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지구' 결정하는 슈퍼이벤트 1주일 앞으로

최우리 2021. 10. 25.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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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D-7'
영 글래스고에 190여개국 대표단 집결
한국, 2030 탄소감축안 평가대 올라
국외감축분 인정 조건도 주요 쟁점
산업혁명 영국서 '탈석탄' 성명 권유
이해 엇갈려 쉽지 않을 각국 합의
중·러·사우디 '2060년 탄소중립\' 미뤄
인도·터키 아직 탄소감축 공개도 안해
개도국 '녹색지원\' 재정 마련도 논의
2030년까지 국가 별 탄소감축 목표

포스트코로나를 인류가 모색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국제행사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초 팬데믹 이후 볼 수 없던 양태로, 각국 지도자와 전세계 행동주의자들이 역대급으로 한데 집결한다는 의미에서만 올해를 장식하는 ‘슈퍼 이벤트’로 평가되는 건 아니다. 여기서 무엇이 도출되느냐에 따라 2030년의 지구 수준이 결정되고, 2050년의 지구가 예고된다. 바로 다음달 1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되는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UN Climate Change Conference, COP26)다.

기후위기라는 위기 의식은 공히 갖더라도 대응을 두고 산업기반이 다른 각국별, 심지어 한 나라 안에서도 당사자간 이해관계는 첨예하게 갈린다. 지난 21일 영국 방송 비비시(BBC)는 각국 정부, 기업, 이익집단 등이 COP26을 앞두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정이 날 수 있도록 유엔 쪽에 제출한 의견서만 3만2000건이라며, 사실상 ‘국가전’ 및 ‘국가 내전’이 도처에서, 소리 없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달 31일 사전행사를 시작으로 11월12일까지 열리는 이번 COP26은 시기와 맥락상 교토의정서를 도출한 COP3(1997년), 파리협정을 채택한 COP21(2015년)만큼 중대한 이정표가 되리란 전망이 많다. 신기후체제를 출발시킨 파리협약을 트럼프 전 미국정부가 사실상 무력화한 데다, 지난해 코로나로 총회를 건너뛰어야 했다. 그사이 진전된 과학연구는 기후재앙의 징후를 더 위중하게 짚어내고 있다. 최근 2~3년 전세계를 달구고 있는 기후변화 대응의 변곡점으로, 무엇보다 한국은 최근 확정된 2030 탄소감축안(NDC, 2018년 탄소배출량의 40%를 2030년까지 감축)을 국제사회에 제출해 평가받게 된다.

산업혁명 영국서 ‘탈석탄' 선언

이번 COP26을 유치한 영국 정부가 가장 주력하는 목표는 ‘탈석탄’이다. <한겨레> 취재 결과, 다음달 4일(현지시각) ‘에너지의 날’ 세계 각국은 석탄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 내용을 담은 성명서에 서명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의 상징인 석탄을, 세기를 바꿔 영국에서 축출 또는 감축하기로 선진국 중심의 약속을 이끈다는 건 외견상 역설적이다. 탈석탄조차도 나라별로 목표치, 속도가 상이하기에 ‘원조’로서의 상징성은 적지않다.

더불어 한국정부가 특히 바라는 해외감축분의 국제적 인정 여부와 기준이 이번 총회의 또다른 쟁점이 될 전망이다.

■ 탈석탄 공동선언 가능한가

오는 4일 ‘석탄감축’ 성명서는 세계 온실가스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전력부분에서 또 핵심인 석탄 사용을 중단하고 대신 재생에너지를 늘려가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기술 발전과 정책 전환 등을 활용해 선진국 중심으로 2030년대에 석탄 발전량을 줄이고, 2040년대에는 탄소중립과 같은 기존의 목표를 달성하자는 것이다. 성명의 외연을 넓히고자 ‘전략적 모호함’을 취할 뿐, 탈석탄동맹(PPCA·Powering Past Coal Alliance)에서 정했듯 ‘선진국은 203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을 완전히 퇴출하라’는 목표를 재요구하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국제네트워크 업무를 담당하는 한 기후 전문가는 “2030년까지 석탄을 줄이고 2040년까지는 재생에너지로 최대한 전환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선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50년을 탈석탄 시점으로 잡은 한국도 동참할지 주목된다.

맞물려, 다음달 2일(현지시각) 개발도상국 에너지 전환에 도움이 되기 위해 재정을 마련하자는 내용의 정상들의 연설이 이어진다. 개도국의 산업구조 개편 등을 통한 탄소감축 없이 선진국의 주도만으로 탄소중립이 가능하진 않기 때문이다. 2009년 15차 코펜하겐 총회에서 시작된 이 계획은 지난해까지 매년 1000억달러(100조원)를 모으기로 했지만 2017년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이 탈퇴하면서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지난 9월 바이든 대통령이 1/10인 100억원을 매년 지원한다고 밝히는 등 다시 힘을 얻고 있다. 한국은 지난 5월 수년 동안 총 900만달러(100억원)를 개도국을 위해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 한국, 개도국인가 선진국인가

이명박 정부 때 녹색성장 기획관을 맡으며 2009년부터 지난해 한 차례를 빼고 빠짐없이 COP에 참여한 김상협 제주연구원장도 “올해 COP에서는 석탄 퇴출 선언이 있을 것”이라며 “한국은 석탄과 원전 의존도가 높은 국가인데 둘 중에 하나를 ‘아웃’ 시키려면 석탄을 먼저 쳐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그간 개도국의 이점을 누려왔으나, 이번 COP26부턴 사실상 그럴 수 없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제사회의 압박은 자연스레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정부는 지난해말 유엔에 제출했다가 거부당한 ‘2030 탄소감축안’을 대폭 상향조정했고, 이를 들고 문재인 대통령이 글래스고로 간다. 감축안에서 석탄발전량 비중만 보자면, 2018년 기준 41.9%에서 21.8%로 줄이고, 또다른 화석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를 26.8%에서 19.5%로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여전히 상당한 양의 화석연료가 남아있다. 2018년 기준 한국 재생에너지 비중은 전체 6.2%로 2030 엔디시에도 30.2%에 그친다.

감축 목표만 봐도 영국, 일본, 미국, 독일 등 주요 국가들보다 낮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각국 사정에 맞는 독자적 노선을 세울 필요가 있다”면서도 발전 부문에서 2040년까지는 탈석탄을 해야 한다는 ‘2050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지위가 달라진 한국의 감축안이 이번 COP26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지에 따라 향후 이행속도나 정도의 압박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지난 2월에 유엔이 퇴짜를 놨듯, 문 대통령은 2030 엔디시를 상향 발표하고도 비판 속에 남은 숙제만 확인하고 돌아올지도 모른다.

‘넷제로' 미루는 중·러가 관건

■ 러·중·인도, 기후악당 국가들은

‘친화석연료’ 국가들의 의지를 확인하는 것도 이번 총회에서 주목할 지점이다. 전문가들은 G20 국가 중 미국과 유럽 중심 그룹과 반대되는 ‘친화석연료’ 국가로 중국·인도·러시아·호주를 꼽고, 중간수준의 국가로 일본,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꼽는다. 한국은 주요국가를 쫓겠다곤 하지만, 중간지대 정도로 구분 가능하다.

지난 2019년 12월15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고 있는 제2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에서 이번 협상 의장국인 칠레의 칼롤리나 쉬미트 환경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REUTERS/연합뉴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은 지난해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태양광 발전 비중이 16% 이상이지만, 여전히 석탄(60%) 비중이 높고 원전 건설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온실가스도 2030년 이후부터나 감축하겠다는 계획이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 포착되어 왔다. 더더욱 올해 전력난을 겪고, 호주로부터의 석탄 수입도 재개한 마당이라 어떤 약속을 제시할 지 알 수 없다.

석탄 비중이 60%대로 시민들의 삶고 직결된 인도, 아무 계획이나 의지도 공개되지 않은 터키, 탄소중립 목표를 2060년으로 잡은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더불어 석탄·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의 전세계 주요 공급원으로서 한때 COP26에 총리가 불참할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던 호주 모두 국제사회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 배출권거래제·국외 감축 기준 마련될까

한국이 중시해온 해외에서의 탄소감축안(전체의 11.5%, 3350만톤)은 아직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방식이다. 국외 감축분과 배출권거래제 등의 기준을 정하는 파리기후협약 6조를 구체화하는 논의가 이번 총회에서 이어진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파리회의 때 만들어진 조항들은 일종의 헌법이다. 이후 회의 그 조항을 구체화하는 세부 이행 규칙들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6조2항인 협력적 접근법에 기반해 개발도상국과의 양자협상을 통해 엔디시 목표를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국외 감축을 추진해왔다. <한겨레>가 지난 8월 소개한 캄보디아 레드플러스 사업과 같이 개도국의 산림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온실가스 감축 성과를 민간 배출권거래제 시장에서 인정받는 식이다. 당연히 캄보디아의 감축분인지, 한국의 감축분인지, 중복계산은 아닌지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파리협약 이후 이행규칙을 만드는 데 있어 거의 매년 실패한 이유다.

기후환경단체 쪽은 한국의 전략이나 방향 자체에 두루 부정적이다. 윤세종 변호사는 “국외 감축 기준이 구체적으로 합의되면 한국 정부가 정한 감축량이 달라질 수도 있다. 전량 다 한국 감축량으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는 말”이라고 말했다. 또한 윤 변호사는 “한국의 NDC에 해외 감축분이 포함돼있는데 이게 국제 사회에서 통용되는 기준이 되면 다른 선진국들도 이를 따라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의 기후싱크탱크인 E3G의 제니퍼 톨만 선임정책연구원은 “배출권 거래제 등 탄소 감축과 관련한 자본 시장에 대한 규칙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는데 이것에 대해 의존하는 것은 위험도가 높다”고 지적했다.

최우리 김민제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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