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1주기..'승어부' 다짐한 이재용 행보는
3년간 240조 투자 등 숨가쁜 행보 전망, '사법리스크'는 여전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삼성이 25일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1주기를 맞는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 1주기 추모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과 삼성전자 안팎의 상황을 고려해 유족과 일부 경영진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간소하게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고인이 영면해 있는 경기도 수원 선영에서 추모식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사위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등 유족과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일부 경영진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회장의 동생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이재용 부회장과 사촌지간이자 고인의 조카인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 재계 인사들도 시차를 두고 수원 선영을 찾아 고인을 추모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고인은 창업주이자 부친인 이병철 회장의 뒤를 잇는 삼성그룹 2대 회장으로서, 반도체 사업의 성장성을 꿰뚫어 보고 선제적인 투자로 삼성전자를 오늘날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올려놓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약 6년5개월간 투병생활을 하다 2020년 10월25일 삼성서울병원에서 7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세간의 관심은 그의 아들이자 3대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과 그가 이끌고 있는 '뉴삼성'의 행보에 모아진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부친을 넘어서는 '승어부'(勝於父)를 통해 진정으로 효도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경영활동에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이듬해 1월 구속수감돼, 광복절을 앞둔 지난 8월13일 가석방으로 풀려나기까지 7개월가량을 수감생활로 보내면서 제대로 경영활동을 펼치지 못했다.
더구나 재계의 사면 건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취업제한 등 여러 제약이 따르는 가석방을 결정하면서, 이 부회장은 경영활동에 여전히 적잖은 부담을 안고 있다.
26일 예정된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건 1심 선고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사건도 이 부회장의 운신의 폭을 더욱더 좁게 하는 요소다.
여러모로 운신의 폭이 좁은 여건임에도 이 부회장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 출소 직후인 지난 8월24일, 향후 3년간 반도체, 바이오, 로봇 등 첨단산업에 총 24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신규 고용하는 내용의 대규모 투자 및 고용계획을 발표했다.
이 부회장은 가석방으로 풀려나면서 "저에 대한 걱정, 비난, 우려, 큰 기대를 잘 알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라며 각오를 다진 바 있는데, 가석방 11일 만에 대규모 투자로 기대에 부응한 셈이다.
연말 정기 임원인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인사에서는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김기남 부회장,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 등 기존 대표이사 3인 체제를 유지하는 등 '안정'에 방점을 뒀다.
이 부회장의 운신의 폭이 좁은 상황에 처해있지만, 아버지 세대가 아닌 '이재용 시대'를 이끌 경영인들로 기회 때마다 주요 경영진을 채워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5월 이재용 부회장이 4세 경영 승계 포기를 선언한 만큼, 삼성의 향후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언제, 어떤 방향으로 본격화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준법감위원회는사업지원TF의 역할 재정립 등 지배구조 관련 연구용역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맡긴 바 있다.
11월 이 부회장이 출소 후 첫 해외 출장에 오를지도 관심사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170억달러(약 20조원)를 신규 투자해 미국에 '제2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가 새 공장 부지로 텍사스주 윌리엄슨카운티 소재 테일러(Taylor)시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이 부회장이 미국 현지로 떠나 직접 투자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에 내달 초까지 매출과 원자재 구매 현황 등 기업 입장에서는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자료를 요구한 것과 관련, 이 부회장이 미 정부 당국자들과 만나 이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있다.
과거 이건희 회장의 방침과 달리 무노조 경영의 철폐에 따른 새로운 노사관계 정립도 이 부회장이 앞장서야 할 경영 현안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3세 경영을 통해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뎌야 할 큰 전환점 위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비록 이 부회장이 풀려나긴 했지만 중요한 전환점에 놓인 상황에서 총수의 경영활동에 제약이 받고 있다는 점은 분명 우려스러운 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ryupd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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