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정신 혼미해지는 트랙 위 포르쉐 GT

2021. 10. 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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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쉐 GT 미디어 트랙 익스피리언스
 -718 카이맨 GT4, 카이엔 터보 GT 국내 최초 공개
 -911 GT3, 완성도 높은 주행 실력과 접지력 인상적

 촉촉한 가을비가 내려 앉은 이른 아침부터 기자들이 속속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 모이기 시작했다. 포르쉐코리아가 마련한 GT 미디어 트랙 익스피리언스를 참가하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저마다 기대와 설렘에 찬 표정으로 가득했고 추워진 날씨와 다르게 행사장은 후끈한 열기가 감돌았다. 

 이날 최초 공개된 2종의 신차(718 카이맨 GT4, 카이엔 터보 GT)를 비롯해 포르쉐 최상위 라인업에 위치한 911 GT3를 직접 타볼 기회가 주어졌다. 크기와 형태만 다를 뿐 각 차들은 포르쉐 모터스포츠 DNA를 품은 채 명렬히 질주했고 완성도는 절정에 달했다. 적당한 긴장과 스릴, 즐거움으로 포르쉐가 어떤 브랜드인지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시간이었다.

 ▲잠이 확 깨는 짜릿한 첫 만남
 첫 순서는 서킷에 들어가 직접 차의 성격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비가 내린 탓에 노면이 젖어있었고 안전을 고려해 인스트럭터 동승으로 체험이 이뤄졌다. 맨 처음 탑승한 차는 파란색 911 GT3다. 포르쉐 모터스포츠 부서와 함께 개발한 신형 GT3는 순수 레이싱 기술을 폭넓게 채택했다. 더블 위시본 프런트 서스펜션, 정교한 에어로다이내믹의 스완 넥 리어 윙, GT 레이스카인 911 RSR에서 가져온 디퓨저가 특징이다.

 동승만으로는 변화의 차이를 직접 경험하기 힘들었지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기존 911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스포츠카를 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강한 출력과 폭발적인 사운드, 민첩한 움직임으로 서킷을 정복해 나갔다. 노면이 미끄러운 상황에서도 차는 안정적인 자세로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여줬고 경주차처럼 가볍고 재빠르게 자세를 고치며 코너를 통과했다.

 긴장이 채 풀리기도 전에 차를 718 카이맨 GT4로 바꿔 탔다. 포르쉐 GT 시리즈 중 엔트리 라인업을 담당하고 있지만 실력만큼은 형들을 압도한다. 특히 중앙 엔진 배치와 최적화된 앞뒤 무게배분이 주는 균형감은 단연 일품이다. 코너를 들어가고 나오는 인스트럭터의 움직임을 정확하고 빠르게 파악한 뒤 날렵한 반응을 이끌어낸다. 가벼운 몸무게도 경쾌한 주행에 도움을 주고 날 것 그대로의 성격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스릴을 맛볼 수 있었다. 

 마지막 동승은 카이엔 터보 GT다.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 서킷을 7분38.9초에 주파해 SUV 부문 공식 신기록을 세운만큼 얼마나 강한 실력을 보여줄 지 기대가 컸다. 그리고 차는 기대를 200% 만족시키면서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짧은 동승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받았고 SUV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온전한 스포츠카의 움직임을 보여줬다. 강한 출력을 바탕으로 내딛는 고속주행은 물론 칼 같은 코너에서의 움직임까지 라이벌 고성능 SUV를 압도하는 실력을 지녔다. 최신 포르쉐 GT 시리즈를 동승하며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됐고 아침 잠이 확 깨는 짜릿한 첫 만남이었다. 

 ▲미래에도 변함없는 가치
 가장 진보된 내연기관 차를 만난 뒤 이번에는 포르쉐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 이어졌다. 순수 전기차 타이칸 시리즈의 서킷 테스트다. 다행히 비도 그치고 땅도 마르면서 두 번째 세션부터는 직접 운전대를 잡을 수 있었다. 준비된 차는 가장 강한 성능을 뿜어내는 터보 S와 볼륨 트림에 속하는 4S로 번갈아 타며 차이를 경험했다. 

 고요하게 패독을 빠져나간 터보 S는 가공할만한 실력으로 소리 없이 강하게 서킷을 정복했다. 전기차 특징인 낮은 무게중심을 살려 어느 포르쉐보다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줬고 순간적인 전기 파워트레인의 힘은 정신을 잃을 정도로 짜릿했다. 919 하이브리드 경주차에서 가져온 가상 사운드까지 더하면 서킷에서 

 4S 역시 터보 S 못지 않은 실력을 보여줬다. 타이칸 부류에서는 엔트리를 담당하지만 최고출력 571마력, 0→100㎞/h 가속시간 4초, 최고속도 250㎞/h 숫자는 웬만한 고성능 내연기관차 보다 높다. 오히려 터보 S의 무지막지한 펀치력보다 더 다루기 쉽고 유연하게 내달린다. 4S 만으로도 충분한 성능과 운전 즐거움을 맛볼 수 있으며 포르쉐가 가진 정체성까지 확인 가능하다. 

 한편으로는 전동화 전략에 맞춰 변모할 브랜드의 미래 전략도 알 수 있었다. 시대가 바뀌어도 스포츠 드라이빙의 방향과 목표는 한결같고 고집스러운 완성도로 내놓은 타이칸이 이를 증명하는 첫 걸음이다. 고성능 대배기량 GT 시리즈 감동은 잠시 접어두고 타이칸 매력에 한동안 빠져 나오질 못했다. 

 ▲코너 속의 코너, 기대 이상의 매력
 점심을 먹고 패독 뒤편에 마련된 짐카나 코스로 이동했다. 일정한 장애물 코스를 주행하며 참가자끼리의 랩타임 경쟁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이 곳에서는 718 박스터 GTS 4.0과 911 터보 S가 참가자를 맞이했다. 넓은 공터에는 콘이 수십여 개 놓여 있었고 각 위치에서 기록지를 든 인스트럭터 손에는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길을 숙지하고 두 차를 옮겨 타며 기록을 쟀다. 좁은 콘 사이를 통과할 때는 확실히 작고 균형감 높은 박스터가 유리했다. 다만 빠르게 내달리거나 멈춰야 할 때는 엄청난 순간 파워를 지는 911이 강점을 보였다. 또 경쟁 심리가 발동한 탓에 원 선회 구간에서는 언더스티어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라바콘을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민첩한 핸들링이 인상적이다. 순위 경쟁을 넘어 포르쉐 엔트리와 최상급 라인업 두 대가 보여준 각기 다른 자세, 그리고 그 속에서 느낀 순간적인 힘과 예리한 반응이 인상적이었다. 

 ▲GT 시리즈의 무한한 가능성
 오늘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GT 시리즈를 직접 운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처음 마주한 차는 노란색 718 카이맨 GT4다. 대형 쿨링 에어 인테이크가 장착된 새로운 범퍼와 프론트 스플리터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20인치 전용 휠과 측면에 마련된 공기통로, 거대한 날개까지 심상치 않은 자세를 보여줬다. 실내는 직경 360㎜의 GT4 스포츠 스티어링 휠과 알칸타라 패널로 멋을 냈다.

 동력계는 수평대향 6기통 4.0ℓ 자연흡기 엔진과 7단 PDK 조합이며 최고 428마력, 최대 42.8kg∙m의 성능을 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시간은 단 3.9초다. 차는 앙칼진 소리를 내며 경쾌하게 뻗어나간다. 여기에 가벼운 몸무게를 적극 살려 민첩하게 코너를 통과했다. 

 포르쉐는 신형 카이맨 GT4를 만들면서 다운포스에 많은 공을 들였다 실제 리어 액슬 다운포스의 30%를 차지하는 다기능 디퓨저를 장착하고 공기 흐름을 원활히 하기 위해 에어로다이내믹 하체 하부 패널을 탑재했다. 그 결과 전 세대 GT4 대비 다운포스는 50% 증가했고 무게로 환산하면 최대 122㎏ 묵직해졌다. 가뿐한 중량으로 누구보다 빠르게 코너를 통과 하면서도 고속에서 엄청난 안정감을 발휘하는 이유다. 

 이 외에 주행에 도움을 주는 각 요소들은 전 세대 GT3의 기능을 대부분 갖고 왔다. 그 결과 체급을 뛰어넘는 완벽한 움직임을 보여주면서도 가끔은 뒤를 흘리며 운전자에게 적당한 스릴도 안겨준다. 강한 출력만 믿고 스로틀을 열면 자칫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차의 성격을 파악하고 한 몸이 되어 움직이다 보면 운전 실력은 저절로 늘어날 듯하다. 

 짧지만 강렬했던 주행을 마치고 파란색 911 GT3로 옮겨 탔다. 한층 높아진 주파수의 엔진음과 강하게 터지는 배기음이 조화를 이루며 시작부터 분위기를 압도했다. 신형 GT3는 수평대향 6기통 4.0ℓ로 최고 510마력을 발휘한다. 인상적인 사운드를 내뿜는 고회전 엔진은 신형 911 GT3 컵에도 사용한다. 변속기는 7단 PDK가 맞물리며 0→100㎞/h 가속시간 3.4초, 최고속도 318㎞/h에 이른다. 출력은 고작 10마력 높아졌을 뿐인데 극한의 테스트 장소인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의 랩타임은 이전 제품보다 17초 단축했다. 

 이성적 판단으로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차를 몰고 서킷을 몇 바퀴 돌아보니 수긍이 갔다. 바뀐 앞쪽 서스펜션과 하체 세팅, 보다 높아진 접지력이 조화를 이뤄 앞머리를 차분하게 눌렀고 더 빠른 속도에서 코너 진입과 탈출이 가능했다. 환상적인 뒤쪽 반응까지 더해 차는 완성도 높은 트랙용 스포츠카로 변신했고 인제 스피디움을 내 집 안방처럼 뒹굴었다. 기대 이상의 반응과 순간 펀치력, 균형감까지 어느 한 부분 흠 잡을 곳이 없었다.

 마지막으로는 카이엔 쿠페 터보 GT를 탔다. V8 4.0ℓ 바이터보를 가지고 일반 카이엔 쿠페 터보보다 92마력 높은 최고 650마력을 발휘한다. 최대토크는 이전 제품보다 8.1kg∙m 증가한 86.7kg∙m이다. 또 크랭크축 드라이브, 터보차저, 연료 직분사, 흡기 시스템 및 인터쿨러 등을 전부 바뀌 완전히 새로운 차로 거듭났다. 

 결과는 놀라웠다. 지금까지 수많은 고성능 SUV를 접해봤지만 카이엔 쿠페 터보 GT만큼의 운동실력을 지닌 차는 없었다. 높은 무게중심과 거대한 크기를 깔끔하게 무시하고 바닥에 바짝 달라 붙어 달리는 일반 스포츠카와 동일한 느낌을 전달한다. 눈에 보이는 시야만 높을 뿐 여느 포르쉐 스포츠카와 다름 없는 모습이다. 굵직한 사운드와 엄청난 토크로 밀어붙이는 순간에는 이성의 끈을 놓을 정도로 몰입감이 상당했다. 

 카이맨 GT4와 911 GT3는 오랜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잘 달리는 스포츠카로 알고 있었지만 카이엔 쿠페가 서킷에서 주인공이 될 줄은 전혀 몰랐다. 가장 큰 충격과 인상을 안겨준 차이며 포르쉐가 만들면 어떤 세그먼트도 제약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GT 시리즈는 일반적인 라인업에 속하며 서브 역할을 자처하는 추가 트림이 아니다. 포르쉐 모터스포츠 정신을 뜻하며 현재와 미래를 계승해 나간다는 징표다. 그만큼 브랜드의 가장 최신 드라이빙 기술력이 집약된 차이며 라이벌은 흉내 낼 수 없는 강한 매력을 동시에 품고 있다. 

 고귀한 태생으로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인정 받아 온 것처럼 앞으로의 포르쉐 GT도 그 길을 고스란히 따라 갈 예정이다. 더 빠르고 완벽하며 모두를 놀라게 할 준비도 마친 만큼 신형 GT카들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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