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2060년까지 탄소 중립" 밝히면서도 "세계는 석유 없인 작동 못해" 강조

김윤나영 기자 입력 2021. 10. 24. 15:58 수정 2021. 10. 2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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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23일(현지시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사우디 녹색 이니셔티브’ 포럼 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리야드|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우디가 유엔 산하의 기후 위기 보고서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문구를 빼려고 로비했다는 폭로가 나온 지 이틀 만이다.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23일(현지시간) 리야드에서 열린 ‘사우디 녹색 이니셔티브’ 포럼에서 “국제 원유 시장의 안정을 유지하면서 2060년까지 사우디 내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사우디가 탄소 중립 목표를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2030년까지 메탄가스 배출량을 30% 줄이기 위한 세계적인 노력에 동참하고, 수도 리야드에 나무 4억5000만 그루를 심겠다고 밝혔다. 매년 탄소 배출량 2억7800만t을 줄이기 위해 1866억달러(약 219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표는 사우디가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 보고서 내용을 바꾸려고 압력을 가했다는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폭로가 나온 지 이틀 만에 나왔다. 사우디는 세계 최대 석탄 생산국인 호주 등과 함께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보고서 문구를 수정하려 로비했다. 사우디 석유부는 “모든 규모에서 (기후위기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시급히 행동할 필요성”이라는 문구 삭제를 요구했다. 또 “화석 연료를 단계적으로 폐기해야 한다”는 보고서 결론을 생략하라고 압력을 가했다.

IPCC 보고서가 중요한 이유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2015년 파기 기후협약을 대체할 새로운 탄소 배출 목표를 설정하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도 오는 31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시작되는 제26차 COP26에 참석할 예정이다.

사우디는 탄소 중립 목표를 제시하면서도 석유산업을 옹호했다. 압둘아지즈 빈살만 에너지부 장관은 “세계는 재생 가능 에너지뿐 아니라 화석연료 없이는 작동할 수 없다”면서 포괄적인 탄소 중립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CEO)는 “탄소를 악마화하는 것은 역효과를 부른다”면서 “전 세계 원유 여유분이 빠르게 감소하는 만큼 석유산업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연구단체 ‘에너지 기후정보 유닛’의 리처드 블랙 국장은 BBC 인터뷰에서 “사우디의 탄소 중립 목표는 국내 배출량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해외로 수출된 석유의 탄소 배출량은 계산되지 않는다”면서 “사우디가 원유와 가스 생산량을 줄이지 않는 한 이번 발표에 냉소적인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사우디는 세계 석유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이자 세계 10위 탄소 배출국이다. 사우디의 석유·가스 수출은 국내총생산(GDP)의 50%, 전체 수출의 70%를 차지한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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