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만큼 육중한 존재감 tvN 드라마 '지리산'..어색한 음악·CG는 좀 아쉽네

김지혜 기자 2021. 10. 2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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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tvN 15주년 특별기획 <지리산> 속 장면들. tvN 제공


“지리산은 이승과 저승 사이, 그 경계에 있는 땅입니다.”

<킹덤>,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와 <스위트홈>, <도깨비>의 이응복 감독이 만났다. 주연 배우는 전지현과 주지훈, 그 라인업만으로도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힌 tvN 새 주말드라마 <지리산>이 안개 너머 육중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첫 회 시청률은 전국 기준 9.1%(닐슨코리아, 비지상파 유료가구)로 높은 기대를 그대로 반영했다. 극을 여는 배우 류승룡의 내레이션처럼, 드라마는 ‘이승과 저승 사이’의 땅 지리산을 ‘현실과 환상 사이’ 독특한 서사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며 김은희표 미스터리 스릴러의 세계로 시청자를 초대한다.

<지리산>은 첫 회부터 예상을 뛰어넘는다. 마치 공익광고의 한 장면처럼 카메라를 직시하며 지리산의 역사와 의미를 짚는 류승룡의 내레이션이 드라마 시작에 앞서 등장한다. “지리산은 새로운 시작과 처절한 피 비린내가 공존하는 삶과 죽음의 경계”라는 설명 뒤로, 드론으로 포착한 산의 풍광이 드넓게 펼쳐진다. 이야기에 앞서 의미부터 내세우는 독특한 전개다. 이윽고 주인공 서이강(전지현), 강현조(주지훈)를 비롯해 지리산에서 구조활동을 하는 레인저들의 세계가 박진감 있게 그려진다. 국립공원 레인저의 임무는 안전사고 예방, 산불 감시, 탐방 해설 등을 포함하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구조활동에 초점이 맞춰졌다. 신입 강현조와 2인1조로 조난자 수색 작업에 투입된 베테랑 서이강은 비바람이 치는 악조건 속에서도 뛰어난 기지와 능력으로 산을 헤치고 나아간다.

<지리산> 첫 회에서 CG가 어색하다는 평이 나온 장면. tvN 제공
<지리산> 첫 회에서 CG가 어색하다는 평이 나온 장면. tvN 제공


태풍으로 물이 불어난 계곡, 머리 위로 떨어지는 낙석, 비바람 속에 제한된 시야 등 레인저와 조난자를 위협하는 재해의 연출은 마치 현실처럼 생생하다. <스위트홈>에서 괴수들을 이용한 재난물을 선보였던 이 감독의 장기가 제대로 살아났다.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 수색을 중단하라는 명령에도 서로를 의지해 산을 오르던 두 주인공은 가까스로 조난자를 구해낸다. 조난당한 사람들이 있는 위치를 환영으로 보는 현조의 특별한 능력 덕분이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세계를 재현한 뒤 ‘좀비’(<킹덤>), ‘시간여행’(<시그널>) 등의 가상의 장치를 통해 미지의 재미를 그려온 김 작가다운 이야기다.

첫 회의 마무리 역시 ‘예상 밖’이다. 앞선 수색 작업으로부터 2년이 흐른 뒤, 이강은 휠체어를 타고 나타난다. 현조는 혼수 상태에 빠져있다. 앞으로 <지리산>이 어떤 전개로 이 ‘정해진 미래’에 도착할 것인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대목이다. 첫 회 대부분이 별 다른 전개 없이 레인저 세계를 소개하는 데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흥미롭다 느껴지는 이유다.

다만 과도하게 자주 등장하는 데다, 극 분위기에 잘 어울리지 않는 록 음악 중심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은 시청자의 원성을 샀다. 험한 산이 배경이기 때문에 자주 등장할 수밖에 없는 컴퓨터 그래픽(CG)이 다소 어색해다는 평도 나왔다. 적지 않은 기대로 <지리산> 등반을 선택한 시청자들을 만족시키려면 한층 더 섬세한 연출이 필요해보인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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