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나와라 뚝딱]공모가 확 깎아도 "안 사요"..공모주 희비 왜

이지현 입력 2021. 10. 2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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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시장 기업별 온탕 냉탕 극명하게 갈려
상반기와 달라졌단 공모주 선별작업 진행 중
4Q 더 꼼꼼한 선별작업 예상..온탕냉탕 계속될 듯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가수 출신 사업가 김태욱씨 회사로 더 유명한 아이패밀리에스씨가 일반 청약경쟁률 20.88대 1로 흥행 참패를 기록했습니다. 공모가를 36%나 깎았음에도 예비청약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겁니다.

반면 같은 주에 청약을 진행한 엔켐은 공모가를 20%나 높였음에도 1275.6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이들 기업은 뭐가 달랐던 걸까요?

아이패밀리에스씨 흥행 부진 시몬느 IPO 철회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이패밀리에스씨는 지난 18일과 19일 양일간 진행한 일반 청약에서 20.8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최근 흥행 참패를 기록한 △리파인(5.95대 1) △크래프톤(259960)(7.79대1) △케이카(381970)(8.72대 1) 등에 이은 낮은 경쟁률입니다. 최소 10주 청약시 균등으로만 4주+a를 받게 되는 셈입니다.

이들 기업은 모두 수요예측에서 흥행 부진을 기록했습니다. 이에 기업들은 저마다 몸값을 낮추며 예비청약자들의 관심을 모으고자 노력했습니다. 크래프톤만 최상단인 49만8000원에 공모가를 추진했을 뿐, 리파인은 희망범위 최하단인 2만1000원에, 케이카는 공모 희망밴드(3만4300~4만3200원) 하단에서 27%나 할인한 2만5000원에 공모가를 책정했습니다.

아이패밀리에스씨는 희망범위(3만9000~4만8000원) 최하단에서 36%나 깎은 2만5000원에 책정했습니다. 일정 기간 주식을 보유하겠다고 의무보유를 확약한 기관이 단 한 곳도 없자, 구주매출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구주매출을 통해 지분을 현금화할 예정이었던 김태욱 대표는 최대 45억원의 현금을 거머쥘 기회를 내려놓은 것입니다. 나름 파격에 파격을 더한 겁니다.

그럼에도 투자심리를 움직이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동안 아이패밀리에스씨는 롬앤, 아이컬러 등과 같은 화장품 사업과 아이웨딩, 호텔크랜베리 등과 같은 웨딩 사업을 해오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려왔습니다. 화장품 사업을 통해 단기간에 매출액이 100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을 했지만, 대중에게는 화장품 기업이미지 보다 아이웨딩이라는 브랜드가 더 깊게 각인돼 기업의 성장에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결혼을 미루거나 축소하는 사례가 속출하자 투자자들 인식에는 기업의 미래가치 전망이 밝지 않게 평가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청약 참패 기록은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오는 25일과 26일 일반청약을 진행하려던 럭셔리 핸드백 ODM(위탁생산) 전문 기업인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은 최근 코스피 상장을 철회했습니다. 시몬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불확실성이 크고, 당사의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내부경영진 판단과 외부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어 상장을 철회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반응이 기대에 못 미치자 철회 카드를 꺼내든 것이죠.



◇ 공모가 파격 상향에도 없어서 못 샀다


이와 달리 ESG 부품주, 2차전지, 플랫폼 관련 기업들은 흥행 성공 바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차전지 부품주로 주목받은 엔켐은 22일 일반청약경쟁률 1275.69대 1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공모가도 희망 밴드(3만~3만5000원) 최상단을 20% 초과한 4만2000원으로 확정했음에도 투자자들은 “일단 청약증거금을 넣고 보자”에 나선 것입니다.

엔켐은 2차전지 4대 핵심소재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중 하나인 전해액을 생산하는 기업입니다. 2012년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현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터리 소부장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세계 최초 2세대 전기차용 전해액의 사업화에 성공했고 세계 유일 배터리 주요 4대 지역(미국, 유럽, 한국, 중국)에 현지 생산 공장을 설립하며 글로벌 생산 인프라를 구축했습니다. 이같은 성장성에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도 164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코스닥 기업임에도 의무보유확약 비중은 63.63%에 달합니다.

친환경 반도체 공정장비 전문기업 지앤비에스엔지니어링도 19일과 20일 일반청약을 진행한 결과 1479.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리파인, 아이패밀리에스씨와 비슷한 기간에 공모청약이 진행됐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분위기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겁니다.

이같이 흥행 성적이 엇갈리는 상황에 대해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로 갈수록 종목 선별작업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습니다.

지난 상반기에는 대부분의 기업공개(IPO) 기업들이 희망공모가 최상단 또는 최상단을 초과해 공모가를 확정했습니다. 시장에 나오기만 하면 흥행에 성공하며 대박 기록을 이어간 것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 우려확대로 국내 증시에도 먹구름이 끼면서 하반기들어 공모주 시장에도 변화가 찾아온 것입니다. 기관투자자들은 미래 먹거리 산업에는 환호하는 반면, 경기 민감 산업과 단기간에 압축 성장한 기업에는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기관투자자들의 반응을 먼저 살피고 투자를 결정하는 일반투자자들도 이런 경향을 그대로 따라가다 보니 공모시장에 냉탕 온탕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셈입니다.

박종선 연구원은 이 같은 경향을 연말이 갈수록 더 심화할 것으로 봤습니다. 박 연구원은 “4분기에 가장 많은 기업이 IPO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며 “많은 기업이 시장에 나오는 만큼 기관투자자들의 선별작업도 더 꼼꼼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지현 (ljh42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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