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논단] 가야 할 탄소중립, 그러나 따져봐야 할 것들

여론독자부 2021. 10. 24. 18:2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손병권 중앙대 교수·정치학
온실가스 감축목표 대폭 올려놓고
탄소중립 재원조달 구체방법 없어
美처럼 탄소세 신설·증세 여부 등
국민·기업 부담 수준 논의 있어야
[서울경제]

지난해와 올해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한 말을 찾으라면 코로나19 팬데믹, 그린뉴딜, 2050 탄소 중립이 빠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세 가지 현상도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인간의 산업 활동으로 자연 생태계가 파괴돼 인류가 미지의 바이러스를 접하게 되자 코로나19 팬데믹이 다가왔고, 이로 인해 전대미문의 불황이 시작되면서 기후위기 대처, 청정 경제 이행, 그리고 기후 정의 실현을 위한 그린뉴딜이 본격화됐다. 이어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1.5도’ 증가라는 파국의 선을 넘지 말자는 2018년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특별 보고서로 2050 탄소 중립이 촉발됐다.

2050 탄소 중립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자 과제다. 다만 우리의 경우 주택문제처럼 ‘지금 나에게 닥친 문제’로 인식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태의 시급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산업 활동 등 인간의 행위로 지구온난화 현상이 발생하며 이로 인해 혹서와 혹한, 폭우와 가뭄, 사막화, 해수면 상승 등 이상기후가 등장해 인간의 삶을 위기로 내몬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과학계의 광범위한 합의 사항이었다. 이러한 과학계의 연구 발표에 발맞춰 주요국 위정자들은 기후변화를 안보 이슈로 다뤄왔다. 봄가을이 없어져가고 폭우 등을 더욱 빈번히 경험하는 한국도 이러한 위기에 대처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또한 우리의 경우 수출 주도형 경제구조와 지정학적 이유로 기후위기 문제는 적극적인 대처가 더욱 필요한 영역이다. 서유럽과 미국 등이 전 세계를 향해 촉구하고 있는 2050 탄소 중립은 주요 국가의 경제에 대해 청정 경제로의 산업구조 개편을 압박할 것이 거의 분명하다. 그래서 국제무역이나 국제금융 분야에서 탄소 중립의 노력을 게을리한 나라로 낙인찍힌 국가는 상당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

또한 한국은 한미 동맹의 글로벌화를 위해 기후변화 영역에서도 미국과 일정 수준 협력할 필요가 있다.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공동성명문을 보면 양국은 거의 덕담 수준으로 상대방의 2050 탄소 중립 및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노력을 서로 칭찬하고 격려했다.

이렇듯 가야만 하는 길이기는 하나 18일 발표된 탄소중립위원회의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을 보면 탄소 중립의 결연한 의지에 필적하는 이행 방법의 현실성이나 재원 조달의 구체성은 꽤 부족하다는 인상을 피할 수 없다.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예산안 연설에서 탄소 중립을 언급한 다음부터 탄소중립위의 발표에 이르기까지 2050 탄소 중립 논의는 정말 빠르게 진행돼왔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탄소중립법 역시 2030 감축 목표의 상향 조정을 위해 안건조정위원회 구성 등에서 상당히 무리수를 두면서 진행됐다. 탄소중립위의 발표에 대해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한 대로 원전을 대폭 축소한 상태에서 탄소 중립이 차질 없이 이뤄질 것인지,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이를 위한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 설명이 없다. ‘온실가스감축인지예결산제도 및 기후대응기금 도입’ 등 재정 지원의 큰 방침은 언급돼 있으나 그 재원이 조세 신설에서 나올 것인지 등에 관한 더 이상의 설명은 찾기 힘들다.

2050 탄소 중립은 오는 31일 시작되는 글래스고 기후 회의에 국내 입법 성과를 손에 들고 참석해야 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도 초미의 관심사다. 그런데 미국 의회에서 여전히 그의 발목을 잡으면서 논의 중인 것 가운데 하나가 재원 조달이다. 대규모 복지와 기후변화 대처 문제를 다루기 위한 2022년 예산조정법안에서 관련 재원 조달을 위해 기왕의 소득세와 법인세의 세율을 높일 것인지, 탄소세를 신설할 것인지, 아니면 기존의 세제 혜택을 줄일 것인지 등의 논의가 천문학적 규모의 지출과 함께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도 재정 지원 방침의 이면에 있는 국민과 기업의 부담과 그 수준에 대해 본격적 논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