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T 어긴 北이 위협… 韓, 비상사태서 핵 보유 제재받을 이유 없다”

김진명 워싱턴 특파원 2021. 10. 2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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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이 만난 사람]
한국의 핵무장 주장한 美 다트머스대 제니퍼 린드, 대릴 프레스 부부 교수
다트머스대 국제학센터에 소속된 제니퍼 린드(왼쪽)·대릴 프레스 교수. 부부이면서 학문적 동지인 두 사람은 최근 워싱턴포스트에 한국의 독자 핵무장 필요성을 주장한 기고문을 실어 주목받았다. 이들은 북핵 위협에 직면한 한국이 절차에 따라 합법적으로 핵개발에 나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트머스대 홈페이지·제니퍼 린드 트위터

지난 18일(현지 시각) 화상(畵像)으로 만난 다트머스대 제니퍼 린드, 대릴 프레스 교수는 차분하면서도 소탈한 인상을 지닌 사람들이었다. 부부인데도 서로 다른 방에서 화상 인터뷰에 접속, 일과 사생활을 분리하는 철저한 직업의식도 갖고 있었다.

지난 7일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이들의 공동 기고문 ‘한국이 핵무기를 만들어야 하나’는 한국은 독자 핵무장에 나서고 미국은 이를 지지해야 한다는 파격적 주장을 담고 있었다. 기고문에서 이들은 한국은 미국이 원하는 만큼 중국에 맞설 생각이 없고, 미국은 북한의 핵 공격을 당하면서까지 한국을 지켜주기 어려워 “(한·미) 동맹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한국의 안보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한국의 독자 핵무장을 제시했다.

그동안 많은 전문가는 한국이 핵무기 개발에 나서면 북한처럼 국제 제재를 받아 경제가 파탄 날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두 교수는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제10조를 원용해 NPT를 탈퇴한 뒤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합법적이라고 봤다. NPT 10조는 “본 조약상의 문제에 관련되는 비상사태가 자국의 지상 이익을 위태롭게 하고 있음을 결정하는 경우에는 본 조약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이 한국을 핵무기로 위협하는 상황이 바로 이런 ‘비상사태’이기 때문에 한국의 NPT 탈퇴는 정당하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한국의 독자 핵무장을 지지하는 주장이 나와서 놀랐다. 워싱턴DC에서 잘 들어보지 못한 얘기다.

대릴 프레스(이하 프레스): “기고문이 나온 후에 동료나 지역 전문가들로부터 상당히 많은 연락을 받았다. 그들은 ‘나도 당신들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하지만 그런 얘기를 하기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고 느꼈다’고 했다. (한·미) 동맹 내의 모순이나 핵 억지에 관한 의문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명백해지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로) 미국 도시를 파괴할 수 있게 되면 미국이 한국에 대한 핵 억지 공약을 지키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미 정부는 한국의 핵무장이 비확산 체제 자체를 위협하기에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인데.

제니퍼 린드(이하 린드): “우리가 현재 처한 상황은 NPT를 어긴 국가(북한)가 NPT를 잘 지키고 있는 회원국(한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이다. 국제기구에 있어 재앙과도 같은 상황이다. 규정을 지키는 것이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회원국들이 발견하면 존속할 기구가 없을 것이다. NPT를 창설한 사람들은 그래서 10조를 만들었다. (국제)법을 잘 지키는 회원국이 비상사태에 직면했다면 탈퇴할 수 있다고 했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다. 규칙을 잘 지켜온 회원국이 스스로를 보호할 권리를 부정하는 것이야말로 정말로 NPT를 해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핵보유국 어디에도 한국보다 큰 안보 위협 없어”

-어떻게 WP에 기고를 하게 됐나.

프레스: “계기 중 하나는 ‘세계의 9개 핵무기 보유국 중 한국보다 큰 외부적 안보 위협에 직면한 나라는 없다’는 깨달음이었다. 한국은 국제법을 위반해서 핵무기를 가진 뒤 주기적으로 자국을 위협하는 적의 병력을 (서울에서) 불과 60㎞ 거리에서 마주하고 있다. 핵보유국 중 어떤 나라도 이런 상황에 직면한 나라가 없다. 또 어떤 지역 전문가와 얘기하던 중 그가 ‘한국이 핵무기를 갖지 않는 이유는 핵무기보다 삼성을 갖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한국이 핵무장하면 북한처럼 따돌림받는 존재가 될 것이란 뜻이었다. 나는 ‘불법적 핵보유국의 주기적 위협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한국의 핵 보유는 합법적일 수 있다. 그런데 왜 한국을 제재하나’라고 물었다. 그는 답하지 못했다. 많은 한국 사람은 ‘핵무기 보유가 한국을 고립시킬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믿을 이유가 없다고 말하고 싶다. 유엔 안보리에서 자국을 대변해 줄 친구들이 있다면, 한국이 (핵 보유로) 외교적·경제적 고통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다트머스대 제니퍼 린드, 대릴 프레스 교수가 ‘한국이 핵무기를 만들어야 하나’라는 제목으로 워싱턴포스트에 쓴 기고문.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NPT에서 탈퇴하겠다고 미국, 유럽연합 등을 설득하라는 것인가.

프레스: “그렇다. 하지만 나는 그 대화는 한 시간 정도밖에 안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입장에서 핵무장을 할 가치가 있는지를 정하는 것은 복잡한 결정일 것이다. 하지만 일단 그러기로 결정한다면, 왜 그래야 하는지를 미국이나 유럽의 친근한 국가들에 설명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간단한 일일 것이다. 어떻게 영국이 ‘안 된다. 우리는 그렇지만(핵무기를 갖고 있지만) 한국은 그럴 자격이 없다’고 말할 수 있겠나. 영국은 한국 같은 종류의 위협에 직면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프랑스가 그런 말을 할 수 있겠나? 그래서 나는 한국이 NPT 탈퇴를 공식 선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린드: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매우 좋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국가들은 한국과 협력하고, 한국 문화를 사랑한다.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 이미 평화와 국제법을 중시하는 나라들의 존중을 얻었다. 한국이 안보를 위해 핵무기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북핵이 방어용이라도 전쟁은 일어날 수 있다”

-한국의 진보 성향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국을 향해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이 미국의 위협에 대한 자위적 수단으로 핵무기를 개발한다고 믿고 있는데.

프레스: “한국의 진보는 아마 우리가 그들 생각에 동의한다는 점을 알면 충격받을 것이다. 나는 북한의 핵무기는 주로 정권 보장과 방어를 위한 것이라고 믿는다. 북한군은 많이 약해졌고 껍데기만 남았다. 북한 핵무기는 정권의 핵심적 안보 도구다. 만약 북한이 자국을 방어하려는 것뿐이라면, 한국에 왜 핵무기가 필요하냐고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답은 ‘그럼에도 한반도에 전쟁은 여전히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쟁은 실수나, 통제를 벗어난 어떤 위기나, 북한 정부의 일부 붕괴 같은 많은 다른 방식으로 일어날 수 있다. 북한이 이 정권 보장용 (핵)무기를 갖고 있기에 재래식 전쟁이 핵전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막는 것은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한국은 방어력을 최대화하기 위해 어떤 역량이라도 다 갖고 있어야 한다.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나는 한국이 독자적인 것이든 미국 것이든 가장 강력한 억지력(핵무기)을 갖고 있기를 기도한다. 내 생각에는 한국이 독자적인 것(핵무기)을 갖고 있는 편이 나을 것이다.”

-한국의 핵무장이 북한의 핵보유마저 인정해주는 효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린드: “북한의 핵무기는 국제법에 의해 불법이다. 북한은 여러 유엔 안보리 결의의 대상으로 제재를 받고 있다. 그런 것이 바뀔 이유는 없다.”

프레스: “한국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본다. 첫째는 한국의 핵보유를 북핵과 연계해서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는 한 우리도 핵무기를 가질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북한 정권이나 북핵을 영구적으로 인정할 필요는 없다. 또 하나의 선택지로 한국은 ‘동아시아의 환경이 변하고 있다. 우리는 10조를 원용해 NPT를 탈퇴하고 핵무기를 만들겠다’고 하고 끝낼 수 있다. (한국도) 북한처럼 핵무기를 폐기하겠다는 어떤 약속도 하지 않는 것이다. 북한의 불법적 활동이 한국이 이렇게 할 수 있는 법적, 윤리적 공간을 만들어줬다고 말하고 싶다.”

“안보리 제재는 없을 것, 중국 독자 제재가 문제”

-북한의 핵미사일은 일본도 타격할 수 있다. 그러면 일본도 NPT 10조를 원용할 수 있지 않나. 한국의 핵무장이 일본과 대만으로 번져 역내 핵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는데?

린드: “모든 측면에서 일본은 다른 상황에 있다. 일본이 북한의 직접적 적국은 아니다. 또 미국과 일본은 중국의 부상을 관리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다. (미·일) 동맹에는 한국과 미국 같은 정도의 문제가 없다. 끝으로 핵에 대한 여론이 다르다. 한국인의 60~70%는 이런 움직임(독자 핵무장)을 선호한다. 하지만 일본은 미국 핵폭탄을 두 번 맞은 역사가 있다. 그리고 3·11 재앙(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이 있었다. 일본 국민은 이(핵무장)를 지지하지 않는다. 소련, 중국, 북한의 핵무장은 (일본의 핵무장이란) 도미노를 일으키지 않았다. 자동적 결과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NPT 탈퇴를 선언하면 유엔 안보리에 보고된다. 중국이나 러시아는 어떻게 반응할까?

프레스: “두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다 해결 가능할 것 같다. 첫째로 한국이 유엔 안보리 제재를 받게 될까라는 문제가 있다. 비토 권한을 가진 안보리 상임이사국 5국 중 (미·영·프) 3국이 한국 편에 설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렇다면 한국에 대한 안보리 결의는 없을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한국이 다른 국가들의 독자 경제 제재를 받을 것인가다. 중국과의 경제 관계에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중국은 (한국의 핵무장을) 전혀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큰 비용이 될 것이다. 한·중 관계를 한동안 해칠 것이다. 내가 한국이라면 중국에 ‘중국도 핵무기가 있다. 우리도 이러고 싶지 않지만 당신들의 파트너(북한)가 핵무기를 가졌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핵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평양의 친구들과 얘기해 보라’고 말할 것이다. 내 생각에 중국은 처음에 좀 화를 내더라도 결국은 한국이 문제가 아니란 사실을 보게 될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다. 만약 중국이 북한의 핵 문제를 해결 못하면서 독자 제재를 통해 한국을 경제적으로 심하게 처벌한다면, 중국은 한국의 이익을 공유하지 않으며 한국 편이 아니라는 강력한 신호다.”

☞제니퍼 린드, 대릴 프레스

1969년생 동갑내기 부부다. 미국 다트머스대 국제학센터에서 나란히 교수로 일하고 있다. 린드 교수는 UC버클리 학사, UC샌디에이고 석사를 거쳐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시카고대를 졸업한 프레스 교수도 MIT 박사다. 린드 교수는 한·중·일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역사 화해에 대해 관심을 갖고 ‘미안한 국가들(Sorry States)’을 펴내 주목받았다. 프레스 교수는 동맹의 신뢰성과 핵 문제를 주로 연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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