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도 괜찮아.. 얼음 미술품, 2억원!

정상혁 기자 2021. 10. 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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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아트페어 FIAC, 올해의 화제작]
작품이 녹기 전, 조금 녹은 후(아래 사진). 맨홀 뚜껑 밑 음향 장치에서 쉼 없이 물 흐르는 소리가 나온다. /에스더쉬퍼

사라지는 것도 예술이 될 수 있다.

24일(현지 시각) 폐막한 프랑스 파리의 세계적 아트페어 ‘FIAC’을 달군 화제는 얼음이었다. 작품명 ‘Iceman in Reality Park’. 프랑스 설치미술가 필리프 파레노(57)가 고안한 일종의 개념미술품으로, 눈사람 모양의 얼음 조각을 소형 맨홀 뚜껑이 달린 좌대 위에 올려놓고 녹아 없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가격은 17만5000유로, 약 2억4000만원에 책정됐지만 에디션 5개 모두 일찌감치 판매됐다.

1995년 일본 도쿄 단체전에서 처음 선보인 자신의 대표작에 대해 작가는 “거의 영화적인(filmic) 작품”이라며 “시간에 기반한 미적 물상”이라고 설명한다. “테크놀로지의 개입 없이도 시간의 흐름을 보여줄 수 있는 뭔가를 만들고자 했다.” 점차 형태를 잃어가는 눈사람 형태의 얼음 덩어리가 삶의 유한성, 덧없음의 메타포처럼 느껴진다.

작품 거래는 ‘보증서’를 사고파는 형태로 이뤄진다. 만약 구매자가 추후 이 얼음 조각 실물을 보고 싶을 경우, 추가 비용을 받은 갤러리 측이 냉동 업체를 통해 ‘Iceman’을 제작·배송해주는 식이다. 맨홀 뚜껑 밑에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를 내는 음향 장치가 설치돼있어 얼음 없이도 상시 ‘사라짐’에 대한 감상은 가능하다. 독일 에스더쉬퍼 갤러리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최근 개념미술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면서 개인 컬렉터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다 녹은 ‘Iceman’은 몸에 박혀있던 조약돌과 나뭇가지를 남긴 채 자신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린다. 이것은 또한 예술가에 대한 은유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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