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삶의 껍질을 벗는 깨달음의 여정..구효서 '풍경소리'

김석 2021. 10. 24.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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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BS와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공동으로 선정한 우리 시대의 소설, 오늘(24일)은 구효서 작가의 중편, 풍경소리를 만나보겠습니다.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세계만 전부라고 여기며 살아온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인데요.

소설을 통해 경험하는 깨달음의 여정, 김석 기자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아나운서 내레이션 : "달라지고 싶으면 성불사에 가서 풍경소리를 들으라고 서경이가 말했다."]

엄마의 죽음 이후 원인 모를 환청에 시달리던 주인공 미와.

친구의 조언을 따라 어느 날 성불사로 갑니다.

그곳에서 들리는 온갖 소리들.

[작가 낭독 : "낮에는 쓰르라미 소리에 섞인 풍경소리. 밤에는 솔바람에 섞인 풍경소리. 바람이 불지 않으면 풍경소리는 생기지 않겠지. 풍경소리는 풍경 소리일까 바람 소리일까."]

[구효서/소설가 : "아주 작은 소리를 들으면서 그것이 그 소리의 전부겠거니 생각하잖아요. 그리고 그거를 우리는 띵강띵강이라고 적어요. 우리는 그런 소리의 세계에서 살아서 얼마나 제한된 세계 속에서 사는지도 모르고, 우리는 모든 걸 다 보고 듣고 안다고 생각하며 살잖아요."]

그 소리에 귀 기울이며 글을 쓰고, 성불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주인공의 내면을 단단하게 에워싸고 있던 껍질이 조금씩 깨지기 시작합니다.

[구효서/소설가 : "절이라는 공간, 불교는 의심의 종교거든요. 끝까지 의심하는 거거든요. 그리고 끝까지 믿지 않는 거거든요. 그런 것을 미와는 자기도 모르게 수행해 나가고 있잖아요."]

미혼모였던 엄마의 삶에 비로소 고개를 끄덕여 줄 수 있게 된 주인공 미와는 성불사를 뒤로하고 다시 세상을 향해 나아갑니다.

[아나운서 내레이션 : "발을 내딛는데 소리가 나에게 물었다. 어디로 가십니까? 멀고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 나는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작가 낭독 : "소리를 듣는구나. 어젯밤 풍경소리도 들었겠구나. 그럼 잘 가시오."]

감각적이고 섬세한 문장에 1인칭과 3인칭을 오가는 치밀한 구성까지.

30여 년 세월 무르익은 작가의 필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이 작품은 작가에게 2017년 이상문학상 대상의 영예를 안깁니다.

[김종회/문학평론가 : "구효서가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에 관해 쓴 감각 5부작의 중단편 중 하나인 풍경소리는 반야심경의 어휘 가운데 소리 성(聲)에서 그 이름을 가져왔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그의 소설을 통해 우리 마음속의 소리를 들을 차례입니다."]

사람이 언어의 주인이 아니라 언어가 사람의 주인이라 믿는 작가.

늘 겸허한 마음으로 또 다른 글이 걸어 나오길 기다립니다.

[구효서/소설가 : "그가 와서 '나를 이제 써야 돼'라고 하면 언제든지 쓸 준비를 갖추고 있는 것, 그래서 무엇이든 쓸 수 있다, 다만 항상 절실하고 절박한 마음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 그것이 무엇을 쓸까보다 더 중요한 것 아닌가..."]

KBS 뉴스 김석입니다.

촬영기자:이상훈 유용규/문자그래픽:박세실

김석 기자 (stone2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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