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비었는데 돈풀기.. 브라질 증시, 한 주새 7.3% 하락

이경은 기자 입력 2021. 10. 24. 13:34 수정 2021. 10. 25.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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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급 재무관료 4명, 항의성 사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브라질이 재정 위기론에 휩싸였다. 브라질 증시는 지난 주에만 7.3% 하락하면서 시가총액이 700억달러(약 82조원) 증발했고, 달러 대비 헤알화 환율은 달러당 5.7헤알까지 오르면서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화 대비 브라질 헤알화 환율이 지난 주 5.7헤알선까지 치솟았다. 올해 말까지 6헤알대로 치솟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연합뉴스

브라질 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지지율 하락에 고민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노골적인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 브라질 정부는 저소득층 생계비 지원액을 가구당 190헤알(3만9000원)에서 400헤알(8만 3000원)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지원 대상은 1470만 가구에서 1690만 가구로 대폭 늘어난다. 또 연료값 상승으로 고통받는 75만 트럭 운전자들에게는 매달 400헤알 가량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법률로 정해진 공공지출 한도를 지키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법은 언급하지 않았다.

브라질의 고위급 재무관료 4명은 이 같은 브라질 대통령의 포퓰리즘 정책에 강하게 반발하며 사퇴했다. 앞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시장이 너무 예민하다고 비판하면서 “브라질 경제를 망가뜨리면, 당신들도 함께 다친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브라질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98%가 넘는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재정건전성을 파악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2일 “브라질은 성장은 정체되어 있으면서 물가는 급격하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지난 2019년 당선된 현 대통령은 시장경제 정책을 다수 도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코로나 이후엔 그 어떤 신흥국보다도 더 과감한 복지 정책을 펼쳤다”고 지적했다.

브라질은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코로나 누적 사망자(60만명)를 기록했다. 지난 20일 브라질리아에서 학생 등으로 구성된 시위대가 정부의 코로나 부실 대처에 항의하고 있다./연합뉴스

브라질 대선은 내년 10월 실시된다.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의 재선 출마가 확정된 가운데, 야당 후보로는 루이즈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의 도전이 확실시되고 있다.

발빠른 글로벌 투자자들은 불안해진 브라질 증시에서 발을 빼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만 해도 외국인의 브라질 국채 보유 비중은 20% 초반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10%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이사는 “외국인의 브라질 국채 투자가 2020년과 2021년에 300억달러를 하회하는 수준까지 감소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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