 말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내용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6하 원칙'으로 따지면 '누가, 언제, 어디서, 왜, 무엇을'까지는 거의 다 언급하지만 정작 중요한 '어떻게'를 중요하게 말하는 후보는 드물다. 즉, 문제 제시에는 열심이지만, 그것을 제대로 처리할 '문제 해결 능력'을 드러내는 데는 소홀하다는 얘기다. 부동산 문제, 공정성 회복 등이 이 시대가 당면한 사회 이슈임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대선후보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이 문제를 꺼내들면서 자신이 잘 해결할 수 있다고 공언한다. '누가, 언제, 어디서, 왜, 무엇을'까지는 이미 충분히 거론돼 있는 셈이다. 남은 과제는 '어떻게'의 디테일이다. 현안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성공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알리는 일이 그만큼 중요하다. 지금 '민심이 원하는 지도자'는 바로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혹자는 '대장동' '고발 사주' 의혹 등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혼탁한 상황에서 지도자상을 따로 생각해볼 여유가 어디 있겠느냐고 따져 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더 눈 부릅뜨고 가장 기본적인 가치에 시선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후보가 민심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민심이 대통령을 만들어내는 것이고, 또 그래야만 선거가 선거다워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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