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20명이 만든 세계자연유산 제주 '불의 숨길'의 모습은..

홍수영 기자 2021. 10.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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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프로젝트 '불의 숨길-자연·인간·생명의 길'
내년 1월9일까지 제주도립미술관서 미디어 아트전시로 공개
'불의 숨길'은 지난해 제주에서 개막한 세계유산축전과 함께 처음 공개됐다. 올해도 17일간의 축제기간 동안 트래킹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비대면으로 전면 전환됐다. 이를 대신해 ‘불의 숨길’을 만나고 싶은 이들은 31일까지 방송, 유튜브, 오디오클립 등에서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사진은 '불의 숨길' 중 2구간의 모습.2021.10.25/뉴스1© News1 홍수영 기자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1년에 한 번 열리는 길이 있다. 단 며칠 ‘세계유산축전-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이 길은 ‘불의 숨길’이라고 불린다.

‘불의 숨길’의 중심에는 거문오름용암동굴계가 있다. 2007년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성산일출봉 응회구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거문오름에서 분출된 용암은 북동쪽으로 월정리 해안까지 흐르며 길을 만들었다. 뜨거운 열기를 뿜으며 거칠게 흘러내린 용암의 흔적은 오늘날 시원한 동굴에서, 수풀이 우거진 곶자왈에서, 푸른 바다와 맞닿은 현무암 해안가에서 느낄 수 있다.

지난해 세계유산축전 개막과 함께 처음 공개됐으며 올해도 17일간의 축제기간 동안 트래킹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비대면으로 전면 전환됐다. 이를 대신해 ‘불의 숨길’을 만나고 싶은 이들은 31일까지 방송, 유튜브, 오디오클립 등에서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불의 숨길'은 지난해 제주에서 개막한 세계유산축전과 함께 처음 공개됐다. 사진은 '불의 숨길' 4구간에 설치됐던 이승균·송율 작가의 '걷다가 흘린 세덩어리와 한 조각'.2021.10.25/뉴스1© News1 홍수영 기자

특히 올해는 전 세계 유일의 대규모 야외 아트 프로젝트 ‘불의 숨길-자연·인간·생명의 길’이 마련됐다. 세계자연유산 제주를 ‘자연미술’, ‘대지미술’로 재해석한 예술가 20명(팀)의 작품이 ‘불의 숨길’ 곳곳에 설치됐다. 최대한 주변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어우러지게 하기 위해 나무와 흙 등 천연재료가 주요 소재가 됐다.

비대면 축제로 전환되면서 현장에서 작품을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내년 1월9일까지 제주도립미술관 기획전시실2에서 몰입형 미디어 아트전시로 만나볼 수 있고 유튜브를 통해서도 작품을 담은 사진과 영상이 공개 중이다.

이제는 현장에서 모두 철수했지만 선공개 됐던 일부 작품을 소개한다.

'불의 숨길'은 지난해 제주에서 개막한 세계유산축전과 함께 처음 공개됐다. 사진은 '불의 숨길' 4구간 시작점인 만장굴 1입구에 설치된 김가빈 작가의 ‘순례자를 위한 드림캐쳐’.2021.10.25/뉴스1© News1 홍수영 기자

‘불의 숨길’ 4구간에는 총 6개의 작품이 설치됐다.

그 시작점인 만장굴 1입구에는 김가빈 작가의 ‘순례자를 위한 드림캐쳐’가 있었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전통 장식물 ‘드림캐처’에서 영감을 얻어 불의 기운을 머금은 화산송이로 표현했다. 좋은 꿈을 꾸도록 도와준다는 드림캐처의 전설처럼 안녕을 기원한다.

‘불의 숨길’의 시작인 용암을 담아낸 작품도 있다. 최용선 작가의 ‘꺼지지 않는 불꽃’이다. 4구간 중 용천동굴발견지에 도착하기 전 만날 수 있었다.

'불의 숨길'은 지난해 제주에서 개막한 세계유산축전과 함께 처음 공개됐다. 사진은 '불의 숨길' 4구간 시작점인 만장굴 1입구에 설치된 최용선 작가의 ‘꺼지지 않는 불꽃’.2021.10.25/뉴스1© News1 홍수영 기자

용암이 흘렀던 흔적을 따라 들판에 돌을 쌓아 경계를 만들어놓은 길 가운데 작품이 설치되면서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했다. 불과 상극인 나무를 이용해 용암의 기세를 담아냈다. 가까이서 하나하나 뜯어보다 보면 나무와 철이 불꽃처럼 타오를 것 같은 인상을 준다.

4구간의 끝에선 이응우 작가의 ‘불과 바람’ 작품이 순례자들을 배웅했다.

김녕 앞바다를 배경 삼아 그 자체로 풍경이 된 이 작품은 제주의 자연과 역사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들끓는 용암이 바람을 타고 흘러 거친 파도를 만나 불꽃이 튀던 그 순간을 그려냈다. 그래서일까 검은 현무암 위로 불기둥이 치솟는 듯한 착각을 준다.

'불의 숨길'은 지난해 제주에서 개막한 세계유산축전과 함께 처음 공개됐다. 사진은 '불의 숨길' 4구간 이응우 작가의 ‘불과 바람’ 작품.2021.10.25/뉴스1© News1 홍수영 기자

현장에서 공개되지 못해 짙은 아쉬움을 남긴 작품도 있다. 2구간에 설치됐던 배성미 작가의 ‘숲속의 단서들’이다.

평소 비공개 구간으로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아 세계자연유산 그대로를 품고 있는 이 길을 그 자체로 예술작품으로 승화한 작품이다.

곳곳에 수수께끼처럼 설치된 주황색 망원경은 우리가 쉽게 놓칠 수 있는 무언가를 되새겨보게 한다. 망원경을 들여다보면 수풀 사이로 숨겨진 명품지갑, 지폐 등 낯선 사물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무심코 지나가면 알 수 없는 것들이다. 작가는 순례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새로운 서사가 펼쳐지길 바랬다.

'불의 숨길'은 지난해 제주에서 개막한 세계유산축전과 함께 처음 공개됐다. 사진은 '불의 숨길' 2구간 배성미 작가의 ‘숲속의 단서들’.2021.10.25/뉴스1© News1 홍수영 기자

바로 인근에는 박봉기 작가의 ‘호흡’이 자리잡고 있었다.

제주 화산섬이 생기기 전 해양생물들의 터전이었을 이 자리에 다시 고래가 숲속을 유영하는 듯한 모습이다. 잠시 머물다간 이 고래처럼 제주에 존재하다 사라진 것들은 또 무엇이 있었을지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이처럼 ‘불의 숨길’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이번 아트 프로젝트는 순례자뿐만 아니라 세계자연유산 제주를 찾는 모든 이들에게 자연의 의미와 인간과의 공생에 대해 메시지를 던졌다. 비록 올해는 현장에서 공개되지는 못했지만 내년에는 더 많은 작품들이 설치돼 순례자의 발걸음마다 새로운 제주를 만나는 기회로 닿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불의 숨길'은 지난해 제주에서 개막한 세계유산축전과 함께 처음 공개됐다. 사진은 '불의 숨길' 2구간 박봉기 작가의 ‘호흡’.2021.10.25/뉴스1© News1 홍수영 기자

gw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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