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에 있는 지역아동센터 이야기 [지역아동센터 쌤들의 기분 좋은 상상]

송유진(열린지역아동센터) 입력 2021. 10. 2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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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저의 첫 직장이자 2015년부터 현재까지 재직 중인 근무지 지역아동센터! 보통 지역아동센터에서 근무한다고 하면 주위에서는 “지역아동센터는 뭐하는 곳이에요?”라고 질문을 받기 일쑤입니다. 저는 그럼 “아이들의 일상생활을 케어하고 다양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곳입니다”라고 설명해 주곤 합니다. 또 상대방이 묻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의 귀엽고 감동적이었던 에피소드를 지인들에게 소개하곤 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 두 가지를 함께 공유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매년 진행하는 런런발표회에서 2016년 초롱(가명)이와 있었던 일입니다. 초롱이는 센터에 입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일까, 친구들에게 낯을 가리고, 선생님들에게도 긴장의 눈빛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낯선 환경 속에서도 제법 발랄함이 있는 아이라는 사실을 초롱이와 함께 참여한 런런발표회에서 저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런런발표회에서 저는 초롱이와 친해지고 싶어 “초롱아, 선생님이랑 같이 사진 찍을까?” 하고 휴대폰을 들이대며 물었습니다. 초롱이는 미소를 쓱 짓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저의 어깨 위에 자신의 팔을 턱하니 올려 야무지게 어깨동무를 했습니다. 그러고는 카메라를 당당하게 응시하며 환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저는 그 순간 ‘심쿵’과 크나큰 감동이 일었습니다. 부끄러운 듯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말도 잘하지 않던 1학년 아이가 사진 찍자는 말에 자신보다 한참 큰 어른 어깨에 그토록 당당하고 멋있게 팔을 올리다니, 저는 그때의 감동을 아직도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그때 함께 찍은 그 사진을 다시금 보니 앞니가 하나 빠졌지만 잇몸을 훤히 드러내며 귀엽게 웃고 있었던 사과머리를 한 초롱이가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지금은 어느덧 시간이 흘러 고학년이 됐습니다. 하지만 중학생, 고등학생, 성인이 돼서도 초롱이만의 천진난만함과 새침함이 없어지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최근 저와 관련된 사건입니다.

저는 시력이 나빠 안경을 착용하는데, 2년간 쓴 안경테가 낡아 바꿔야 했습니다. 평소 무난한 디자인을 선호하기에 까만색 테두리를 골라 도수를 맞추고 흡족한 마음으로 새 안경을 착용한 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알게 된 진보라색 안경테.

꽤나 큰 비용을 들여 울며 겨자 먹기로 새 안경을 쓰고 다음날 센터에 출근했습니다. 울적한 마음에 센터 아이들에게 “선생님 안경 색깔 무슨 색으로 보여?” 하고 물어봤습니다. 센터 아이들의 대부분은 “보라색인데요, 선생님”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렇지?” 하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 제 마음을 안 것일까, 상황을 파악한 명수(가명)가 “아, 선생님! 안경 색깔이 약간 파란색이랑 검정색 같아요!”라고 말을 바꾸며 나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지은(가명)이도 “선생님~ 괜찮은데요. 원래 안경 색깔은 상관없어요”라고 덧붙여 말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성은(가명)이도 “선생님, 잘 어울려요~ 선생님 안경끼면 아이돌 같아요”라고 유쾌한 농담을 던졌습니다. 평소 성은이의 다정한 성격을 알고 있는 저는 선생님의 속상한 마음을 달래주고자 하는 배려를 금방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그런 성은이의 이쁜 마음에 저의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습니다.

저는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고 생활하며 초롱이와 명수, 지은이, 성은이를 비롯한 센터 아이들 덕분에 소소하게 기분이 좋아지는 일들이 많습니다. 물론 정신없이 바쁘거나 시끄러워 집에 가서도 아이들의 목소리가 윙윙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말썽꾸러기 아이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지난날,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고 말썽 피웠던 순간을 돌아보며 ‘와, 그땐 그랬었지’ 하고 “하하” 웃게 됩니다. 또 아이들이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자면 ‘센터에서 일하는 것이 정말 보람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렇게 아이들과 하나하나 함께 만들어 가는 추억들은 제가 지역아동센터에서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그래서일까? 저는 지금까지 몇 년간 센터에서 일하면서도 딱히 ‘출근하기 싫다’라고 생각한 적이 정말 손에 꼽을 정도이며, 오히려 직장임에도 불구하고 센터에 오는 것이 꽤 즐겁습니다.

이는 모두 100% 우리 센터 아이들 덕분입니다. 앞으로도 우리 아이들 덕분에 즐겁게 근무하며 소중한 에피소드를 함께 만들어 갈 것입니다. 아이들 또한 즐겁게 센터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고 센터에서 함께했던 추억이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앞으로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데 좋은 거름이 되길 바랍니다.

송유진(열린지역아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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