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원을 넘어..KBO의 새 역사가 된 미란다
[경향신문]
LG전 시즌 224번째 탈삼진
‘제구 불안’ 우려 딛고 대기록
“내 인생 최고의 금메달 땄다”
지난봄, 두산 새 외국인투수 아리엘 미란다(32·위 사진)는 구단 관계자들을 헷갈리게 했다. 188㎝의 큰 키로 높은 지점에서 내리꽂는 시속 150㎞를 넘나드는 패스트볼과 포크볼은 매력 만점이었다. 그러나 편차 큰 제구력이 벤치를 불안하게 만들기 일쑤였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24일 LG와의 더블헤더 잠실 1차전에 앞서 그때의 미란다를 두고 “구위는 압도적이었는데 제구가 많이 불안했다. 사실 그때는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미란다가 그 뒤로 ‘감’을 잡았다”고 말했다. 그때는 김 감독도, 두산 관계자 누구도 미란다가 이처럼 큰 기록을 세울 것으로는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미란다는 이날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로 나와 KBO리그의 역사가 됐다.
미란다는 3회초 LG 1번타자 홍창기를 상대로 볼카운트 1-2에서 130㎞짜리 포크볼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내며 이날 경기 3번째이자 시즌 224번째 탈삼진을 기록했다.
미란다는 고 최동원(롯데)이 1984년 기록한 이 부문 종전 리그 최다인 223삼진을 돌파했다. 최동원은 1984년 총 51차례 등판하는 동안 선발로 20경기, 불펜으로 31경기에 나와 284.2이닝을 던졌다. 이날 삼진 4개를 더해 225삼진을 기록 중인 미란다는 남은 시즌 한 차례 더 선발 등판할 예정이어서 기록은 더 늘어난다.
미란다가 올 시즌 극적인 반전을 이룬 데는 팀내 데이터팀을 비롯한 스태프의 노력도 컸다. 미란다는 시범경기 이후 제구를 너무 세밀하게 하려다 볼넷을 내주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포크볼을 원바운드성 유인구로 쓰려다 자멸하는 장면도 보였다. 이에 “차라리 구위를 믿고 한복판에 던져도 좋다”는 조언이 나왔고, 미란다가 이를 받아들이며 승수와 탈삼진 수를 쌓아갔다.
미란다는 시즌 14승5패 평균자책 2.33을 기록하고 있어 탈삼진 부문과 평균자책 부문 타이틀 수상이 유력하다.
미란다는 경기 뒤 “내 야구인생에서 최고의 금메달을 땄다고 표현하고 싶다”며 “이런 값진 기록을 세울 수 있어 매우 기쁘다. 하늘의 도움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란다는 “시즌 내내 함께한 박세혁·장승현·최용제 등 포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뒤를 든든히 지켜준 야수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잠실 |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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