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디지털 전환, 그리고 모피어스 메시지

2021. 10. 24.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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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섭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이관섭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많은 이들이 삶의 지표로 삼는 문구 '인생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다'가 무색할 만큼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와 혁신은 눈부시게 빨리 진행되고 있다. 속도와 방향이 둘 다 중요한 뉴노멀(New Normal) 시대, 수 많은 신기술과 신개념들이 난립하는 가운데 최근 경영 패러다임 시프트의 주제들 중 가장 높은 관심을 받는 분야는 단연 DX(디지털 전환)가 아닐까 한다.

사실 내공 있는 독자들은 이 글의 끝맺음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을 것이다. '결국 DX 시대를 대비하여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결론 말이다. 이미 증기기관, 전기, 인터넷 같은 파괴적 혁신을 경험한 우리에게 이는 귀납적 운명과도 같은 것이다. 결국 올 것은 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기업과 개인은 디지털 전환이 가져올 산업 생태계의 거대한 변화를 받아들이고 여기에 적응해 나아가야 한다. 다윈이 말했듯이 변화에 적응하는 종(種)이 살아남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디지털 전환은 일반적으로 첫째 제품과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의 재정립, 둘째 기업내 운영 프로세스 고도화, 마지막으로 고객 경험 및 커뮤티케이션 강화의 세 가지 분야에서 진행된다. 성패 여부는 얼마만큼 전사적 차원에서 CEO의 강력한 비전과 의지 하에 탑다운 방식으로 접근하는지, 또 계속되는 새로운 시도와 실패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면서 린(lean)하고 민첩(agile)하게 혁신적 변화를 추진하는 전담 조직과 조직 문화를 구축하는지에 우선적으로 달려있다.

더 나아가 '왜' 디지털 전환을 하려 하는지, 즉 기업의 사업모델과 프로세스에 있어 어떤 궁극적인 가치와 성과를 위해 혁신을 하려는지에 대한 명확한 목표와 조직 구성원들 간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목표가 정해진 다음 이를 이행할 방법을 찾아야지 깊은 고민 없이 최근 유행하는 솔루션들, 예를 들어 RPA(로봇처리자동화), IoT(사물인터넷) 등을 성급하게 도입하면 결국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비용은 비용대로 들면서 활용하기 어려운 솔루션들만 계륵처럼 남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재원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디지털 전환이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맥킨지에 따르면 DX를 시도하는 기업의 70%가 실패할 만큼 험난한 여정이지만 오히려 100인 이하 조직의 경우 5만명 이상 조직에 비해 성공률이 2.7배나 높다고 한다. 중소기업의 유연하고 신속한 대응이 장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클라우드 기반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나 협업 및 데이터 분석 툴, 그리고 다양한 정부 지원 사업들도 중소기업들의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조직 구성원들이 성공적으로 조직 내에 DX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데이터 리터러시(data literacy : 데이터 내에 담겨있는 의미를 해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연결성(connectivity)의 개념을 이해하고 체화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모든 직원이 데이터 전문가나 엔지니어가 될 필요는 없지만 데이터 기반 사고능력을 갖추고 이를 활용한 논리적 접근과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되 데이터를 기반으로 내부 및 외부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연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디지털 세상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는 주인공 네오에게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걷는 것은 다르다(There is a difference between knowing the path and walking the path)'며 단순히 아는 것보다 실행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해보지 않고 안 된다 해서 안 된다. 시행착오를 사서 할 필요는 없지만, 시도도 않는 건 아무런 변화도 이끌지 못한다. 출발이 성공적 도착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지도와 앞서 갔던 사람들의 조언이 필요하다. 뉴노멀에서 속도와 방향이 모두 중요한 것처럼, 디지털 전환과 혁신에 있어서도 먼저 길을 제대로 알고 걷는(실행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가 될 것으로 필자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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