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혼자산다' PD "연예인 집 자랑→박탈감? 새 얼굴로 다양성 높일 것"[EN:인터뷰③]
[뉴스엔 김명미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의 체온을 1도 정도 올리고 싶다. 화려한 라이프 스타일도 궁금하지만,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도 궁금하지 않나. 다각도로 조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지난 2013년 3월 첫 방송된 '나 혼자 산다'는 독신 남녀와 1인 가정이 늘어나는 세태를 반영해 혼자 사는 유명인들의 일상을 관찰 카메라 형태로 담은 예능. 여전히 높은 시청률과 인기를 누리고 있는 MBC의 간판 예능이지만 '연예인 집 자랑 돈 자랑 프로그램'이라는 비판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스타들의 화려한 삶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2월부터 '나 혼자 산다'의 연출을 맡아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허항 PD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섭외의 다양화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주 좋은 반응을 얻은 아누팜 트리파티 역시 인간적 면모에 이끌렸고, 최대한 시청자들에게 그의 이야기가 온전히 전달될 수 있도록 방송 전까지 편집에 힘을 쏟았다.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로 울림을 주는 것이 허항 PD가 이끄는 '나 혼자 산다'의 지향점이다. 이하 허항 PD와 일문일답.
-연예인들의 집 자랑이 불편하다는 시청자들도 많다. 부동산 상승과 맞물려 연예인들의 집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다. 제작진 입장에서도 고민스러울 것 같은데.
▲'나 혼자 산다' 자체가 혼자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조명하는 프로그램이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어떤 집에 사느냐'가 포인트가 아니라 '이 사람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울림과 공감대가 있겠다'는 스토리에 전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섭외한다.
사실 출연자의 주거 형태가 다양한데, 시청자들이 방송으로 볼 때는 너무 좋은 집이 나온다고 느꼈을 것 같다. 그 부분은 '저희가 꼭 그런 분들만 섭외한 건 전혀 아니'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저희는 어디까지나 방송적으로 재미가 있고, 좋은 스토리를 들려줄 수 있을 분들을 섭외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저희가 신인들을 많이 섭외하면서 다양성을 높였다고 생각한다. 저희가 그 부분에 대해 노력하고 있으니 조금만 지켜봐달라.
-'오징어게임' 아누팜 트리파티 씨의 섭외 비화가 궁금하다. (방송 전 진행된 인터뷰)
▲아누팜 씨는 한예종 학생이다. 당시 소속사도 없었고, 개인적으로 출연자를 통해 극적으로 연락이 닿았다. 연기에 집중하는 학생이라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도 거의 본 적이 없더라. 저희가 섭외 요청을 했을 때 주변에 많이 물어봤다고 하더라. 감사하게도 지인분들이 출연 권유를 해줘 저희에게 마음의 문을 열었다. 외국인의 일상을 '나 혼자 산다'가 담는 게 오랜만이었는데, 한 회에 담는 게 무리라고 생각될 만큼 많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었다. 최대한 인간적인 스토리를 담기 위해 지금도 편집하고 있다. 인상적인 회차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키 씨가 무지개 회원이 된 것이 '나 혼자 산다'에 새로운 분위기를 준 것 같다. 키 씨의 어떤 면을 보고 무지개회원으로 적격이라고 생각했는지?
▲키 씨는 연차가 굉장히 높은 대한민국 톱 아이돌이다. 아이돌의 선입견 중 하나가 '본인의 사생활을 시원하게 공개하지 않을 것이다'인데, 키 씨는 무지개 라이브 하는 날부터 그런 선입견을 완전히 깨줬다. 본인의 집, 라이프 스타일, 과거까지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나 혼자 산다'에 임하는 첫인상이 너무 좋았다. 트렌드에도 예민한 친구고, 요리도 잘하고, 다재다능하다. 군대 동기들과 MT를 가는 내용이 얼마 전 방송에 나갔는데, 그때 주변 사람들과 친화력 있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무지개 회원으로서 활력소 역할을 할 것 같다는 판단을 했다. 키 씨는 신입 회원으로서 감초 역할을 잘 하고 있고, 중요한 역할과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들려줄 수 있는 회원이 될 것 같다.
-올림픽 스타들부터 아누팜 트리파티까지 발빠른 섭외에 어려움도 많을 것 같다. 노하우가 있는지? 꼭 섭외하고 싶은 게스트가 있다면?
▲저희의 섭외 1순위는 '현재 가장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사람이 누굴까'이다. 올림픽 직후에는 금메달을 딴 오상욱 선수가 궁금하지 않을까 생각돼 연락을 드렸다. 제가 오기 전부터 '나 혼자 산다'의 섭외 원칙은 일단 한번 연락드리고, 꼭 이분을 만나는 것이다. 전화나 글로 표현되지 않는 오프라인 만남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또 작가님들이 항상 리스트업 작업을 발 빠르게 하고 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핫한 친구가 있다면 그때그때 리스트업을 한다. 그것이 '나 혼자 산다' 작가진의 강점이다. 그 중에서 전화를 드리고, 집으로 찾아가는 과정을 계속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출연자들이 사생활을 공개하고 마음을 열어주는 것 같다.
섭외하고 싶은 게스트는 역으로 기자님들에게 추천해달라고 하고 싶다. 톱스타들의 일상은 당연히 궁금할 것이고, 인터넷에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저희는 새로운 얼굴을 많이 발굴하고 싶다. 새롭게 독립을 했다거나,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재밌는 싱글 라이프를 누리고 있는 분들을 조명하고 싶다. 가장 섭외하고 싶은 게스트는 '새로운 얼굴'이다.
-'나 혼자 산다'를 연출한지 약 8개월 정도 됐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출연자는 누군가.
▲김경남 씨가 가장 기억에 남고, 내일 방송에 나갈 아누팜 씨도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두 분의 공통점은 자기 자리에서 굉장히 열심히 사는 분들이라는 점이다. 두 분 모두 '이렇게 해도 방송이 되냐'고 물어볼 만큼 당연하게 일상을 살았다. 예능인이 아니다 보니 예능적으로 재미를 추구하는 행동은 전혀 없었지만,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울림이 있다. 그런 따뜻한 울림을 줄 수 있는 에피소드를 많이 만들고 싶다.
추상적으로 이야기하면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의 체온을 1도 정도 올리고 싶다. 화려한 라이프 스타일도 궁금하지만,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도 궁금하지 않나. 다각도로 조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나 혼자 산다'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가가 유독 민감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연출자의 입장에서 전하고 싶은 당부의 말이 있다면?
▲PD는 프로그램으로 이야기해야 된다.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줄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아까 언급한 것과 비슷한 이야기지만,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이나 지적은 항상 수용할 준비가 돼있다. 하지만 출연자 개개인에 대한 악플은 자제를 부탁드린다. 출연자들이 마음고생을 너무 많이 하기도 했고, 프로그램을 보다가 불편한 부분이 있다면 100% 제작진의 잘못이다. 정확히는 PD의 잘못이다. 개인적인 공격이나 악플은 되도록 많이 자제해줬으면 좋겠고, 프로그램에 대한 목소리는 저희가 항상 경청하고 있다.
-어느덧 프로그램이 8주년을 맞았는데 터닝포인트도 계획 중인가.
▲가장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나 혼자 산다'는 여전히 큰 사랑을 받고 있고, 연예대상 수상자도 많이 배출했고, 올해의 프로그램상도 수상했다. 이미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이고,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PD가 바뀌었다고 갑자기 프로그램의 색깔이 바뀌거나 출연자가 확 바뀌는 것보다는 '나 혼자 산다'가 사랑받았던 요소가 무엇인지 신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나가면서 조금씩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변화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극적인 터닝포인트보다는 8주년을 맞은 만큼 기존에 사랑받았던 모습도 간직하고, 실험적으로 새로운 이야기도 만들어보고 싶다. 그렇게 하다 보면 시청자분들께 사랑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이 나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진=MBC 제공)
뉴스엔 김명미 mm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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