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원 넘은 미란다 "내 인생 최고의 금메달을 땄다" [스경X스토리]

 잠실 | 안승호 기자 2021. 10. 2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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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두산 아리엘 미란다(오른쪽)가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LG전에서 한 시즌 최다 탈삼진 신기록을 세운 뒤 김태형 감독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잠실 | 정지윤 선임기자


지난 봄, 두산 새 외국인투수 아리엘 미란다(32)는 구단 관계자들을 헷갈리게 했다. 188㎝의 큰 키로 높은 지점에서 내리 꽂는 시속 150㎞를 넘나드는 패스트볼과 포크볼은 매력 만점이었다. 그러나 편차 큰 제구력이 벤치를 불안하게 하기 일쑤였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24일 LG와의 더블헤더 잠실 1차전에 앞서 그때의 미란다를 두고 “구위는 압도적이었는데 제구가 많이 불안했다. 사실 그때는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미란다가 그 뒤로 ‘감’을 잡았다”고 말했다.

그때는 김 감독도, 두산 관계자 누구도 미란다가 이처럼 큰 기록을 세울 것으로는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미란다는 이날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로 나와 KBO리그의 역사가 됐다. 미란다는 3회초 LG 1번타자 홍창기를 상대로 볼카운트 1-2에서 130㎞짜리 포크볼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내며 이날 경기 3번째이자 시즌 224번째 탈삼진을 기록했다.

미란다는 고 최동원(롯데)이 1984년 기록한 이 부문 종전 리그 최다인 223삼진을 돌파했다. 미란다는 KBO리그 역대 ‘닥터K’ 가운데서도 최고의 탈삼진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미란다는 시즌 172이닝째에 삼진 224개를 기록했다.

9이닝 평균 숫자로는 11.72개로, 올시즌의 미란다를 포함한 역대 14차례 200탈삼진 이상을 기록한 사례 가운데 최고다. 류현진(토론토)이 한화 시절인 2012년 기록한 9이닝당 탈삼진 10.35개를 1개 이상 앞서고 있다.

종전 시즌 최다 기록을 갖고 있던 1984년의 최동원은 9이닝 평균 7.05개의 삼진을 기록했다. 다만 최동원은 1984년 총 51차례 등판하는 동안 선발로 20경기, 불펜으로 31경기에 나와 무려 284.2이닝을 던지며 남긴 성적이어서 직접 비교는 어렵다. 당시 한 시즌 경기수는 100경기로 지금의 144경기와도 차이가 많았다.

미란다가 올시즌 극적인 반전을 이룬 데다 팀내 데이터 팀을 비롯한 스태프의 노력도 컸다. 미란다는 시범경기 이후 제구를 너무 세밀하게 하려다 볼넷을 내주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포크볼을 원바운드성 유인구로 쓰려다가 자멸하는 장면도 보였다. 이에 “차라리 구위를 믿고 한복판을 던져도 좋다”는 조언이 나왔고, 미란다가 이를 받아들이며 승수와 탈삼진 수를 쌓아갔다.

미란다는 이날 LG전에서는 대기록을 세우면서도 지난 19일 대구 삼성전에서 7이닝 111구 피칭을 한 뒤 나흘만 쉬고 등판한 탓인지 전반적인 밸런스가 좋지 않았다. 4.2이닝 동안 올시즌 한 경기 최다 볼넷(7개)에 3안타 2실점 하며 승패 없이 물러났다. 연속 경기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기록 또한 19경기에서 멈췄다. KBO리그 역대 퀄리티스타트 연속 경기 기록은 류현진이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달성한 29경기다.

미란다는 시즌 14승5패 평균자책 2.33을 기록하고 있다. 탈삼진 부문과 평균자책 부문 타이틀 수상이 유력하다.

미란다는 “내 야구인생에서 최고의 금메달을 땄다고 표현하고 싶다”며 “이런 값진 기록을 세울 수 있어 매우 기쁘다. 하늘의 도움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란다는 “시즌 내내 함께 한 박세혁 장승현 최용제 등 포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뒤를 든든히 지켜준 야수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이다”고 말했다. 미란다는 “오늘 기록은 세웠지만,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잠실 |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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