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리의 비도 오고 그래서] 주식하듯 내 집 태양광에 투자를

최우리 2021. 10. 24. 18:1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은 너무 물러서 안 돼. △△△처럼 밀어붙여야지."

그래서 비 오고 흐린 날씨가 잦은 영국에서는 태양광보다는 풍력 발전이 많이 성장했다.

원자력·석탄화력 발전은 24시간 가동이 가능하고 발전효율이 평균 80%대인 것과 비교하면, 태양광의 효율은 매우 낮아 보일 수 있다.

요일은 물론 날짜와 내 나이도 까먹는 나라면, 워런 버핏이 말한 "10년 투자 안 할 주식 10분도 보유하지 말라"는 장기 투자 비법을 실천할 수 있을 것 같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우리의 비도 오고 그래서]

2017년 6월20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에서 태양광발전설비 업체가 베란다에 태양광 모듈을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우리ㅣ기후변화팀장

“○○○은 너무 물러서 안 돼. △△△처럼 밀어붙여야지.”

머리를 자르러 갔더니, 미용실 주인아주머니가 동네 사람들과 대통령 후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손님이 없는 시간이면, 텔레비전 뉴스를 보시며 나물 다듬기, 고추 말리기 등을 하는 아주머니는 여러 뉴스에 해박하다. 동네 뉴스도 마찬가지다. 서울에 일부 남아 있는 재개발 기대 구역에서 세입자로 살다 보니 동네 정보에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는데, 그때마다 ‘사랑방’ 구실을 하는 미용실에 가서 동네의 역사와 미래 전망을 듣는다.

미래는 늘 불안했기에 현재 삶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의 소소한 행복들을 좀 더 즐기며 살고 싶은 바람이 있다. 나의 경우 베란다나 옥상에 작은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고 싶은 꿈이 점점 자라고 있다. 지구·환경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거창한 목적보다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확인하고 이용하고 싶다는 일종의 호기심과 전기요금 절감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앞선다.

그러나 한번 설치하면 무르기 어려운데, ‘가성비’를 판단하기가 다소 어렵다. 비가 올 때나 흐린 날 태양광 패널의 능력은 얼마나 떨어지는지 궁금했다. 복수의 태양광 발전 이용 시민·기업 관계자는 강수량보다는 구름이 얼마나 해를 가리는지가 발전량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맑은 날 내리는 여우비에는 영향을 받지 않고, 적란운이 드리워진 뒤 내리는 소나기는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태양광 발전 시설의 에너지효율은 15~16%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해가 뜨지 않는 밤에는 발전량이 없다. 낮이라도 태양을 가리는 구름의 정도에 따라 발전량이 오르락내리락하는데, 평균 35% 정도다. 구름 없이 맑은 날이 그 정도이기 때문이다. 결국 24시간 기준 평균 15%가 나온다. 그래서 비 오고 흐린 날씨가 잦은 영국에서는 태양광보다는 풍력 발전이 많이 성장했다. 원자력·석탄화력 발전은 24시간 가동이 가능하고 발전효율이 평균 80%대인 것과 비교하면, 태양광의 효율은 매우 낮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건설비·유지관리비·안전성 등을 따져보면 서울에서 에너지를 자급자족하겠다는 꿈을 이루는 데에는 태양광이 가장 적합하다.

바쁜 도시인의 입장에서 15%의 발전효율을 내는 태양광을 설치하느라 돈과 시간을 투자하느니 저렴한 현재의 전기요금을 내고 말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다만 태양광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카페를 들락날락하다 보니, 이것은 마치 주식 투자와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자유롭지 않은 직장인이라 매도 타이밍이 중요한 주식 투자와는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태양광 발전 시설은 일단 설치하면 전기요금 절약 혜택이 차곡차곡 쌓여 언젠가 본전을 보전해주지 않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다. 요일은 물론 날짜와 내 나이도 까먹는 나라면, 워런 버핏이 말한 “10년 투자 안 할 주식 10분도 보유하지 말라”는 장기 투자 비법을 실천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쉬운 점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주택·아파트 베란다에 미니 태양광을 설치할 경우 보조금을 주던 사업이 다음해부터 중단된다는 것이다. 유지·보수해줄 업체들이 영세해 폐업이 잦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진 뒤 오세훈 시장이 내린 결론이다. 베란다에는 비가 새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는 수십개의 계단이 있는 언덕 꼭대기 작은 집이지만, 도시에서 태양과 가장 가까이 사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오 시장은 나의 꿈을 지지해주지 않았다. 더 많은 도시인들이 태양광 발전을 이용할수록 업계의 영세함이 극복되고,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 생태계가 조성되는데 이용 인구부터 줄게 됐다. 옥상·베란다 태양광발전소장의 꿈을 꾸던 내게 참으로 비보가 아닐 수 없다.

ecowoori@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