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가장 멋있는 비행기 [다함께돌봄센터 쌤들의 기분 좋은 상상]

이지혜(인천시 서구 다함께돌봄센터 2호점) 2021. 10. 24.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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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선생님! 이거 제가 직접 만들었어요!”

“그래? 우와~ 하늘을 나는 비행기구나. 정말 잘 만들었다!”

“이건 선생님 거예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을 싫어했던 영석이(가명)가 처음으로 정성스레 만든 종이비행기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는 급히 나갔다. 나는 영석이를 불러 물었다.

“영석아~ 선생님이 정말 이 멋진 비행기 가져도 되는 거야?”

영석이가 대답했다.

“네, 선생님한테 드리는 선물이에요.”

영석이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적잖이 놀랐지만, 뒤이어 감동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영석이는 센터에서 진행하는 다른 활동이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이다.

영석이가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아 마음이 쓰였던 나는 센터장님과 이야기를 나눠 보고, 영석이와도 따로 대화를 시도해 보았지만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았다. 다소 내향적이고 말수가 적은 영석이는 평소 좋아하는 수학문제 풀이 외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어려운 수학문제를 같이 풀어보고, 영석이가 평소 좋아하는 분야를 함께 찾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영석이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은 쉽지 않았고,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이런저런 시도를 해 보던 어느 날, 영석이가 안전교육 시간에 활동지를 구겨 던져 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그날은 자율 귀가를 하지 않고, 어머님이 직접 센터로 데리러 오신 날이라 조심스럽게 낮에 있었던 일에 대해 말씀드렸다.

영석이 어머님은 한국말이 조금 서툴렀지만, 평소 센터에서 하는 다양한 수업과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고, 부모 교육에도 열심히 참여하시는 등 센터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크셨던 분이었다.

어머님은 구겨진 활동지를 보시고는 영석이를 불러 잘못한 부분에 대해 사과하도록 훈육하셨다. 어머님의 훈육 후 내게 사과를 하는 영석이를 보며 미안함에 마음이 불편했다. 혹시나 내가 야속하게 느껴져 센터를 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속으로 끙끙 앓았다. 하지만 다음 날 영석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센터를 찾았다.

함께 센터를 이용하는 누나에게 슬쩍 물어보니 집에서 어머님이 교육활동이나 프로그램에 잘 참여하도록 타이르셨다고 했다. 영석이는 그날부터 센터의 모든 교육과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활동지에 이름을 일부러 큼직하게 쓴다거나 그림을 그려 넣는 등의 행동을 보면 성실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점차 마음의 문을 열고 조금씩 함께하고자 노력하는 영석이를 보면 뿌듯한 마음이 든다. 센터를 믿고 영석이를 설득해 주신 어머니의 효과적인 중재 덕분에 우리는 영석이와 한 뼘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앞으로 영석이가 프로그램시간을 더 신나게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가끔 ‘나는 왜 돌봄선생님이라는 직업을 선택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할 때가 있다. 점심시간이나 휴게시간도 없이 바쁘게 일하고, 프로그램을 요일별로 계획하고 진행하는 1인 다역의 업무를 수행하는 고되고 힘든 노동인데 말이다. 이런 생각으로 힘들고 지쳤던 순간 마주한 영석이의 변화는 나에게 큰 힘이 됐다.

영석이가 무심히 내 책상 위에 툭 던지고 간 직접 접은 종이비행기. 나는 그 종이비행기를 호화로운 1인 전용기와도 바꿀 마음이 없다. 그건 내 생애 가장 멋있는 비행기니까!

이지혜(인천시 서구 다함께돌봄센터 2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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