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참가자 고문 후 뒤집어쓴 특수절도죄도 재심서 "무죄"

정우천 기자 2021. 10. 2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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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의 불법 구금·고문에 따른 허위 자백으로 특수절도·도주죄를 뒤집어썼던 50대 남성이 재심을 통해 41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당초 재심 대상에서 빠진 이 씨의 특수절도·도주죄 부분의 형을 다시 정하기 위한 심리를 하던 중 이 씨가 5·18 당시 불법 체포·구금 상태에서 고문·가혹행위를 당한 유력한 증거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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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정우천 기자

5·18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의 불법 구금·고문에 따른 허위 자백으로 특수절도·도주죄를 뒤집어썼던 50대 남성이 재심을 통해 41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심에서 5·18 참여 행위(계엄법 위반 등)에 대한 무죄 판결은 많이 내려졌으나, 5·18을 폭동으로 왜곡하기 위해 덧씌워진 절도죄 등까지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은 이례적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 노재호)는 최근 계엄법 위반, 소요·도주·특수절도 혐의로 기소돼 군법회의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이모(59)씨에 대한 재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 씨는 1980년 5월 권력 찬탈을 위해 시민을 무차별 학살한 신군부의 헌정 유린에 맞서 “계엄 해제” 등을 요구하며 5·18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가 같은 달 29일 광주경찰서로 연행됐다가 전투병과교육사령부(상무대) 헌병대 영창으로 보내졌다.

이 씨는 같은 해 6월 505보안대로 끌려가 극심한 가혹행위(물·전기 고문 등)를 당했고, 건강 악화로 광주 국군통합병원으로 후송됐다. 같은 해 7월 4일 전남북계엄보통군법회의 검찰이 영장 없이 이 씨를 구속했고, 이 씨는 다음 날 다시 상무대 영창으로 끌려간다는 것을 알게 되자 화장실을 가는 척하며 국군통합병원을 탈출했다. 그러나 이 씨는 도주 하루 만인 7월 7일 붙잡혀 505보안대로 연행돼 또다시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했다.

이 씨는 1980년 8월 1일 군법회의에 기소됐고, 전교사 보통군법회의·육군 고등군법회의·대법원을 거쳐 징역형(장기 3년·단기 2년) 확정판결을 받았다.

재심 재판은 2018년 5월 검사의 직권 청구에 따라 개시됐다.

재판부는 당초 재심 대상에서 빠진 이 씨의 특수절도·도주죄 부분의 형을 다시 정하기 위한 심리를 하던 중 이 씨가 5·18 당시 불법 체포·구금 상태에서 고문·가혹행위를 당한 유력한 증거를 발견했다. 광주시의사회가 펴낸 5·18 의료 활동 책자에는 상무대 영창 등에서 고문·가혹행위를 당해 병원으로 실려 온 5·18 참여자들을 김연균 당시 국군통합병원장이 진료한 기록이 실렸는데, 이씨의 후송 사유 등이 발견된 것이다.

재판부는 이 기록을 이 씨가 신군부에 의해 불법으로 수사를 받았고 극심한 고문까지 당한 명백한 증거로 보고, 5·18특별법이 아닌 형사소송법에 따른 재심 사유를 추가로 인정했다.

재심 심리 과정에서 5·18 당시 군법회의가 특수절도·도주죄를 유죄로 인정한 증거의 대부분이 무효화 됐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이 씨의 모든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이 씨가 법관 발부 영장 없이 1980년 5월 29일부터 7월 4일까지 불법 체포·구금된 상태로 수사를 받았고 계엄포고에 의해 구속당한 것도 영장주의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돼 효력이 없는 만큼, 군 검찰이 이 씨에게 받은 자백은 위법해 증거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고문·가혹행위를 받은 후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특수절도죄를) 거짓 자백했다는 취지로 재심 법정에서 이씨가 진술한 점을 종합하면, 범죄가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도주죄 역시 이 씨가 불법 체포·구속 상태와 고문 행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달아난 것으로 위법성이 없다. 설령 도주죄가 구성된다고 가정해도 긴급 피난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계엄법 위반 등에 대해서도 “전두환 신군부의 헌정 질서 파괴 범죄에 저지·대항한 정당행위(형법 제20조)로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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