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인플레이션 시대, 자산관리 난이도 올라간다

김유성 2021. 10. 24. 10:5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박순현 부장] 2021년 세계 경제에서 가장 큰 변화는 인류가 물가 상승 즉, ‘인플레이션’을 목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마이너스 유가를 우려하던 시장 참여자들은 이제 원자재 가격부터 중고차 가격까지 세상의 물건 가격이 너무 올라 경제활동을 방해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 특히, 투자의 관점에서 인플레이션은 시장 참여자들의 셈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다. 이미 대부분의 자산 가격이 부담스러워진 현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은 세계 유동성을 조절하는 중앙은행들의 정책 방향을 바꿀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대부분의 자산 가격은 미래에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금흐름을 현재의 가치로 환산하여 측정한다. 주식의 경우 기업이 미래에 벌어들일 ‘이익’이 미래의 현금흐름이 되고, 이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기 위해 우리는 흔히 ‘금리’를 할인율로 활용해 적정 가격을 추정한다. 코로나19 직후에는 이 ‘금리’가 크게 하락했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내리고 큰 규모의 유동성을 빠르게 시장에 공급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역사상 자산 가격 상승에 가장 우호적인 환경이었다고 할 수 있다. 분자인 현금흐름(기업 이익)이 늘지 않더라도 분모인 할인율이 하락하면서 자산 가격이 자연스럽게 상승했다. 이는 주식시장에만 내려진 축복이 아니었다. 부동산, 가상화폐, 채권, 농산물 등 대부분의 투자 자산 가격이 동시에 상승했다. 이쯤 되자 투자자들은 높아진 자산 가격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높아진 가격 자체가 문제인 것이 아니다.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나타난 인플레이션이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자산 가치 하락을 초래하게 되는 상황을 걱정하는 것이다.

지난해 말 백신 보급이 시작된 후 세계는 바이러스에 빠르게 적응해가고 있다. 얼마 전에는 미국의 대형 제약사인 머크(MSD)가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몰누피라비르)의 임상 3상에 대한 중간 결과를 발표하며 경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를 한층 더 높였다. 이제 바이러스는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의 대상이 되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미 영국, 싱가포르 등 많은 국가들이 ‘위드 코로나’ 시대를 선언하고 있으며, 조만간 한국 정부도 이와 비슷한 경로를 따라갈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우려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지난해 바이러스로 전세계 경제활동이 일시에 멈췄다가 재가동되는 과정에서 공급망 차질이 발생하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위드 코로나’로 경제 활동이 더 가속화된다면 이는 인플레이션을 장기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보다 더 큰 문제는 성장보다 물가 상승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며 이 경우 정책 입안자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정책 당국은 성장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물가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금리의 레벨은 코로나 이전 수준 또는 그보다 높은 수준으로 회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금리, 즉 할인율이 높아지는 국면에서는 자산관리의 난이도가 올라가게 된다. 금리가 상승한다고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 가격이 무조건 하락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금리 상승기는 투자자들이 새롭게 대처해야 하는 환경임은 분명하다. 지난해 금리 하락기에 ‘동학개미운동’과 함께 투자를 시작한 이들은 더욱 더 큰 불안감을 갖게 될 수 있다. 금리의 등락에 따라 시장 변동성은 높아질 것이고 산업별 종목별 편차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특정 전망 하에 단일 자산에 투자했을 때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과거보다 높아졌다. 이럴 때일수록 개인 투자자들은 변동성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가장 먼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을 객관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위험에 맞춰 자산을 배분하고 통화를 다각화하고, 한 자산군 내에서도 철저하게 옥석 가리기를 통해 선별한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시장에 참여하기 시작한 투자자들에게 한국 주식시장 안에만 머물 필요가 없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자신의 투자 유니버스를 글로벌로 확장하면, 과거 금리 상승기에 더 좋은 성과를 보였던 투자 솔루션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자산관리의 핵심은 변동성을 관리하는 작업이다. ‘금리’라는 시장의 큰 변수가 꿈틀대는 지금이 변동성을 감당할 수 있는 체력을 준비할 때일지도 모른다.

김유성 (kys401@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