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에 '새로운 길' 낸 故이태원..해외진출 초석 다져

강애란 2021. 10. 24.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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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별세한 고(故) 이태원 태흥영화사 전 대표는 한국 영화 격변기였던 1980∼90년대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영화계의 '큰 어른'으로 통한다.

거장 임권택 감독의 99번째 영화 '하류인생'에는 고인의 파란만장했던 젊은 시절이 담겨있다.

'춘향뎐'은 한국영화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장편 경쟁부문에 초청받았고, '취화선'은 임 감독에게 칸영화제 감독상의 영예를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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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티시즘으로 기반..'취화선'·'서편제' 등 한국색채 강한 작품 제작
임권택 감독 작품 '하류인생'에 삶 투영.."흥행물만 나오면 영화 없어져"
이태원 태흥영화사 전 대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24일 별세한 고(故) 이태원 태흥영화사 전 대표는 한국 영화 격변기였던 1980∼90년대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영화계의 '큰 어른'으로 통한다.

거장 임권택 감독의 99번째 영화 '하류인생'에는 고인의 파란만장했던 젊은 시절이 담겨있다. 고인은 어린 시절 장터에서 물건을 팔며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했고, 군납과 건설업을 거쳐 친구가 갖고 있던 극장이 있는 의정부의 한 상가를 인수하며 본격적인 영화인의 길로 들어섰다.

80년대 중반 태흥영화사를 세운 이 전 대표는 에로티시즘 영화 '무릎과 무릎 사이', '뽕', '어우동' 등을 히트시키며 제작자로서 기틀을 다졌다. 제작비 투자에도 후한 편이어서 '어우동' 제작에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금액인 1억8천만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우동'은 80년대 최고 흥행작으로 꼽힌다.

실패한 작품도 있었지만, 몸을 사리기보다는 자신의 '감'을 믿고 과감한 투자를 이어갔다. '자기 돈 가지고 영화 만드는 게 제작자'라는 철학으로 위험을 기꺼이 감수했다.

이런 노력은 1990년 '장군의 아들'로 결실을 봤다. 사랑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가 주를 이루던 때에 주먹패였던 김두한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것은 획기적인 시도라 할 만했다. '장군의 아들'은 한국영화사의 첫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로 불린다.

임 감독과는 필생의 콤비로 '장군의 아들' 시리즈를 비롯해 많은 작품을 함께 했는데, 한국적인 색채가 강한 작품들을 탄생시키며 영화계에 한 획을 그었다. 이 전 대표는 임 감독에게 흥행과 상관없이 하고 싶은 작품을 하도록 독려했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한 판소리를 소재의 '서편제', 요동치는 한국사를 담은 '태백산맥'은 지금도 한국영화사의 가치 높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서편제'는 한국영화 중 최초로 서울관객 1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임권택 감독과 베니스 영화제 참여한 이태원 태흥영화사 설립자 (서울=연합뉴스)'아제아제 바라아제', '서편제', '취화선' 등을 제작한 한국 영화계의 거목 이태원 태흥영화사 전 대표가 24일 별세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5월 낙상사고를 당해 약 1년 7개월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있다 이날 세상을 떠났다. 고인이 빈소도 이 병원에 꾸려질 예정이다. 사진은 2004년 9월 10일 제61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열린 영화 '하류인생'의 공식시사회에 임권택 감독, 김민선, 조승우, 이 대표, 정일성 감독이 입장하는 모습. 2021.10.24 [연합뉴스 자료사진] hkmpooh@yna.co.kr

두 사람은 2000년대 들어서는 완성도 높은 작품들을 탄생시키며 한국영화의 해외 진출 초석을 다졌다. '춘향뎐'은 한국영화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장편 경쟁부문에 초청받았고, '취화선'은 임 감독에게 칸영화제 감독상의 영예를 안겼다. 또 고인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하류인생'이 베니스영화제에 초청되면서 함께 레드카펫을 밟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2000년 중반부터는 영화 제작에서 손을 뗐지만, 한 일간지에 자신의 영화 인생을 술회하는 글 '영화 한 편 보고 가세나'를 게재하며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이 글에서는 시원시원하고 불같았던 젊은 시절 고인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2004년 한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흥행물도 나와야 하지만 그것만 하면 영화는 없어진다. 작품성, 예술성 있는 게 나와야 한다"며 한국영화를 향해 애정 어린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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