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웅 같은 불세출의 스타 탄생할까

하재근 문화 평론가 2021. 10. 2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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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내일은 국민가수》, 1·2회 시청률 대박

(시사저널=하재근 문화 평론가)

새로 시작된 TV조선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국민가수》(이하 《국민가수》)가 잇따라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첫 번째 놀라움은 《미스터트롯2》가 아닌 《국민가수》라는 점이다.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이 워낙 거대하게 성공했고, 《미스트롯2》도 사랑받았기 때문에 그 후속작은 당연히 《미스터트롯2》가 될 거라고 여겨졌다.

게다가 《미스터트롯》 톱6와의 계약이 끝나면서 그동안 TV조선의 효자 노릇을 해왔던 《사랑의 콜센타》가 종영했다. 《뽕숭아학당》도 임영웅과 김희재가 하차하면서 시청률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이러면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서라도 《미스터트롯2》를 편성해 새로운 톱7을 뽑는 게 매우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TV조선의 선택은 《국민가수》였다. 거대한 성공을 거둔 브랜드가 있는데도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건 요즘처럼 시청률 경쟁이 격심한 환경에서 보기 드문 모습이다. TV조선 오디션이 그동안 성공을 거둔 배경에는 트로트라는 장르가 있었는데 《국민가수》는 트로트 오디션이 아니다. 《미스터트롯》이라는 브랜드도 활용하지 않을뿐더러 안전판 역할을 해줄 장르마저 내려 놓은 것이다. 

TV조선 《내일은 국민가수》 중 한 장면ⓒTV조선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브랜드에 의존 안 해 

두 번째 놀라움은 1회 시청률이 16%(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 기준)에 달했다는 점이다. 이 프로그램은 사전 홍보 단계에서 제2의 방탄소년단, 한류스타를 뽑는다고 알려졌다. 이런 콘셉트는 《미스터트롯》 또는 TV조선 주 시청층의 선호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시청률이 높지 않을 거라고 예측됐다. 그런데도 의외의 높은 시청률이 나왔다. 

최근 방영된 MBC 오디션 《극한데뷔 야생돌》의 전국 시청률은 10월14일 기준 0.8%다. Mnet 오디션 《걸스플래닛999: 소녀대전》은 10월15일 기준 0.634%다. 이런 상황에서 오디션 1회 시청률 16%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치다. 

세 번째 놀라움은 2회 시청률에서 15.4%가 나왔다는 점이다. 1회 때는 시청자들이 《미스트롯》이나 《미스터트롯》에서 비롯된 기대를 가지고, 이 오디션이 제2의 방탄소년단 선발을 표방했다는 걸 모르는 상태에서 프로그램을 봤을 수 있다. 하지만 1회를 보면서 트로트가 나오지 않는다는 걸 알았을 것이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이탈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런데도 단지 0.6%포인트만 하락한 15.4%가 나왔으니 놀라운 것이다. 이건 《국민가수》만의 매력이 시청자에게 인정받은 결과라고 해석될 수 있다. 

《미스터트롯》의 국민적 성공 이후에 오디션 열풍이 불었다. 이 열풍으로 인한 중복편성은 언제나 자멸을 부르기 마련이어서,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인기가 동반하락했다. 요즘엔 오디션에서 우승해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열기가 식은 상황에서 왜 유독 《국민가수》에만 관심이 쏟아진 것일까? 

출발이 성공적인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미스-미스터트롯'의 성공에 따른 신뢰, 기대감이다. 그 프로그램들로 인해 TV조선 오디션에 대한 믿음이 커졌다. 그리고 '미스-미스터트롯'의 주 시청층은 채널을 한번 고정하면 그 관성이 오래가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플랫폼 사이를 부유하는 10~20대와 다른 점인데, 그런 점에서 보면 TV조선은 동아줄을 잡은 셈이다. 

최근 범람한 오디션 중에서 국민스타가 배출된 곳은 TV조선 프로그램밖에 없었다. 기껏 경연에서 이겨도 스타로 뜨지 못한다면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트로트가 나오건 안 나오건, 스타가 극적으로 탄생하는 무대에는 대중의 관심이 쏠리는 법이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참가자를 온힘으로 밀어줄 팬덤 열정도 생겨난다. 

가수 임영웅ⓒ연합뉴스

제작진, 트로트보다 폭넓은 성인음악의 성공 가능성 본 듯 

그리고 《국민가수》엔 실력자들이 있었다. 오디션 범람으로 나올 만한 사람들은 다 나왔을 거라고 여겨졌는데, 놀랍게도 《국민가수》엔 새로운 실력자들이 등장했다. 그래서 볼 만한 쇼가 제공됐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 입상자들이 줄줄이 등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런 모습은 《국민가수》가 오디션 '끝판왕'이라는 인식을 갖게 만들었다. TV조선 오디션만 국민스타들을 탄생시킨 데다, 다른 방송사들도 오디션 후속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오직 TV조선만 《사랑의 콜센타》와 같은 후속 프로그램을 성공시키면서 오디션 참가자들을 인큐베이팅했고, 상위권 입상자가 아닌 참가자들도 화제의 인물로 만들었기 때문에 실력자나 타 오디션 입상자들이 모여든 것이다. 

처음에 표방했던 것과 달리, 제2의 방탄소년단을 뽑는 오디션으로 가지 않은 점도 주효했다. 그런 국제적 트렌드에 부합하는 노래들이 나왔다면 국내 고시청률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국민가수》라는 제목만 봐도 한류스타하고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국민가수》는 임영웅이 떠오르는 제목이다. 

프로그램 2회 방영 후에 제작진이 속내를 털어놨다. TV조선 오디션을 진행하면서 '감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인들이 듣고 싶은 음악'에 주목하게 됐다며 'Adult Contemporary music'(성인음악) 시장의 부흥을 생각했다고 했다. 성인들이 보편적으로 선호하는 다양한 장르로 임영웅을 비롯한 트롯맨들이 폭발적인 사랑을 받는 것을 보며, 트로트보다 훨씬 폭넓은 성인음악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국민가수》에는 일반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성인음악들이 등장했고 그것이 성공적인 2회 시청률을 낳았을 것이다. 임영웅이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라는 김광석 포크송으로 대박을 터뜨렸는데 《국민가수》 1회 엔딩곡이 김광석 포크송이었다. 

그리고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의 또 다른 특징이 오디션 자체가 하나의 재미있고 흥겨운 쇼라는 점이었는데 《국민가수》는 그것을 그대로 계승했다. 심사위원들이 냉철하게 심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콘서트 방청객처럼 호응하기도 하고 예능적인 멘트를 던지기도 한다. 이런 것이 출연자들의 각종 매력과 어우러져 하나의 재미있는 오락물을 형성했다. 

문제는 국민가수가 만들고 싶다고 만들어지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프로그램이 진짜 원하는 건 제2의 방탄소년단이 아니라 제2의 임영웅으로 보이는데, 임영웅 같은 불세출의 스타가 쉽게 또 나타날까? 바로 이 지점에 앞으로 《국민가수》의 사활이 걸렸다. 열렬한 팬덤을 불러일으키는 스타 또는 스타들이 등장하면, 마지막까지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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