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1년 농사와 맞바꾼 최악의 '허세'..결국 무너진 다저스
[뉴스엔 안형준 기자]
다저스를 망친 것은 결국 '허세'였다.
LA 다저스는 10월 24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트루이스트 파크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 경기에서 패했다. 이날 다저스는 2-4 패배를 당했고 시리즈도 2승 4패로 마치며 포스트시즌에서 최종 탈락했다.
벼랑 끝에서 치른 5차전에서 반전의 1승을 거둔 다저스는 적지에서 다시 벼랑 끝 경기에 나섰다. 불펜데이에 나선 5차전보다 더 좋지 않은 마운드 상황 속에서 6차전을 맞이했다. 원래 등판 순서인 맥스 슈어저가 팔에 이상을 느꼈고 3일밖에 쉬지 못한 워커 뷸러가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뷸러는 1회 실점했지만 2,3회를 막아내며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해내는 듯했다. 하지만 4회 2사 후 무너졌고 4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다. 4이닝 7피안타 4실점을 기록한 뷸러는 개인 포스트시즌 통산 한 경기 최다 피안타 타이를 기록했고 개인 포스트시즌 통산 최악투로 쓸쓸히 2021년의 마지막 등판을 마쳤다.
지난 3차전에서도 3.2이닝 2자책(4실점)으로 아쉬웠던 뷸러는 짧은 3일 휴식 후 결국 최악투를 펼쳤다. 짧은 휴식은 분명히 독이 됐다.
다저스는 이번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선발투수가 제 역할을 완벽히 해낸 경기가 단 한 번도 없었다. 2차전에 등판한 슈어저는 4.1이닝 2실점으로 5이닝을 버티지 못했고 뷸러는 3,6차전에서 부진했다. 4차전 선발투수였던 훌리오 유리아스가 5이닝을 던진 것이 최다이닝 소화였고 당시 유리아스는 5실점으로 부진했다.
근본적인 원인은 탄탄한 선수층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스트시즌 3인 선발 체제를 고집한 프런트와 코칭스태프의 판단 착오다. 트레버 바우어가 시즌 중반 이탈했고 클레이튼 커쇼가 부상을 당했지만 다저스에는 여전히 토니 곤솔린, 데이빗 프라이스 등 선발 자원이 있었다. 다만 3인 선발 체제를 선택한 것은 이해 불가능한 부분은 아니다. 불안한 4-5선발을 기용하는 것보다 확실한 1-3선발에 집중해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확실하게 잡는 것은 단기전에서 충분히 취할 수 있는 전략이다.
하지만 다저스는 디비전시리즈 막바지 다시 결정적인 판단 착오를 범했고 이 실수는 결국 팀의 가을을 망치는 결과로 이어졌다. 바로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 슈어저를 마무리 투수로 등판시킨 것이다.
당시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유리아스를 오프너 뒤에 '벌크맨'으로 등판시킨다는 변칙 계획을 세웠고 코리 크네블, 브루스다 그라테롤에게 1,2회를 맡긴 뒤 유리아스를 3회 마운드에 올렸다. 유리아스가 4이닝을 투구한 뒤 블레이크 트레이넨, 켄리 잰슨이 7,8회를 막았고 슈어저가 9회를 막아내며 시리즈에서 승리했다.
로테이션을 이끄는 에이스가 최후의 순간 마운드에 올라와 시리즈를 끝낸다. 투수 운영 쪽에서는 가장 드라마틱하고 멋진 그림인 것이 분명하다. 에이스는 돋보이고 그런 선택을 한 감독의 선택은 '승부수'로 칭송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뒤에 경기가 더 남은 상황에서 선수들에게는 무리가 될 수 밖에 없다.
선발등판해 100구 이상을 던지고 이틀 휴식 후 세이브를 올린 슈어저는 결국 챔피언십시리즈 첫 등판 이후 몸에 이상을 호소했다. 그리고 로버츠 감독은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에 유리아스를 갑자기 불펜으로 기용하는 기행을 저질렀고 이는 유리아스의 4차전 부진으로 이어졌다. 슈어저가 몸에 이상이 생긴 탓에 등판을 하루 앞당긴 뷸러는 마지막 6차전에서 부진했다. 슈어저의 불펜 등판이 불러온 결과였다.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서 사실상 선발투수인 유리아스를 단 4이닝만에 강판시키지 않았다면, 정규시즌 샌프란시스코전 5경기에서 6.1이닝 평균자책점 1.42를 기록한 켈리에게 한 이닝을 맡겼다면,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굳이 슈어저를 등판시키지 않고 경기를 마무리했다면 다저스의 챔피언십시리즈 결과는 충분히 달라질 수도 있었다.
비록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을 시작했지만 정규시즌 전체 승률 2위인 다저스는 챔피언십시리즈에 오른 4팀 중 가장 전력이 강한 팀이었다. 하지만 잘못된 전략 선택으로 결국 자멸했다. 당장의 돋보이는 승리를 위해 이어질 시리즈를 고려하지 않은 슈어저의 기용은 신의 한 수도 승부수도 아닌 월드시리즈 2연패를 위해 치열하게 1년을 준비해온 팀의 노력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든 최악의 '허세'일 뿐이었다.
아메리칸리그 승률 1위 탬파베이 레이스가 잘못된 로스터 구성으로 디비전시리즈에서 탈락한데 이어 다저스도 애틀랜타에 패해 탈락하며 '내 전략은 야구의 상식보다 뛰어나다'는 오만으로 가득찬 두 '허세 감독'이 이끄는 팀들은 모두 가을 무대에서 퇴장했다.
이제 월드시리즈에서는 정공법을 기반으로 하는 휴스턴 애스트로스 더스티 베이커, 애틀랜타 브라이언 스니커 두 감독의 지략 대결이 펼쳐진다.(자료사진=데이브 로버츠)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갈로의 힘+고든의 스피드'..꿈의 재능 가졌지만 반전 없었던 코데로[슬로우볼]
- 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좌우하는 '키 플레이어' 이적생들[슬로우볼]
- 전성기는 지났지만..FA 시장 향하는 '베테랑 사이영 위너'들[슬로우볼]
- 가을 망치는 유혹, 100승 감독들이 빠진 도박 '변칙 중독'[슬로우볼]
- 끝내 오지 않은 '터너 타임'..두 터너, NLCS서는 반등할까[슬로우볼]
- '방망이 불 붙었는데..' 짧은 가을이 특히 아쉬웠던 타자들[슬로우볼]
- 보스턴 PS 마운드 지탱하는 두 '동갑내기 우완 루키'[슬로우볼]
- 가을이여 내가 왔다, '원샷 원킬' 가을 사나이 작 피더슨[슬로우볼]
- 역대 최악 불명예? 공 놓고 소속팀도 사라진 '전체 1순위' 유망주[슬로우볼]
- 완벽한 반전, '있어야 할 곳'을 찾은 C.J. 크론[슬로우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