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교육 규제 맞춰 "가정교육 의무화"

김혜리 기자 2021. 10. 24.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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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공부·운동·휴식 적절히’ 명시
미성년 잘못 땐 부모 처벌도
“출산 더 꺼리게 만들어” 비판

중국 정부가 사교육 축소 정책에 맞춰 가정교육의 부활을 강제하고 나섰다.

중국 신화통신은 24일 전날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31차 회의에서 가정교육촉진법 제정안이 통과됐다고 보도했다. 가정교육촉진법은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과도한 학업 부담을 주는 것을 금지하고, 자녀들의 공부, 휴식, 운동을 위한 시간을 적절하게 계획하도록 명시하는 게 주 내용이다. 과도한 학교 숙제와 학원·과외 등 사교육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도 요구한다.

법에는 미성년 자녀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부모 등 보호자를 처벌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전국인민대회 측은 미성년자의 범죄 행위가 일어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가정교육이 부족하거나 부적절하기 때문이라며 해당 법의 취지를 설명했다. 법은 또 부모 등 보호자는 “미성년자가 당, 국가, 인민, 집단, 사회주의를 사랑하고 국가 통일을 수호하는 관념을 수립하고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을 기르며 애국심을 함양하도록 교육한다”고 규정했다.

최근 중국 정부는 부모들이 아이의 ‘성공’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 등 교육열이 과열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자 이를 통제하려는 조치에 나섰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의 사교육 규모는 약 140조원에 달한다. 중국에선 자녀의 시험 성적을 올리기 위해 45분짜리 과외에 200위안(약 3만6000원) 정도는 거리낌 없이 투자할 의향이 있다는 부모들이 즐비하다. 과도한 교육열에 짓눌린 학생들은 근시 발생률 증가, 수면 부족, 체력 저하 등 문제에 시달린다고 신화통신은 보도했다.

사교육 시장이 커지고 교육 불평등 문제까지 나타나자 중국 정부는 교육개혁에 나섰다. 지난 7월 중국 국무원은 아이들의 숙제와 사교육 부담을 줄이겠다며 쌍감(雙減)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필수과목 방과후 교습이 금지됐고, 사교육 기관 신규 개업이 불가능해졌다. 한편 정부는 학교에 교실 수업 개선, 숙제 재교정, 학생 개개인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방과 후 서비스 개발 등을 요구했다. 지난 8월에는 6~7세 어린이들이 필기시험을 보는 것을 금지했다.

자녀 양육에 대한 압박을 완화한 이전 조치들과 달리 이번에 채택된 법안은 부모들에게 교육 부담을 더 지우고 아이 갖기를 꺼리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 웨이보에선 법안 통과 보도가 나온 지 3시간 만에 조회수가 3300만회를 넘겼다. 시민들은 공영방송 보도를 공유하며 “996 근무제(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주일에 6일 근무하는 형태)에 따라 일하는데 어떻게 집에 돌아와 아이의 교육까지 부담할 수 있겠냐” “노동자를 착취하면서 아이까지 돌보라고는 할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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