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도 똑같다..4명 중 1명은 "직장 괴롭힘 당했다" 답변
[경향신문]
“공공기관에 다닙니다. 상사로부터 지속적으로 언어폭력을 당했습니다. 우울·불안·분노 증세가 점점 심해져 병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상사가) 업무 추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야, XX, 따신 밥 쳐 먹고 와서 일을 이따위로 해?’라는 말을 수시로 내뱉습니다. 한밤 중에 협박성 전화를 하고, 개인 심부름을 시켰습니다.” 직장갑질119에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제보한 한 공공기관 노동자의 이야기다.
최근 경찰, 소방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이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면서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24일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공공기관 소속 응답자의 26.5%가 지난 1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4명 중 1명은 근래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것으로, 직장인 평균(28.9%)과 비슷한 수치다.
지난 1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공공기관 소속 응답자 중 32.6%는 ‘진료나 상담이 필요했지만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괴롭힘에 대응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76.7%가 ‘참거나 모르는 척 했다’고 했다. 둘다 직장인 평균(29.8%, 72.7%)보다 높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공공기관 소속 응답자의 66.7%가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라고 했다. 26.2%는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라고 했다.
직장갑질119는 “올해 1~9월 제보 1694건 중 공공기관은 174건으로 10%를 넘었다”며 “공공기관은 상명하복과 위계질서가 강해 갑질을 근절하겠다는 정부 엄포에도 불구하고 갑질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한 공공기관 노동자는 “상사의 성추행으로 고통 받고 있다”며 “피해자가 여럿인데 고충처리 부서 책임자가 가해자와 매우 가까운 사이여서 고충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공공기관에서 계약직으로 일한다는 다른 노동자는 “입사 후 성희롱과 갑질, 부당한 지시가 너무 심했다. 참다못해 신고를 했지만 신고했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했고, 없는 잘못을 만들어내 징계했다”며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오진호 집행위원장은 “실태조사와 예방교육을 통해 갑질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직장갑질 반복 발생 사업장에 대해 특별조사를 통해 갑질의 실태를 파악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한다면 공공부문에서 직장갑질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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