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령 불만으로 팀장 살해?..전문가가 본 '생수병 사건' 의문점 셋

이가영 기자 2021. 10.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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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현의 형사판] 형사법 전문가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와 함께하는 사건 되짚어 보기. 이번 주 독자들의 관심을 끈 사건에 관해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 단계 더 들어가 분석합니다.

생수병 자료사진. /pixabay

서울 서초구의 한 회사에서 생수병에 든 물을 마신 남녀 직원 2명이 쓰러진 이른바 ‘생수병 사건’이 ‘생수병 사망 사건’이 됐다.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온 남성 직원이 23일 오후 숨졌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 사건의 경위를 밝히기 위해 서울 관악구 봉천동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A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입건했다. 형사법 전문가는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A씨의 삶을 하나하나 분명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생수병 사망 ‘사고’가 아닌 ‘사건’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안타깝게도 치료를 받던 피해자가 사망했는데요, 그의 몸에서 독극물인 아지드화나트륨이 검출됐습니다. 결국, 제3자가 의도적, 계획적으로 독극물을 피해자 몸 안에 들어오게 한 거죠. 이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분명한 사건, 즉 범죄입니다.

◇전문가의 관점에서 이번 사건에서 가장 의구심이 드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첫째, 2주 전 비슷한 사건 후 회사는 무엇을 했느냐입니다. 2주 전 회사의 또 다른 직원이 마신 탄산음료에서도 이번에 사망한 피해자 혈액에서 나온 것과 같은 독극물이 나왔습니다. 회사가 자체적으로 탄산음료 성분 분석을 의뢰해 밝혀진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2주 전 탄산음료 사건도 분명 사고가 아닌 범죄입니다. 2주 동안 회사에서 어떻게 이 사건을 처리했는지 밝혀져야 합니다.

둘째, 신고까지 왜 7시간이라는 공백이 발생했나입니다. 극단적 선택을 한 피의자는 사건 당일 정상적으로 퇴근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즉, 피해자들이 쓰러진 시간은 지난 18일 오후 2시쯤이고요, 피의자는 이날 오후 5시 37분 정상 퇴근했습니다. 신고는 피해자들이 쓰러진 후 7시간이 지난 오후 10시 40분에 이뤄졌습니다. 심지어 신고 주체가 회사가 아닌 병원이었습니다. 수사 결과, 피해자들이 마시고 ‘맛이 이상하다’고 한 생수병에서는 독극물이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생수병이 바꿔치기 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장소에서 독극물을 마신 건지 오리무중이 된 겁니다.

셋째, 범행 동기가 과연 인사 불만인가 하는 점입니다. 피의자는 극단적 선택을 해 어떠한 진술도 할 수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독극물을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한 정황은 보이지 않습니다. 즉, 무차별 테러는 아니라는 거죠. 그렇다면 분명한 ‘동기’가 있어야 합니다. 현재까지 언론에서는 인사불만을 원인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원래 본사가 지방이고 서울이 분원이라는 점, 회사에 지원할 때 본사 위치를 알고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본사로 가는 게 인사 불이익이고, 이 때문에 팀장을 살해하려 했다고 보기엔 동기로서 부족해 보입니다. 좀 더 명확한 동기가 밝혀져야 합니다.

◇앞으로 수사, 어떻게 진행돼야 할까요?

피의자가 극단적 선택을 해 공소권이 없음에도 경찰이 수사를 종결하지 않고 진행하는 건 지극히 타당합니다. 다만, 용의자가 정말 피의자가 되기 위해선 합리적 의심을 넘는 고도의 개연성이 있어야 합니다. 혹시 진범을 놓치거나 다른 공범이 있을 가능성을 놓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피의자가 사망해 진술할 수 없다는 점에서 수사기관은 피의자의 삶을 하나하나 분명하고, 또렷하게 들여다봐야 합니다. 학창시절부터 현 직장 모든 동료와의 심층 면담을 통해 성장 과정을 들여다보고, 휴대전화나 컴퓨터 등 피의자의 소지품을 포렌식하고, 피의자의 소셜미디어 계정이나 메일 계정 등도 모두 검토해야 합니다. 이를 ‘심리적 부검’이라고도 하는데요, 이를 통해 분명하고도 설득될 수 있는 범행 동기, 범행 수법 등이 밝혀져야 합니다.

이번 사건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사건입니다. 치사량 이상의 독극물을 의도적으로 피해자에게 투입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면 이번 사건은 살인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사의 묵묵부답은 결코 합당한 모습이 아닙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법무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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