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사건에 세개의 시선..결투 속 감춰진 진실은
14세기 프랑스서 벌어진
'결투 재판' 실화 바탕으로
성폭력 피해 여성 그려
리들리 스콧 메가폰 잡고
맷데이먼·벤애플렉 각본
자크가 친구 장이 잠시 집을 비운 사이 마르그리트를 찾아간 것만이 모두가 공통적으로 말하는 사실이다. 자크는 마르그리트가 남편에 대한 죄책감으로 약간의 반항했을 뿐 합의된 관계를 했다고 주장한다.
자크의 주장은 영주에게 인정받아 권력을 등에 업으면서 더욱 힘을 얻는다. 장은 끝까지 죄를 부인하는 자크를 단죄하기 위해 아내의 목숨을 두고 결투를 신청한다.
영화는 두 남성의 격렬한 전투를 지켜보는 마르그리트의 모습을 마지막 장에서 보여주면서 관객들에게 피해자의 처절함을 다시 한 번 전달한다. 진실의 여부와 관계없이 결투의 승자가 정의가 되는 부당함을 겪는 마르그리트의 심정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특히 여성이 쉽게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시대에 진실과 정의를 쟁취하고자 용기 있게 나선 마르그리트의 모습을 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거짓을 말할 경우 화형에 처하겠다는 황제의 말에도 진실을 추구하는 마르그리트는 시대의 불합리와 고통 속에서도 남성들만의 도구로 남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여준다.
결국 두 남자의 전투보다 한 여성이 세상에 맞서는 전투가 영화의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리들리 스콧이 이번 영화에서 한층 진화한 연출력을 보여준다. 역사적 고증과 등장인물의 성격을 분석해 만든 의상과 무기를 더해 보는 이들에게 생동감을 전한다. 1997년 '굿 윌 헌팅'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공동으로 수상했던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이 24년 만에 다시 만나 각본을 쓴 점도 인상 깊다. '날 용서해줄래요?'로 2019년 아카데미 각색상 후보에 오른 니콜 홀러프세너가 참여해 남성 각본가들이 놓칠 수 있는 여성의 관점을 더해 마르그리트의 시점을 완성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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