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비자 피해 양산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 나서야

한겨레 입력 2021. 10. 24. 18:46 수정 2021. 10. 24. 19:2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은 금융회사들이 연루된 초대형 금융사건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당시 감독체계의 한계를 깨달은 미국도 소비자 보호 조직을 독립시켰고,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등은 건전성 감독과 영업행위 규제(소비자 보호)를 분리하는 방향으로 개편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왼쪽)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현행 금융감독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은 두 사람이 국감장에서 얘기를 나누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은 금융회사들이 연루된 초대형 금융사건이었다. 은행·증권사·자산운용사 등 수십개의 금융회사들이 연루됐으며, 소비자 피해가 7조원에 육박했다. 금융회사들의 탐욕에 소비자들이 무방비로 농락당했으나 금융당국은 소비자들 곁에 있지 않았다. 오히려 금융당국은 2015년 ‘금융산업 육성’이라는 명분으로 사모펀드 규제를 대거 풀어놓은 뒤 수수방관했다. 이런 감독체계의 문제가 초대형 금융사건들의 근본적 원인이 됐다.

현행 금융감독체계는 금융산업 육성과 감독 정책이 금융위원회로 일원화돼 있다.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금융위가 액셀(산업 육성)과 브레이크(감독) 기능을 모두 갖고 있다. 감독 집행과 소비자 보호를 맡고 있는 금융감독원은 금융위 산하 기관이다. ‘총감독’인 금융위가 금융산업 육성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탓에 감독 기능은 후순위로 밀리고 소비자 피해가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 이런 체계는 2008년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만들어졌다. 게다가 지금 같은 글로벌 시대에 국제금융은 따로 떼어 기획재정부에 맡겼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기형적인 모습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도 금융당국 수장들은 현행 체제가 좋다고 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21일 국정감사에서 ‘정부 교체기를 맞아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자꾸 바꾸기보다는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유기적으로 협조하는 체제와 관행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정은보 금감원장도 “미세조정하면서 대응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피아(금융관료) 출신다운 답변이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결국 정치권이 주도해야 한다. 마침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개편 법안을 발의했다. 금융정책 전반은 기재부가 맡고, 금융감독기구는 금융회사 건전성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위원회와 소비자 보호를 맡는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로 이원화하자는 게 핵심이다. 금융감독의 독립성을 높이고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당시 감독체계의 한계를 깨달은 미국도 소비자 보호 조직을 독립시켰고,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등은 건전성 감독과 영업행위 규제(소비자 보호)를 분리하는 방향으로 개편했다. 금융감독체계의 문제점이 분명하게 드러난 만큼 여야 대선 후보들도 개편 논의에 적극 나서길 바란다.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