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칼럼] IP, 기회의 신대륙 개척하라

안경애 2021. 10. 24.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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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항만 병목현상 때문에 미국 로스앤젤레스 앞바다에 묶여 있는 화물의 가치가 30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컨테이너선 80여 척에 실린 화물 가치는 262억 달러로, 맥도날드와 넷플릭스의 연간 매출보다 크다. 일부 화물선은 9월부터 한 달 넘게 대기 중이라고 한다. 물류 대란으로 인해 연말 쇼핑 대목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그 와중에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9월 17일 공개된지 채 한 달이 안 돼 세계를 정복했다. 공개 후 23일 만에 2분 이상 시청한 사람이 1억3200만명에 달했다. 이들이 오징어게임을 보는 데 쓴 시간은 총 14억 시간, 햇수로는 15만9817년에 달했다. 253억원을 투자한 넷플릭스는 40배가 넘는 1조원의 가치를 수확했다.

콘텐츠가 대표하는 '소프트 IP(지식재산)'의 힘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다중 쇼티지와 병목현상은 제조, 이송, 보관이 필요 없고,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빠르게 시장에 접근하는 소프트 IP의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이들 상품은 설비투자 부담과 탄소배출이 거의 없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트렌드에도 적합하다. 외부 위기와 변화에 강하면서 사람과 아이디어면 충분하다는 강점도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IP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국내 특허출원건수는 22만6000여 건, 등록은 13만4000여 건으로, 미국 중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5위 규모다. 국내 총 지식재산권 출원은 55만7229건, 국제 특허출원은 2만60건으로 코로나 상황에도 멈춤 없이 증가했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국에서 팬데믹 상황에 지식재산 국제출원이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UN 산하 세계지식재산기구가 지난 9월 발표한 '글로벌 혁신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5위로 중국 일본보다 앞서며 아시아 1위로 평가됐다.

아시아의 작은 자원빈국이 2020년 세계 경제규모 10위로 도약한 것은 바로 사람과 IP의 힘 덕분이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첨단 산업의 성장도 R&D로 만들어낸 강한 특허와 기술 경쟁력 덕분이었다. 여기에 오징어게임, 기생충, 핑크퐁 아기상어 체조 등 K콘텐츠의 기적이 더해지고 있다. BTS와 블랙핑크가 대표하는 K팝도 글로벌 공연을 재개하는 등 또 한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제조업이 짜여진 수직적 산업구조 안에서 작동하고 물리적 시설투자와 탄소배출, 지역간 상품 이동 등으로 인해 외부 리스크에 노출된 구조라면, 소프트 IP는 이런 제한이 없고 성장의 상단이 열려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영역이다. 그동안 R&D를 통한 특허 확보, 기술사업화 등 제조업 중심 IP 전략을 폈다면 이제 소프트 IP 중심 전략이 필요하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만든 플랫폼에서 우리 기업들이 가치를 쓸어담을 기회다.

전 산업에 위기이자 기회인 탄소중립도 IP 전략을 연계한 대응이 필수다. 숙제를 받아든 기업들은 글로벌 특허 현황을 분석해 경쟁력 있는 친환경 기술을 가진 기업을 사들임으로써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면 개편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글로벌 M&A(인수합병) 시장에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이어진 닷컴버블 시기 못지 않은 'ESG발 M&A' 시장이 열리고 있다. 자체 인력확보와 기술개발로는 목표달성이 요원하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IP에서 실마리를 찾고 있는 것. 이들 기업은 탄소배출이 많은 기존 사업은 과감하게 매각한다. 탄소중립 시대에 맞는 IP를 확보한 기업에는 기회의 장이 열린 것이다. 이런 흐름에 맞춰 기회는 극대화하면서 리스크는 최소화하는 국가 차원의 IP 전략도 시급하다.

AI(인공지능)가 만들어 내고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신개념 IP에 대한 정의와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 국가 차원의 지식재산 전략을 담은 국가지식재산기본계획과 정부 의사결정기구인 국가지식재산위원회도 이런 흐름에 맞춰 궤도를 조정하고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K콘텐츠가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갑 같은 을'로 자리 잡고, 우리 친환경 기술이 전세계 탄소중립을 이끌도록 '뉴 IP 전략'이 뒷받침되길 기대한다.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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