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한라산 구상나무, 열매가 안 열린다
[경향신문]
구상나무는 한국에만 있는 멸종위기 나무다. 이 나무의 자생지 면적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주요 자생지인 한라산의 구상나무가 열매를 잘 맺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잦아지고 있는 ‘이상기후’가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한라산 구상나무의 열매 결실량을 조사한 결과 열매가 달린 나무가 3그루 중 1그루에 불과하고, 그나마 해충 피해를 심각하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24일 밝혔다. 과학원이 한라산 영실 지역의 구상나무 45그루(높이 1.5m 이상)를 선정해 심층 조사한 결과, 15그루만이 평균 34.8개(1∼123개)의 열매를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조사에서 27그루 중 26그루가 평균 69개(8∼272개)의 열매를 맺었던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열매를 맺은 나무의 수는 물론 나무 한 그루당 열매 수도 크게 줄어들었다. 또 10그루에서 열매 3개씩 모두 30개를 채취해 정밀 분석한 결과, 단 1개만 제대로 된 열매 형태를 보였고, 나머지는 기형이거나 부실했다.
이런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는 최근 극심해지고 있는 이상기후가 꼽힌다. 지난 5월 초 한라산에서는 기온이 급강하하고 상고대가 맺히는 등 이상기후 현상이 발생했다. 이후 구상나무 열매 결실이 최악의 상황을 보였다. 이런 현상은 이상기후가 발생할 때마다 반복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4월26일~5월10일 영실 지역의 하루 평균기온을 비교한 결과, 열매가 잘 맺힌 2016·2017·2020년에는 5.0∼18.1도를 유지하는 등 안정적인 기후를 보였다.
반면 열매가 잘 맺히지 않은 2018·2019·2021년에는 하루 평균기온이 10도 안팎으로 유지되다 3.6∼4.5도로 급강하한 뒤 다시 회복되는 등 이상기후를 보였다. 특히 2018·2019·2021년에는 공통적으로 5월 초 상고대가 나타나고 최저기온이 0.1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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