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우리는 어떤 '지옥' 앞에 서있는가

박영서 입력 2021. 10. 24. 19:58 수정 2021. 10. 2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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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비평사 대표,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을 지낸 원로 문학평론가 염무웅이 팔순을 맞아 펴낸 산문집이다.

문학을 둘러싼 삶과 현실을 통찰하면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간절한 마음과 깊은 사색을 담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지성이자 한국문학계의 거장인 저자는 우리의 현실이 지옥에 이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각자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널리 공유하고자 책을 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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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 이르지 않기 위하여 염무웅 지음 / 창비 펴냄

창작과비평사 대표,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을 지낸 원로 문학평론가 염무웅이 팔순을 맞아 펴낸 산문집이다. 문학을 둘러싼 삶과 현실을 통찰하면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간절한 마음과 깊은 사색을 담고 있다. 팔순의 나이가 무색하게 글마다 긴장감이 살아있고 핵심을 꿰뚫어보는 눈매도 날카롭다. 제목은 독일의 저명한 음유시인 볼프 비어만이 한국 인터뷰어에게 했던 말에서 가져왔다. "사회적 정치적 이상이 남김없이 실현된 낙원을 억지로 건설하려는 것은 지옥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는 비어만의 발언에 저자는 깊이 공감했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의 글들은 저자와 고락을 함께해온 문학예술인을 중심으로 불의한 세계에 맞서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소중한 삶을 돌아본다. 문단, 출판사, 문예운동단체 등에서 저자와 가깝게 지낸 동료와 선배들에 대한 추억담이기도 하다. 고집과 의리의 사나이로 통하던 시인 조태일, 평생을 함께한 큰형님 같은 소설가 이호철, 가장 높고 가난한 삶을 실천한 아동문학가 권정생, 학인(學人)이자 통 큰 대인(大人)이었던 효암학원 이사장 채현국 등을 만날 수 있다. 2부에선 오늘날 문학이 설 자리는 어디이고 문학인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3부는 냉전, 분단, 통일, 북한 등을 연구한 국내외 저작들에 대한 독서칼럼이다. 저작들에 담긴 소중한 경험들을 우리 현실에 비추어본다. 4부는 우리 역사와 현실의 여러 문제를 새롭게 들여다보는 한편, 분단극복을 위한 우리의 지난한 도정을 돌아보며 자신의 생각을 가다듬는다.

한국의 대표적인 지성이자 한국문학계의 거장인 저자는 우리의 현실이 지옥에 이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각자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널리 공유하고자 책을 썼다고 한다. 저자는 우리 앞에 놓인 지옥은 기후이변, 생태위기, 빈부격차와 양극화 등이라 본다. 지구 환경은 이미 회복할 수 없는 분기점을 지났고, 인류의 0.1%가 거대한 부를 독점하고 있는 약육강식의 세상이다. 저자는 인간의 현실이 지옥으로 화하지 않기 위해 당면한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고 촉구한다. 저자의 냉철한 현실인식은 과거와 현재를 폭넓게 아우르며 독자로 하여금 좋은 미래를 모색하게 만든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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