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에르도안 "미국 등 서방 10개국 대사 추방" 지시..왜?

김윤나영 기자 입력 2021. 10. 24. 14:56 수정 2021. 10. 2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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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북서부 에스키셰히르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에스키셰히르|로이터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반정부 인사 석방을 요구한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서방 10개국 대사의 추방을 지시했다. 집권 19년 차에 접어든 에르도안 대통령이 서방국가와 외교 갈등을 무릅쓰고 국내 집권 기반 다지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터키 북서부 에스키셰히르에서 “외무장관에게 10개국 대사를 가능한 한 빨리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상 기피 인물)로 지정하라고 지시했다”면서 “그들이 터키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터키를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된 외교관은 추방되거나 외교관 신분을 박탈당할 수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반정부 인사이자 자선사업가인 오스만 카발라의 수감 문제를 두고 서방국가들과 충돌했다. 카발라는 억만장자 미국인 조지 소로스와 공모해 2013년 터키 반정부 시위에 자금을 댄 혐의, 2016년 쿠데타를 주도한 혐의 등으로 2017년부터 수감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카발라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했으나, 터키 시민사회에서는 그를 ‘에르도안 정권 탄압의 상징적인 피해자’로 본다고 알자지라가 전했다.

터키 주재 미국, 독일, 캐나다,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스웨덴 대사는 지난 18일 공동성명을 통해 “카발라 수감이 터키 사법 시스템의 민주주의, 법치, 투명성 존중에 그림자를 드리웠다”면서 즉각 석방을 요구했다. 유럽평의회도 지난 17일 카발라를 석방하지 않으면 오는 11월 터키에 대한 징계 투표에 돌입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그러자 터키 외무부는 이튿날 10개국 대사를 불러들여 “터키 사법부에 개입하지 말라”고 반발했다.

야당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 이유로 외교 마찰을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의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국익 보호가 아닌 경제 실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런 행동을 했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오종진 한국외대 터키·아제르바이잔어과 교수는 “이슬람 세계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추구하는 에르도안 대통령 입장에서 서방의 부당한 내정 간섭에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국내 지지자들에게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알자지라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서방국가 대사들을 실제로 추방하면 “에르도안 집권 19년을 통틀어 서방국가와 가장 깊은 균열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에르도안 대통령은 오는 30~3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앞두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터키는 최근 서방국가들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터키 국방부는 프랑스와 그리스가 지난달 국방 협력을 약속하자 “나토 동맹이 약해질 수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터키는 그리스와 키프로스섬 영유권을 두고 다투고 있다. 터키는 미국과는 러시아산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인 S-400 구입 문제로도 대립하고 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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