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리포트] 너무나 높았던 'KB스타즈의 기둥' 박지수, 하지만 여전했던 박지수 의존도

정병민 2021. 10. 25.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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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박지수(196cm, C)는 박지수였지만 의존도가 너무 높았다.

청주 KB스타즈는 지난 24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삼성생명 여자프로농구 개막전에서 용인 삼성생명을 68–59로 꺾었다. 코트를 밟은 모든 선수들이 제 실력을 발휘했다. 선수들은 고른 활약을 앞세워 김완수 감독에게 데뷔 전 승리를 선물했다.

KB스타즈는 매 시즌 박지수 의존도가 높았다. 또한 주전 선수와 벤치 멤버들의 편차가 큰 팀 중 하나였다.

그래서 박지수가 휴식을 취할 때면, 항상 상대팀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쉽게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다. 그로 인해 박지수는 오랜 시간 벤치에 앉아있을 수 없었다. 또한 박지수가 코트에 없으면 KB스타즈의 공격 흐름은 정체됐다. 답답한 공격의 연속이었다.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도 이 부분을 잘 알고 있었다. 경기 전 “두 선수(박지수와 강이슬)를 다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대한 인사이드에 위치한 박지수를 막겠다. 박지수로부터 파생되는 공격 옵션을 차단하겠다”고 경기 준비 상황을 알렸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KB스타즈의 ‘국가대표 듀오’ 박지수와 강이슬(180cm, F)의 화력을 제어하지 못했다. 총 68점 중 두 선수에게 40점을 실점했다.

삼성생명은 박지수도 막지 못했다. 박지수는 1쿼터 예열을 하기 시작했다. 2쿼터부터 본격적으로 공수에서 존재감을 뽐냈다. 삼성생명의 완벽한 박스아웃에도 압도적인 신장의 우위로 리바운드에 성공했다. 삼성생명은 3명의 도움수비로 박지수를 차단하고자 했으나 실패했다.

KB스타즈의 가드진들은 박지수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편하게 외곽슛 시도에 나설 수 있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박지수는 “동료들이 날 믿고 편히 슛 쏠 수 있도록 리바운드에 집중하려 했다. 근데 슛도 잘 들어가서 편하게 경기할 수 있었다”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박지수와 허예은(163cm, G)의 2대2 플레이도 돋보였다. 허예은은 영리하게 박지수를 이용했다. 재빠른 스피드로 삼성생명의 수비를 벗겨낸 후, 득점에 성공했다. 본인의 찬스가 여의치 않으면 곧바로 박지수에게 어시스트했다. 경기 내내 박지수와 좋은 호흡을 자랑했다.

삼성생명은 후반전 끈질기게 추격에 나섰다. KB스타즈 선수들은 삼성생명의 압박 수비와 빠른 로테이션 수비에 당황했다. 삼성생명은 후반전 들어서 짜임새 있는 수비를 바탕으로 투 포제션(2번의 공격권이 필요한 상황) 경기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끝끝내 박지수의 높이를 넘어서지 못했다.

추격 상황에서 박지수의 블록슛을 너무 의식했다. 노마크 레이업이나 쉬운 골밑 슛도 많이 놓쳤다. 올라가도 여지없이 블록슛 당했다. 삼성생명으로서 아쉬움이 안 남을 수가 없다.

하지만 박지수의 약점도 뚜렷하게 드러난 경기였다. 박지수의 수비 반경은 넓지 않았다. 이 점을 삼성생명이 잘 활용했다. 박지수를 최대한 외곽으로 끌어냈다. 위크 사이드(볼이 있는 반대 방향)나 골밑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을 잘 살렸다. 또한 배혜윤(182cm, C)은 박지수가 수비를 깊게 나오지 않자 미드-레인지 점퍼로 득점에 나섰다.

박지수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스피드가 확연히 느렸다. 삼성생명은 3쿼터부터 대부분의 트랜지션(공수 전환)상황을 빠르게 가져갔다. 박지수의 느린 발을 공략하겠다는 임근배 감독의 노림수였다. 박지수의 체력적인 문제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박지수는 이날 31분 34초를 소화했다. 강이슬 다음으로 2번째 많은 출장시간이었다. KB스타즈는 최희진(180cm, F)과 김소담(185cm, C)기용을 통해 최대한 박지수의 휴식 시간을 보장해주고자 했다.

최희진은 이날 외곽에서 쏠쏠한 활약을 보였다. 김완수 감독의 기대에 어느정도 부응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삼성생명의 본격적인 추격이 박지수의 휴식시간부터 시작된 걸 보면 안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즌을 거듭하면서 개선해 나가야 할 과제로 꼽혔다.

이 부분 때문에 KB스타즈가 강이슬을 영입한 이유이기도 하다. 박지수와 내 외곽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서, 박지수의 휴식시간 때 공격을 이끌어 갈수 있는 자원이기도 하다. 삼성생명과의 경기에선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냈다.

KB스타즈는 박지수가 존재하는 한 매 시즌 우승후보로 군림해왔다. 이 부분을 박지수도 잘 알고 있었다.

“작년부터 코로나19로 외국인 선수가 없고, 룰도 점점 바뀌고 있다. 하지만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자만하지 않겠다. 매 시즌 우승후보라 평가됐지만, 우승은 단 한 번뿐이었다. 도전자의 입장에서 경기를 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팬분들에게 즐거운 농구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하며 절대 방심하지 않는 태도였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틀로 판을 짜고 있는 KB스타즈다. 아직 완성도가 높진 않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하게 준비하고 있는 김완수 감독이다. 

 

김완수 감독이 원하는 틀의 첫 번째 뼈대는 박지수 의존도를 줄이고, 주전 선수와 벤치 멤버들의 격차 줄이기다. 이 부분만 완벽하게 해결해낸다면 김 감독의 목표인 통합우승은 전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 제공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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