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염 동료 수혈로 간암 진단 뒤 극단선택한 소방관..대법 "위험직무 순직"

홍혜진 입력 2021. 10. 2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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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위험직무 수행 중 입은 위해가 사망 원인"
대법원 [사진제공=연합뉴스]
화재 진압 과정에서 입은 부상으로 수술을 받던 중 간염에 걸린 동료의 피를 수혈받았다가 간암 진단을 받고 극단적 선택을 한 소방관에 대해 대법원이 '위험직무 순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의 유족이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낸 위험직무순직 유족급여청구 부지급 결정 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소방관이던 A씨는 1984년 11월 화재를 진압하던 중 입은 부상으로 수혈을 받았다. 피를 내 준 동료는 이후 B형 간염바이러스 보균자로 판명됐고 2000년 간암을 진단받아 2003년 사망했다.

A씨는 수혈 이후 간 질환에 시달리다 2011년 B형 간염과 간경변, 간암을 진단받았으며 병세가 악화하면서 2013년 퇴직했다. A씨는 그는 퇴직 20여일 뒤 거주하던 아파트에서 추락해 숨졌다.

A씨의 죽음은 '공무상 재해'로 판정됐다. 2018년 법원은 A씨의 간암 발병 원인이 간염바이러스 보균자의 혈액 수혈로 볼 수 있고, 신체적 후유 장애와 불안, 우울, 비관적 심리상태가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봤다. 인사혁신처는 순직유족보상금 지급을 가결했다.

이듬해 유족은 "A씨의 죽음은 순직을 넘은 위험직무순직"이라며 위험직무순직 유족급여를 청구했다. 재직 중 공무로 사망하거나 재직 중의 부상·질병으로 퇴직 후 숨지는 경우인 '순직'과 달리 A씨의 죽음은 화재 진압이라는 위험한 직무를 수행하다 입은 부상이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인사혁신처는 요건에 맞지 않다며 지급을 거부했고 유족은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유족의 주장을 받아들여 A씨의 사망이 위험직무순직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위험직무 수행 중 입은 위해가 주된 원인이 돼 A씨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본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며 "A씨의 부상뿐만 아니라 질병도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가 입게 된 위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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