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지점 내는 첫 금융사는?..이들이 있기에 '새 길' 열린다

신찬옥 입력 2021. 10. 24. 23:57 수정 2021. 10. 25. 09:4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가장 보수적인 산업'으로 꼽히던 금융이 변했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혁신 기술들이 빠르게 접목되고,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다. '데이터 경제'를 천명한 정부의 마이데이터 사업이 가장 먼저 꽃피는 곳도 금융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불과 1~2년 사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그 전까지는 말로만 하는 디지털 혁신이었다면, 이제는 업종을 불문하고 '생존과 미래가 걸린 과제'이자 최고경영자가 직접 챙기는 중요한 사안이 됐다"고 전했다.

정부도 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이른바 빅테크·핀테크 기업들이 약진하면서 기존 금융사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고 있다"며 규제 완화를 호소해왔다. 이와 관련해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최근 공식석상에서 "빅테크·핀테크와 금융사 간 규제 격차를 줄이는 한편 빅테크와 핀테크의 신규 진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신용, 운영, 보안 위험 증가를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시장의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면서 소비자 보호에도 만전을 기하겠다는 메시지다.

금융에서 디지털 혁신이 속도를 내는 가장 큰 이유는 고객들이 변했기 때문이다. '소중한 내 돈'을 다루는 만큼 조금 불편해도 안전하기를 원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어떻게 하면 끊김없이(seamless) 빠르고 간편하게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지를 따진다. 지점을 방문할 필요 없이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금융 소비를 해본 경험은 고객들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높아진 눈높이에 맞추려다보니 전문가 도움을 받는 '공급자 중심'의 금융이 소비자 중심으로 변모했고, 업계 판도도 상품 경쟁 중심에서 서비스 경쟁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본지는 이 같은 변혁의 최전선에 있는 최고기술책임자(CTO)들을 인터뷰했다. 회사별로 목표는 조금씩 달랐지만 공통된 비전은 '넘버원 종합 생활금융플랫폼'이 되는 것이었다. 이미 '페이'로 은행 앱에서 결제를 하고 카드 앱에서 오픈뱅킹으로 모든 은행 계좌 거래를 할 수 있는 시대다. 업종을 불문하고 디지털 플랫폼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서비스는 기본이고 마이데이터에 기반한 맞춤자산관리, 금융업무가 아닌 일상생활 서비스까지 고객들이 자주 접속하고 오래 머무는 플랫폼을 만드는 회사가 고객 선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필환 신한은행 부행장은 이를 두고 "미래에는 '금융'이 별도 산업군이 아닌 생활밀착 서비스의 하나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이를 위해 비금융 업종과 '피를 섞는 수준의 자본 동맹'을 맺고 전통적인 금융영역을 넘어 '생활금융플랫폼'으로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플랫폼 산업은 '승자독식' 구조다. 빅테크 산업에서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네이버, 카카오가 그랬던 것처럼 디지털 금융 서비스도 고객을 많이 확보하는 곳이 시장을 독식할 가능성이 높다. 기술의 변화와 발전을 빼고는 미래금융의 판도를 예측할 수 없게 된 만큼, 금융사들은 디지털 혁신과 신기술 접목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한동안 대립해왔던 기존 금융업계와 빅테크·핀테크 업계는 서로 닮아가고 있다. 전통 금융사들은 하나로 다 되는 '원앱전략'과 '비대면 원스톱 서비스'를 앞다퉈 도입하고 빅테크·핀테크 회사들은 '보안'에 방점을 두는 모양새다.

하나금융투자 최고정보책임자(CIO) 출신인 황원철 우리은행 최고디지털책임자는 "고객들이 기존 전통은행과 인터넷은행을 조합해 동시에 활용하는 추세여서 두 업계가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며 "전통 은행권은 기존 대면업무를 비대면 서비스로 전환하고 금융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업종과 결합 서비스를 적극 발굴하면서 차별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금융사 최고기술책임자(CTO)들은 혁신 기술을 어떻게 서비스에 접목할지 고심하고 있었다. 이들의 고민은 각국 정부가 준비 중인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와 암호화폐, 블록체인 기술과 NFT(대체불가능토큰·Non Fungible Token)는 물론 세계적으로 핫한 가상세계 메타버스까지 아우른다.

예를 들어 전 세계 2억명이 사용한다는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첫 지점을 내는 금융사는 어디가 될까. 제페토 전용 가상화폐와 결제시스템은 어느 금융사가 개발·관리하게 될까. SK텔레콤이 만든 메타버스 '이프랜드'나 새로운 메타버스 플랫폼이 등장한다면 금융과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 금융사 CTO들은 이렇게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개척해야 하는 임무를 맡아 불철주야 뛰고 있다.

금융의 디지털 혁신은 특정 부문이 아닌 전사적인 혁신이다. 조직 구도와 인력 구성, 직원 교육은 물론 투자전략도 '디지털 퍼스트'로 바뀌는 중이다. 일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금융 산업의 꽃인 상품 개발 초기부터 개발자들이 참여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예전에는 상품기획 전문가들이 고객 혜택에 집중해 금융상품을 개발했다면, 이제는 엔지니어들이 참여해 모바일로 가입·관리하기 쉬운 서비스 아이디어를 낸다. 향후 투자와 조직 개편도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네이버 출신인 박기은 KB국민은행 CTO는 기업의 디지털 혁신을 크게 3가지로 요약했다. 비즈니스 자체를 디지털·온라인 서비스화하는 것과 업무 환경·시스템을 디지털화하는 것, 마지막으로 기업의 내부 IT 시스템을 현대화하는 것이다.

박 CTO는 "이를 은행 업무에 적용하면 첫 번째가 모바일 앱을 활용한 디지털뱅킹, 두 번째는 애자일 방식 개발과 수평적인 조직문화 확산, 세 번째는 뱅킹시스템 현대화가 될 것"이라며 "AI와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클라우드, 빅데이터, 블록체인,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 등에서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격차를 벌리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신찬옥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