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패밀리 비즈니스

윤호우 논설위원 입력 2021. 10. 24.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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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할리우드 영화 ‘패밀리 비즈니스’ . 할아버지, 아들, 손자로 이어지는 ‘도둑 3대’의 이야기를 다룬다.

옥스퍼드사전에서 Chaebol(재벌)이란 단어에는 ‘한국’ ‘큰’ ‘가족 소유’ ‘기업집단’이라는 네 가지 의미가 붙어 있다. 이 중 가족 소유란 뜻에는 부정적 인식이 깔려 있다. 같은 의미의 가족 소유라 할지라도 ‘패밀리 비즈니스’라고 표현하면 느낌이 살짝 달라진다. 가업(家業)이 발달된 스위스에는 ‘패밀리 비즈니스상’이 있다. 자동차 수입판매업체 AMAG의 창업주 발터 해프너를 기리는 의미로 제정돼 2012년부터 매년 시상되고 있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에는 ‘패밀리 비즈니스’가 희화화된 의미로 등장하는 경우가 잦다. 이 단어를 제목으로 한 할리우드 영화나, 넷플릭스의 프랑스 드라마 시리즈에선 온 가족이 범죄에 휘말리는 과정을 우스꽝스럽게 그려낸다.

경제 혹은 영화에서나 쓰일 법한 이 단어가 정치에서도 등장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4일 ‘개 사과 사진’의 부인 김건희씨 관련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선거라는 건 시쳇말로 패밀리 비즈니스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경쟁자인 홍준표 의원의 부인이 후원회장을 맡은 사례를 거론하며, 자신의 배우자는 앞에 나서지 않을 거란 설명이었다. 그러자 홍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검찰) 소환 대기 중이어서 공식 석상에 못 나오는 부인보다는 낫다”며 윤 전 총장 부인을 겨눴다.

이래저래 대선판에서 ‘패밀리 비즈니스’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가족 싸움’이 붙은 윤·홍 후보 부인뿐만이 아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부인 역시 ‘소시오패스’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부인을 둘러싸고도 ‘혜경궁 김씨’ 논란이 빚어진 바 있다. 무엇보다 패밀리 비즈니스란 표현은 시민들의 소중한 한 표로 대통령을 뽑는 선거 과정을 가족이 관여하는 영업행위처럼 깎아내린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다. 윤 전 총장은 매번 직접적 사과를 피하려다 엉뚱한 답변으로 또 다른 사과거리를 불러오고 있다. ‘전두환 발언’에서 시작해 ‘개 사과 사진’을 거쳐 ‘패밀리 비즈니스’까지 왔다. 사과는 진솔하게, 직접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홍 의원 측이 꼽은 윤 전 총장의 ‘망언 리스트’(25건)에 더하면 패밀리 비즈니스는 26번째 망언이다.

윤호우 논설위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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