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냉각기의 韓日 합작 영화 "둘 사이 잇는 天使가 되고 싶어"

김성현 기자 2021. 10. 2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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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주연 오다기리 조·소스케 인터뷰
일본어 제목은 '아시아의 천사'
한일 합작 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디오시네마

한일(韓日) 관계 냉각기에 한일 합작 영화를 만든다. 자칫 섶을 지고 불에 들어가는 격은 아닐까. 28일 개봉하는 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감독 이시이 유야)이 바로 그런 경우다. 일본 영화사에서 제작했지만 한일 양국 배우가 출연했고, 지난해 3월 한국에서 모든 촬영을 마쳤다.

일본에서 상처(喪妻)한 뒤 실의에 빠진 소설가 쓰요시(이케마쓰 소스케)가 주인공. 한국에서 화장품 수입 사업을 하는 형 도루(오다기리 조)의 권유로 무작정 서울로 향한다. 하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형마저 한국에서 사기를 당한다. “언제나 서로 이해하는 게 중요해”라고 되뇌던 쓰요시는 결국 “우린 애초부터 이해할 수 없는 관계”라며 울화통을 터뜨린다. 영화에서 형제 역을 맡은 이케마쓰와 오다기리 두 일본 배우가 최근 한국 언론과 영상 인터뷰를 가졌다.

한일 합작 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디오시네마

영화는 한일 두 가족의 ‘로드 무비(road movie)’ 형식을 띠고 있다. 민감한 정치·외교적 주제는 나오지 않지만, 같은 열차에 탄 한일 두 가족은 복잡 미묘한 양국 관계에 대한 은유가 된다. 이케마쓰는 “국적을 떠나서 사람들의 관계가 서로 이어지고 느슨한 형태의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려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일 합작 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의 배우 최희서(왼쪽)와 이케마쓰 소스케. /디오시네마

오다기리 조는 ‘마이웨이’ ‘비몽’ 같은 한국 영화에 단골 출연한 ‘친한파’ 배우다. 그는 “한국 하면 인정 많은 사람들과 음식이 먼저 떠오른다. 촬영을 위해서 한국에서 한두 달 머물 기회가 생기면 개인적으로는 선물처럼 느껴진다. 그럴 때마다 좋은 직업을 가졌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영화 속의 한일 두 가족은 언어적 차이 때문에 말뜻이 통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간단한 영어와 손짓을 섞어서 대화를 나누려고 부지런히 시도한다. 난방도 되지 않는 트럭 뒤칸에 앉아서 덜컹거리는 시골길을 달리는 두 가족의 모습은 한일의 불편한 공존을 상징하는 것만 같다.

한일 합작 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디오시네마

영화에서 이 형제는 사업 아이템을 찾겠다며 강원도행 기차를 탔다가, 무명 가수 솔(최희서) 남매를 우연히 만난다. 최희서는 영화 ‘박열’(2017)에서 독립투사 박열을 사랑한 일본인 후미코 역으로 능숙한 일어 연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소통 단절을 부각하기 위해 한국어로만 연기한 점도 흥미롭다. 이케마쓰는 “최희서씨는 현장에서 통역이 부족할 때마다 능숙한 일어로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었다”고 말했다. 배우 최희서의 성격에 대한 질문에 두 배우는 “인격자”라고 말했다.

한일 합작 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의 주연 이케마츠 소스케(왼쪽)와 오다기리 조. 디오시네마

한일 두 가족은 여행에서 애초 목적을 이루지는 못한다. 하지만 영화는 두 가족이 상대방의 상처에서 닮은 점을 발견하는 모습을 통해 희망의 싹을 보여준다. 영화의 일본 원제는 ‘아시아의 천사(天使)’. 과연 양국 관계에도 천사는 찾아올까. 오다기리는 “국적이나 문화는 다르지만 창작하는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다면 그 과정에서 사이도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케마쓰는 “느슨하게 사람들과 손을 잡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것이 천사의 모습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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