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차기 사장 후보자 "조직문화 문제 있어..시청자로부터 해법 찾겠다"

노지민 기자 2021. 10. 24.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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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 3인 중 2인 사퇴로 김의철 KBS비즈니스 사장 혼자 비전 발표회
"시민 대표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선언…'재원조성팀' 신설할 것"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KBS 경영진 출신의 김의철 KBS 사장 후보자가 그간 KBS에 제기된 공정성 문제 등을 시인하며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유휴 자산을 KBS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재원조성팀 조성 방안 등도 공약했다. 갑작스러운 경쟁 후보들 사퇴에 김 후보만이 혼자 평가대에 오르면서 평가제도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KBS이사회는 23일 서울 영등포구 KBS아트홀에서 사장후보자 비전발표회를 열고,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통한 시민참여단 204명의 후보자 평가를 진행했다. KBS 구성원 121명의 의견 및 후보자 답변에 대한 보충 질의는 정윤식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최세경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 등 두 명의 전문가 패널이 담당했다.

1990년 KBS 기자로 입사한 김의철 후보는 현재 KBS 자회사인 KBS비즈니스 사장이다. KBS 재직 기간 개혁추진단, 탐사보도팀장, 사회팀장 등을 거쳤고 양승동 현 사장 취임 후 보도본부장을 맡은 바 있다. 김 후보는 “시청자와 함께 시청자로부터 해법을 찾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중심으로 비전, 정책을 발표했다.

김 후보는 먼저 KBS에 대한 신뢰 회복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지난해 5월16일 KBS '뉴스9' 첫머리로 전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고지를 화면에 띄웠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의 자본시장법·공직자윤리법 위반 논란이 한창이던 2019년 9월11일 조 전 장관 배우자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자산관리사(김경록PB) 인터뷰 관련 보도에 대한 심의 결과다. 방통심의위는 해당 보도로 김씨 인터뷰 중 단편적 발언이 부각됐다며 법정제재인 주의를 결정했는데, 언론의 재량 범위에 대한 심의와 중징계는 부당하다는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비판도 지적된 바 있다.

▲23일 KBS 사장 후보자 비전발표회에 참석한 김의철 KBS비즈니스 사장 ⓒKBS

김 후보는 이를 보도에 대한 책임설명 강화가 필요한 사례로 제시했다. 그는 “(고지를 통해) 어떤 뉴스가 문제가 됐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한다는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았다”며 “제가 사장이 된다면 솔직하게 다 보여드리겠다. 벽을 허물고 시청자들에 다가가겠다”고 밝혔다.

정치·자본·사회권력으로부터의 공정성·독립성 확보 방안으로는 취임시 시민과 함께 '정치·자본·사회 권력으로부터의 독립 선언'을 하고, 가칭 '부당개입신고센터'를 설치한다는 구상이다. 그는 “부당개입신고센터가 널리 알려지는 것 자체가 독립성을 지키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라 생각한다”며 “사장의 독립성 의지, 구성원의 공동 목표가 결합할 때 충분히 독립성을 지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장 변화해야 할 관행으로는 KBS 내부의 조직문화를 꼽았다. '뿌리 뽑고 싶은 관행'을 묻는 질문에 김 후보는 “KBS 조직문화에 문제가 있다. 직종간 갈등이 심하고 벽도 높다. 서로 견제하면서 힘을 합쳐 해야 할 일을 못 하는 부분도 솔직히 있다”고 말했다. 특히 조직 내부 갈등과 관련해선 노조 간 갈등을 언급하며 “취임을 하게 되면 직접 나서서 정례적으로 대화를 해 나가겠다”며 “내년 3월3일 회사 창립기념일 전에 여러 필요한 내용을 검토해 종합적으로 조치를 취하겠다” 공언했다.

다만 KBS를 향해 고질적으로 제기되는 '무보직 고액연봉자' 지적에 대해선 사실과 다른 부분들이 있다며 “KBS 신뢰도가 낮아서 그런 지적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연봉 1억원 이상의 무보직자가 많은 상황에서 수신료 인상이나 콘텐츠 투자 비용을 이야기하는 건 “어불성설”이지 않느냐는 한 시민의 질의에 대해서다. 김 후보는 “무보직자라는 프레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KBS가 수신료 조정안을 발표하며 직무급제 도입을 검토한다는 것이 37대 과제 안에 포함돼 있다”고 답한 뒤 “성과평가제도를 개선해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대우 받는 조직문화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3일 KBS 사장 후보자 비전발표회에 참석한 김의철 KBS비즈니스 사장. 사진=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이날 발표회에선 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이 약화된 KBS가 어떻게 콘텐츠 경쟁력을 높일 것이냐는 점도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김 후보자는 최근 세계적 흥행을 이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을 언급하면서, 데이터에 기반한 시청자 수요 분석을 콘텐츠 제작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넷플릭스는 2억1000만명의 시청자 데이터를 갖고 있다. 시청 시간이 얼마나 되고, 어느 디바이스로 프로그램을 보는지, 어떤 내용을 검색하고 별점을 얼마나 주는지 모든 것들이 데이터화돼 프로그램 제작 여부가 결정된다. 성공 비결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KBS는 제작자들의 경험과 감각에 의존하는 관행이 분명히 있다. 과학적인 근거에 입각해 제작하는 것과 시청자에 대한 막연한 기대, 선호도를 기반으로 제작하는 프로그램이 경쟁력, 화제성 차이가 나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다만 이어진 콘텐츠 제작 계획은 기존 KBS가 밝혔던 방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몰입감 있는 고품격 다큐멘터리,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는 뉴스, 박진감 넘치는 대하 드라마 제작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아울러 김 후보는 지상파 플랫폼을 통한 전통적 시청층 서비스, 'myK'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젊은 시청층 서비스 등 '이원 컨셉'으로 다양한 계층을 사로잡겠다고 전했다.

모든 계획의 기반이 될 예산 문제에 대해서도 다양한 질의가 오갔다. 김 후보는 재원조성팀 신설을 대응 방안으로 내놨다. “솔직히 KBS에서 일해서 받는 월급과 바깥 시장에서 받는 보상이 너무 차이 난다”며 “우수한 기획보다는 제작비가 확보된 콘텐츠가 통과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여러 정부 협찬을 비롯해 제작자들이 편안하게 일할 수 있도록 가칭 '재원조성팀'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제작자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23일 KBS 사장 후보자 비전발표회. 사진=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아울러 유휴자산 활용을 위한 법 개정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KBS는 여의도 본관 인근의 연구동 및 별관 부지 등을 보유하고 있으나 이를 활용해 수익사업을 할 수 있는 방송법상 근거가 없다. 김 후보는 “법률적으로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KBS 자산 활용을 해서 재원조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장이 되면 앞으로 재원 확보 차원에서 자산 활용을 통한 재원확보를 적극적으로 정부당국과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를 비롯해 김 후보는 KBS라는 플랫폼을 공유·개방하고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확대 및 시청자 커뮤니티와의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역균형발전을 모색하는 한편, 향후 신인 작가·배우·예능인 발굴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미디어 비정규직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장애인 채용을 확대하는 등 “공영방송의 선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이날 발표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대부분 긍정적 반응을 내놨다. 소감을 발표한 시민들은 “공영방송의 책임과 의무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됐다”거나 “아무런 정보도 없이 (KBS 사장) 선임됐다는 짤막한 뉴스만 접하다가 후보자 생각과 의지를 볼 수 있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큰 틀의 정책 발표에 그쳤을 뿐 “뒷받침할 설명, 제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는 아쉬움도 제시됐다.

▲23일 KBS 사장 후보자 비전발표회에 나선 김의철 KBS비즈니스 사장과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참여한 시민참여단. 사진=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시민참여단의 평가 결과는 KBS 이사회 최종면접 결과와 합산해 후보자 점수에 반영된다. 시민 평가 40%, KBS 이사회 평가 60% 비중이다. KBS 이사회는 내주 이사회를 열어 최종 면접 및 대통령에 대한 사장 후보 임명제청 여부를 결정한다.

발표회를 앞두고 두 명의 후보가 사퇴하면서 나 홀로 정책발표회가 됐다는 한계에 대해선 사장 선임 이후로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소수노조인 KBS노동조합은 24일 성명을 통해 'KBS 사장 선임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하겠다고 예고했다. KBS노조는 “임병걸, 서재석 후보자의 갑작스런 일괄사퇴로 KBS 차기 사장 선임 절차가 난장판으로 전락했다. 시민평가의 상대평가도 유명무실해졌다”며 “KBS 이사회는 이 국면에서 '차기 사장 적임자 없음'을 선언해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한편 이사회 최종 평가를 앞두고 최초로 진행되는 전국 KBS 기자들의 평가 결과에도 관심이 모인다. KBS기자협회와 KBS전국기자협회는 비전발표회 직후부터 이사회 개최 전인 26일까지 후보자의 KBS 뉴스, 시사, 보도 등 저널리즘 비전을 평가하는 설문조사를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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