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게임 같은 재고창고"..기업들 비명에 물가 계속 오른다
미국 기업들이 공급망 차질에 따른 광범위한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압박에 고통의 비명을 지르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물가상승세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임을 시사해 기업들의 고충은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공급난과 인플레이션에 허덕이는 미국 기업들의 상황을 전하며 "인플레이션 압박이 '잔인한'(brutal) 수준으로 치솟으며 소비자 지출과 기업 실적이 모두 위험에 처해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가전업체 월풀은 지난 22일 공급 부족 사태로 철강, 송진 등 원자재 가격이 '매우 잔인하게'가 오르고 있다며 "올해 제조비용이 10억달러(약 1조1760억원) 가까이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명 멕시코 음식 체인점인 치폴레의 잭 하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재고 확보가 어려웠던 재료와 공급품이 무엇이냐는 FT의 질문에 "전부"라고 답하며 공급부족 사태가 전면적으로 확산했음을 시사했다.
미국 2대 식료품 유통업체 앨버트슨(Albertsons)의 비벡 산카란 최고경영자(CEO)는 "상점에 재고가 다 팔리는 경우는 어느 날이나 있다"고 재고부족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다. 산카란 CEO는 특히 재고부족 사태에 대응하는 회사의 노력을 '두더지게임'(Whac-A-Mole)에 비유하기도 했다. 업체가 한 제품군의 재고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제품군에서 문제가 발생하며 공급 문제가 계속된다는 얘기다.
비영리 제조업 컨설팅업체인 매그넷의 이선 카프 CEO는 "항만, 트럭 운전사의 부족, 기록적인 창고 공실률 등이 소비자와 기업 고객 모두의 강력한 수요와 충돌하면서 제조업체들이 '조용한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연말 쇼핑시즌을 앞두고) 그들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쁘지만 이미 생산된 물품 출하에 필요한 인력과 원료를 확보하지 못하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며 "주문은 계속 들어오고, 항구에선 출하 선적들이 계속 밀리는 등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소비재 업체인 프록터앤드갬블(P&G)은 최근 "공급망 비용이 앞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경고한 뒤 추가 가격 인상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드레 슐텐 P&G CFO는 "주중 미국 내 10개 제품군 중 9개 제품군의 가격을 인상했다"며 "이제 제품 대부분이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에 비해 한 자릿수 중반대 오른 가격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음료 제조업체 펩시코도 생산비용에 따른 가격 인상이 내년 1분기까지 계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생필품 업체 유니레버, 식품업체 네슬레, 페인트업체 악조노벨 등도 가격인상을 예고했다. FT에 따르면 악조노벨의 자사 페인트 가격을 올해 이미 9% 인상했고, 오는 연말까지 추가 가격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도 상승하는 원자재 비용과 인건비에 대응하고자 차량 가격을 조정했다. 테슬라는 이날 모델X 롱레인지와 모델S 롱레인지 차종의 가격을 각각 5000달러, 모델Y 롱레인지와 모델3 스탠더드 레인지 플러스 가격도 각각 2000달러 인상했다.
카프 CEO는 "인플레이션이 향후 1~2분기 또는 3분기 안에 사라지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기업 경영진들이 내년에도 비용 상승 압박에 따른 가격인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미국 금융당국은 치솟은 물가상승이 코로나19 여파로 부진했던 소비가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며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려 했다. 하지만 전 세계 산업계를 압박하는 공급망 차질 장기화로 물가 상승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자, 연준도 인플레이션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2일 국제결제은행(BIS) 주최로 열린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공급 제약과 높은 인플레이션은 이전 예상보다 더 오래갈 것 같다"며 높은 수준의 물가상승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 겸 스퀘어 CEO는 통제 상황을 벗어나 1년에 수백% 이상 물가가 상승하는 '하이퍼 인플레이션' 경고를 자신의 트위터에서 언급했다. 다만 투자자 대부분은 연준이 물가상승을 충분히 제어할 수단을 갖고 있다며 하이퍼 인플레이션 경고는 도가 지나치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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