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빈칼럼] 2022년 대선, 중도층 표심은 어디로 향할까

- 입력 2021. 10. 24.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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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등 실책.. 정권교체 열망
진보 對 보수 양자대결 강화 추세
30% 되는 부동층 표심 승패 관건
편가르기 아닌 통합의 정치 기대

선거이론 중에 ‘회고적 투표 이론’이 있다. 유권자들이 현직자의 임기 중 성과에 대해 그 정당 후보자에게 상벌의 의미로 투표한다는 것이다. 다가오는 대선은 회고적 투표가 지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문재인정부의 실패한 부동산정책 및 청년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정권교체 열망으로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회고적 투표의 반대 개념은 ‘전망적 투표’인데, 현재 언급되는 대선 후보들의 미래 국정운영 역량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은 그다지 크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다.

이번 대선은 역대 어느 때보다 진보 대 보수의 양자대결 구도가 빨리 자리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아직은 변수가 남아있지만, 민주당이 이재명 후보를 선출한 이후, 국민의힘의 상대 후보가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양자대결 구도는 더욱 강화하는 추세이다. 1997년, 2002년, 2012년 대선에서 1.5%포인트에서 3.5%포인트 차이로 승패가 갈렸던 사실을 감안하면 양자대결 구도가 지배적인 이번 대선도 박빙의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약 30%에 달하는 중도층 유권자의 표심에 주목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정치학
‘중도층’ 유권자는 상황에 따라 언제라도 지지 후보나 정당을 바꿀 수 있어 ‘부동층’ 유권자로도 불린다. 이러한 부동층을 무조건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파’로 볼 수는 없지만, 대체로 정당과의 정서적 일체감이 약한 유권자들이 중도층 혹은 부동층으로 존재한다고 봐도 큰 오류는 없을 것이다.

이에 중도층 유권자를 알기 위해서는 무당파층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인데, 관련 학술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무당파 유권자들은 대체로 젊은 세대이고 교육수준과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으며, 투표 참여에 소극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흥미롭게도 투표의 준거로 정당이 아닌 인물과 정책 이슈를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서, 중도층 혹은 부동층 유권자들은 흔히 알려진 바와 같이 정치 불신·정치 혐오감 때문에 투표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후보자의 도덕성과 미래 역량 및 제시된 선거공약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투표장에 가지 않는 것이다. 기억해보면, 역대 선거에서 중도 부동층이 절묘한 견제와 균형감각을 통해 오만한 정치권력에 대해 심판하고 새로운 정치구도를 만들어준 것처럼,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다가오는 대선 승리의 방향타가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당인 민주당으로서는 2017년 대선과 2020년 총선에서 적극적으로 지지했으나 2021년 재보선에 이탈한 중도 부동층의 지지를 어떻게 다시 이끌어 낼 것인지가 최대 관건인데, 높은 정권교체론과 회고적 투표 경향을 고려할 때 문재인 대통령 평가와 이재명 후보 지지를 분리하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에 실망한 40대와 청년일자리·주거 대책에 좌절한 20대의 표심을 되돌릴 수 있을지, 즉 회고적 투표를 전망적 투표로 바꿀 수 있을지 매우 어려운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불과 6개월이 지난 4·7 재보선에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의 압승에 기여했던 중도층 유권자의 표심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180석 여당의 입법독주와 안하무인의 재보선 후보공천 강행에 대한 반발로 얻은 야당의 승리였지만, 그 이후 문재인정부의 정책 실패를 견제하고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현재의 상황에서 정권교체론이라는 대세에만 편승해 안주하는 것은 패배의 길로 가는 것이다. 현재 대선 후보들의 중도 확장성이 부족한 약점 또한 극복하기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못한 약 30%의 중도층 유권자들은 투표일이 임박할 때까지 진지하게 선거를 지켜볼 것이다. 거짓말하지 않고, 도덕적으로 깨끗하며, 청년과 서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실현 가능한 정책을 제시하고, 선거 승리에만 혈안이 돼 상대 후보를 인신공격하고 막말하지 않는 품위 있는 후보가 나타나기를 기대해본다. 이제 더 이상은 편 가르기 정치, 복수의 정치가 아닌, 통합과 미래의 정치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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