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PD서 사업가로..'미다스 손' 강영권, 쌍용차도 살릴까[핫피플]

송승현 입력 2021. 10. 24. 18:17 수정 2021. 10. 24.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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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외주제작→폐기물→전기버스 '성공'
'적자' 에디슨모터스 인수 2년 만에 흑자로
강영권 "쌍용차 5년 내 흑자 전환시킬 것"
"기술력 자신..테슬라·폭스바겐 넘을 것"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 (사진=에디슨모터스 제공)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지금까지 재벌이 쌍용자동차를 인수했어도 살릴 수 없었습니다. 쌍용차를 살리려면 (덩치가 있는 기업이 아닌) 기술력이 있는 기업이어야 합니다.”

지상파 스타 PD에서 사업가로의 변신에 성공한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다섯 번째 주인 찾기에 나선 쌍용차의 진정한 ‘오너’가 돼 경영정상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다.

강영권 회장은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그리스 신화 속 프리기아의 왕 미다스가 만지는 것마다 황금으로 변한 것처럼 강 회장은 손댄 일마다 성공 역사를 써왔다.

그의 첫 직업은 KBS PD였다. 자동차업계에선 보기 드문, 독특한 이력이다. 6년간 KBS에 몸담았던 그는 1991년 갓 설립된 SBS로 이직하며 단숨에 스타 PD로 이름을 날렸다. 지금도 방영되는 ‘그것이 알고 싶다’, ‘연예가 중계’ 등을 연출했다. 한때 프로그램이 40%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방송업계에서 승승장구하던 그는 돌연 사표를 던졌다.

거쳐 간 곳마다 ‘승승장구’…“테슬라 머스크도 제칠 것”

강 회장은 사업가의 길로 뛰어들었다. 간판 TV 프로그램을 연출하면서 콘텐츠의 힘을 경험한 그는 SBS를 나온 후 1997년 외주 제작사 ‘CAA’를 설립했다. ‘호기심 천국’, ‘TV 특종 놀라온 세상’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방송 3사에 납품한 결과, CAA 설립 3년 만에 매출액 100억원을 넘겼다.

그럼에도 강 회장의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외주 제작사를 차려 사업가 변신을 시도했지만, 사실상 PD와 다름없다는 아쉬움이었다. 진짜 사업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강 회장은 CAA를 후배에게 물려주고, 2003년 폐기물 처리 및 신재생에너지 업체인 ES청원에 투자했다. 당시 친환경 사업은 생소한 분야였지만, 강 회장의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4년 만에 매출액 400억원을 돌파했다.

꽤 큰돈을 만졌지만 그는 전기차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테슬라를 필두로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대가 본격 열리고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전기차 불모지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는 ES청원 등 투자하던 폐기물업체 모두를 1138억원에 매각하고, 중국에 넘어갔던 전기차업체 한국화이바를 2016년 인수했다. 세계 전기차 1위 테슬라를 넘어서겠다는 목표로, 전구를 발명한 에디슨의 이름을 따 기업명을 ‘에디슨모터스’로 바꿨다.

호기로웠던 시작과 달리 회사 운영은 순탄치 않았다. 국내 운수회사에 전기버스를 납품했지만 매출액보다 매출원가가 높은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인수 이듬해인 2017년 매출액 362억원을 벌고도 매출원가 349억원을 기록했지만 그는 에디슨모터스를 2019년 매출액 809억원·영업이익 57억원으로 2년 만에 흑자로 돌려놨다. 지난해엔 서울시 전기버스 점유율 1위를 기록해 매출액 898억원·영업이익 28억원을 올렸다.

‘미다스 손’ 쌍용차서도 명성 이어갈까…의구심 ‘여전’

에디슨모터스 경영이 안정권에 접어들면서 강 회장은 올해 경형 전기차 업체 쎄미시스코를 인수한 데 이어 최근 쌍용차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공격적 행보에 나섰다.

강 회장은 지난 22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4년 연속 적자에 빠진 쌍용차를 5년 안에 흑자로 전환시키겠다고 공언했다. 2030년 매출액 목표치도 10조원으로 제시했다. 그는 “에디슨모터스는 이미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는 전기버스를 상용화해 판매하고 있어 승용차를 만드는 것은 굉장히 쉬운 일”이라며 “쌍용차를 테슬라, 폭스바겐 등을 넘어서는 회사로 만들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에디슨모터스가 개발한 전기차 전용 스마트 플랫폼을 통해 2030년까지 신형 전기차 총 30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스마트 플랫폼에 맞춰 쌍용차 모델을 역설계한다면 전기차 3~5종을 개발하는 데 500억~1000억원이면 충분해 기존 내연기관 차량을 전부 전기차로 속도 있게 바꿀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강 회장의 ‘미다스의 손’ 신화가 이어질지에 대해 업계는 물음표를 붙인다. 쌍용차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 9502억원으로 에디슨모터스의 30배에 달하는 규모다.

1조4800억~1조6200억원에 이르는 쌍용차 인수·운영 자금을 동원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에디슨모터스는 인수자금 3100억원을 쎄미시스코 유상증자와 재무적투자자(SI)·전략적투자자(FI)로부터 조달할 계획이다. 인수 후 운영자금 4900억~5300억원은 쎄미시스코 혹은 에디슨모터스 유상증자 등으로 조달하고,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으로부터 7000억~8000억원을 추가로 자산 담보 대출로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송승현 (dindibu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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