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14억 숨은 목소리 대변하는 14명
공산당 아닌 독립적 대의원 출마
中 당국 선거운동 방해·가택연금
소수 움직임 많은 이 지켜보고 있어
이들이 방해한 것은 인민대표대회(인대) 대의원 선거운동이다. ‘709 사태’ 관련자들의 선거운동을 막으려 한 것이다.
709 사태란 중국 당국이 2015년 7월 9일 인권변호사 왕취안장을 비롯해 변호사와 활동가 300여명을 국가전복 혐의 등으로 잡아들인 일이다. 709 사태 때 투옥된 대다수 인권변호사는 가혹한 고문 등을 못 견디고 유죄를 인정하거나 당국과 타협했다. 끝까지 무죄를 항변한 왕 변호사 등 일부는 3년간 변호사 접견조차 허용되지 않는 등 고초를 겪고서야 겨우 풀려났다.
이번에 왕 변호사 아내 리원주와 다른 인권변호사 리허핑의 아내 왕차오링, 인권운동가 예징환 등 14명이 공산당이 아닌 ‘독립 후보’로 출마를 선언했다. 이들은 출마 선언문에서 “709 사태 후 6년간의 투쟁 동안 아이는 네 번이나 학교를 강제로 옮겨야 했고, 여권 발급도 거부당했다. 강제 이사는 말할 것도 없다”며 “공안과 검찰, 법무부 등과의 소통은 어렵다. 인민대표 등은 만날 수조차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찾을 수 있는, 진심으로 유권자를 위한 일을 하는 인민대표대회 대의원이 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출마하는 선거는 기층조직 현급(구·현) 및 향급(향·진) 인대 대의원으로 한국의 기초자치단체 의원 선거와 비슷하다. 중국의 유일한 직접 선거다.
하지만 시진핑 체제 이후 선거는 독립 후보가 규정상으로만 출마할 수 있을 뿐 후보 등록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뒷걸음질쳤다. 이번에도 14명의 출마선언을 중국 당국이 가만히 보고만 있을 리 없다. 선거운동 방해는 물론이고 후보자 중 10명은 가택연금이나 ‘강제 여행’ 조치 등이 취해졌다. 일부 후보는 연락도 닿지 않는 가운데 외국 세력과 공모한 혐의를 적용한다는 얘기마저 들려온다. 중국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말하는 이들의 주장이 조금이라도 확산할 여지조차 남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최근 중앙 인민대표대회 공작회의에서 “한 나라가 민주냐 비민주냐의 관건은 진정으로 인민이 주인 역할을 하느냐이고, 인민에게 광범위한 참정권이 있는지를 더 봐야 한다”며 “중국의 인민대표대회 제도가 전 과정의 인민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중요한 제도적 장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 주석이 말한 ‘인민의 주인 역할’과 ‘광범위한 참정권’의 대상은 공산당이 원하는 이들뿐이다. 다른 목소리는 용납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란 말은 껍데기일 뿐이다.
왕 변호사 아내이자 선거에 출마한 리원주의 트위터에는 “나는 종종 어떤 절망에 빠지지만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상상을 포기한 적이 없다”란 문구가 있다. 당국의 압박에 ‘더 나은 미래’를 직접 말할 수 있는 이가 지금은 14명에 불과하지만, 분명 14억 인구 중 많은 이가 숨죽인 채 14명을 보고 있을 것이다.
이귀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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