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도끼로 내 동생 찍어댄 軍 선임, '티 내지마' 카톡 보냈더라"

김자아 기자 2021. 10. 2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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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도끼 사건' 피해자 고(故) 김준호씨./김준호씨 누나 인스타그램

같은 군부대 출신 선·후임으로부터 금전적 협박을 당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김준호(22)씨의 누나라고 주장한 인물이 김씨의 휴대전화에 남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카카오톡에는 김씨가 사건 당일 가해 선임으로부터 받은 메시지가 담겼다.

김씨의 큰 누나라고 밝힌 네티즌은 24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건 당일 선임과의 대화”라며 카카오톡 대화 캡처 사진을 공개했다. 대화 상대자는 ‘자꾸 죽으라고 말하는 선임’으로 저장됐다.

이 선임은 지난 8월 8일 오전 7시50분쯤 김씨에게 “나올 수 있냐”고 묻는다. 김씨가 답장이 없자 이 선임은 오전 8시3분쯤 카카오톡으로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되지 않아 ‘부재중 통화’가 남았다. 이어 오전 9시쯤 “씻느냐”는 메시지를 남겼다. 곧 김씨가 “아직”이라고 답하자 이 선임은 “빨리 씻어. 시간이 없다”고 재촉한다. 이후 김씨는 오전 10시36분쯤 음성통화를 걸어 35초가량 통화했다.

대화는 오후 12시17분쯤 다시 시작됐다. 김씨는 선임의 “집 들어갔느냐. 절대 티 내면 안 된다”는 말에 “넵..”이란 짧은 답장을 남겼다.

'손도끼 사건' 피해자 고(故) 김준호씨가 가해자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김준호씨 누나 인스타그램

해당 대화 내용에 대해 김씨 누나는 “가해자 셋이 옥상에 가서 내 동생 팬티만 입힌 채 머리채를 끌고 다니며 손도끼를 찍어댔고 각서 써서 돈 갚게 하려고 한 정황”이라며 “동생이 빌리지도 않은 1000만원 못 갚으면 전재산 압류하겠다고 내 동생 벼랑 끝으로 몰아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머리도 말리지 못한 내 동생 이름으로 대출 받게 하고 ‘티내지 말라’는 카톡”이라며 “그 날 40만원도 뜯어간 버러지만도 못한 것들”이라고 덧붙였다.

김씨 누나는 “억울해 미치겠는데 더 화나는 건 이(김씨 휴대전화) 포렌식이 끝나고도 경찰은 휴대전화에 아무것도 안 나왔다고 했다”며 “그 날 가해자들 안 왔으면 내 동생 떨어질 리 없다고 하니까 경찰이 ‘유가족은 원래 실감 안 날 것’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김씨 누나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김씨가 해당 선임에게 “죄송한데 300만원 다시 돌려 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이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도 공개했다.

김씨 누나는 “내 동생이 돈 빌렸냐. 왜 자꾸 내 동생 돈에 권리를 주장하냐. 도박하고 돈 빌리러 다니는 너는 절대 모를 것. 동생이 성실하게 아끼고 전역만 기다리며 모은 돈”이라며 “입금해 달라고 3일 뒤 시험이니까 핸드폰 꺼두겠다는 동생한테 그날 후임이랑 동생 중학교 동창이랑 각서랑 손도끼 들고 오는 게 사람이 할 짓이냐”고 했다.

이 밖에도 김씨 누나는 김씨가 이 선임에게 “돈 받으려다 해탈해본 적은 처음” “스트레스 받아서 제가 포기한다” “이제 힘들고 지친다” 등의 메시지를 남긴 대화 화면 등을 공개했다. 또 가해자 중 한 사람이 빌려간 돈을 갚으라고 요구하는 김씨에게 “죽어” “자살 ㅊㅊ(추천)” 등의 메시지를 남긴 상황도 공개했다.

이 사건은 이른바 ‘손도끼 사건’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김씨와 군대 선후임 관계였던 가해자 A(21)씨는 지난 8월 8일 김씨가 전역했다는 소식을 듣고 충남 서산시에 있는 김씨 집을 찾아가 손도끼로 위협하며 1000만원을 주겠다는 각서를 작성하게 한 뒤 김씨를 차에 태우고 다니며 35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김씨의 학교 동창 등 2명과 함께 김씨를 찾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A씨는 나머지 금액을 대출 등 방법으로 마련하라고 협박했고 김씨는 제대 일주일 만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검찰은 김씨를 찾아간 A씨와 B(22)씨를 특수강도 혐의로 기소했으나 지난 7일 진행된 검찰시민위원회 심의 결과 강도치사 혐의가 적절하다고 판단, 혐의를 변경했다. 또 함께 자리에 있던 C(21)씨도 강도치사 혐의로 추가 구속기소 했다.

'손도끼 사건' 피해자 고(故) 김준호씨 아버지가 올린 청와대 청원./청와대 홈페이지

한편 김씨 아버지는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손도끼 협박 사망 사건의 어이없는 초동수사, 누나의 죽음까지 초래한 경찰과 파렴치한 가해자들을 엄벌해주세요’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씨 아버지는 “동생의 처참한 주검을 목격한 트라우마를 간직한 상태에서도 증거를 찾아 동분서주하던 둘째 딸마저도 돌연사하는 비극을 맞게 됐다”며 “각종 혐의가 차고 넘침에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들의 사망 사건을 성급하게 단순 자살로 결론 짓고,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어이없는 부실 수사와 둘째 딸의 죽음까지 초래한 무능하고 무책임한 경찰은 남매의 죽음에 또 다른 가해자이자 공범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며 가해자들에 대한 합당한 처벌을 촉구했다.

유족들은 지난 9월에도 같은 내용의 청원을 올렸다. 당시엔 8만여명이 동의하면서 답변 기준인 20만명 이상 동의를 충족하지 못했다. 현재 이 청원은 24일 오후 5시 기준 10만7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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